아름다운 아날로그, 편지

by 김민정

어렸을 땐 수없이 손편지를 주고받았었다.

왜 그렇게 편지를 썼는지 이유도 기억이 잘 나지 않는데,

같은 반 친구, 매일 얼굴 보는 친구, 바로 옆,앞,뒤에 앉아 있는 친구랑

그냥 얘기해도 되지만 괜히 편지를 주고받고,

혹시 같은 반이었던 친구가 전학이라도 간다면, 편지로 안부를 주고받는 건 필수였다.

수업시간에 선생님 몰래 오고 가던 쪽지들도 지금 생각하니 모두 손편지였고,

영어실력을 좀 키워보겠다고 해외 아이들과 펜팔을 했던 것도 손으로 쓴 편지였다.


이제는 손에 볼펜을 쥐고 무언가를 쓰는 시간보다

컴퓨터, 휴대폰의 자판을 두드려 글자를 만들어내는 시간이 훨씬 많아졌다.

어느 날 내 글씨체가 어땠나 자세히 보니, 이랬었나 싶으며 깜짝 놀란 적도 있었다.


그런데, 얼마 전, 중학교 동창으로부터 손편지를 받았다.

그 친구는 결혼 후 창원으로 이사 가서 사는데,

가끔 톡으로만 안부를 전했지, 얼굴 본지 벌써 몇 년이 훌쩍 흘러버린 상황.

그런 오랜 친구가, 손으로 직접 쓴 편지를 사진 찍어 메시지로 보내줬다.

종이 편지는 아니지만, 사진 편지를 읽는데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다.

말 그대로 굴러가는 낙엽만 봐도 좋다고 까르르 웃던 중학교 시절을 함께 보낸 친구,

어린 시절 어느 날을 공유하고 있는 친구.


그 친구의 손글씨를 보니,

우리 중학교 때 어느 날, 수업 들으며 이런저런 필기도 하고

쪽지도 주고받았던 기억이 떠오르며,

잔잔한 일상에 감사함을 안겨주었다.


평범해서 별거 아닌 것처럼 느껴지는 일상이,

너무나 특별하다는 걸 알게 되는 건,

손으로 끄적인 작은 순간이 만들어내는 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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