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아날로그, LP

by 김민정

LP의 매력이 잊히는 것 같다.

기억 속에서 사라지는 것 같다.

완전히 잊혀질까봐 억지로라도 기억을 소환해 본다.

어릴 때, 집에 있던 턴테이블에 LP를 올리고 음악을 그렇게 많이 들었는데,

지금 만약에, 돌아가는 LP위에 소리를 내는 그 바늘을 정확하게 딱 얹어 놓으려고 하면,

못할 거 같다.


이제 집에 턴테이블은 없지만, 차마 버리지 못한 LP판들은 몇 개 남아 있다.

우리나라 대중음악에 획을 그었다고 평가받는 명반 중에 하나인 <어떤 날> 2집.

조동익, 이병우.

거기에 '출발'이란 노래가 있는데, 어쩜 그렇게 서정적이고 아름다울까.

하지만, '출발'을 들으려면 스마트폰을 통해 멜론으로 들어야지,

LP로는 들을 수 없는 상황이다.

LP를 틀 수 있는 기계가 없는데...

LP를 넣어둔 곳에 손끝도 닿지 않은지 오래이다.


영화 <아비정전>에서 장국영이 그 유명한 맘보춤을 추기 전에,

침대에서 일어나, 너무나 자연스럽게 턴테이블위 LP에 바늘을 턱 올린다.

지금 떠올려보니 그 맘보 음악 시작할 때, 바늘이 LP를 긁는 소리가 살짝 들어갔던 기억이 난다.

생각해보면, 그 긁는 소리, 지지직 소리,

이런 게 매력이었다.

어릴 땐, LP나 바늘에 먼지가 앉아서 지글거리는 느낌이 생기면

그게 싫어서 그렇게 닦았는데...

그런 지지직을 이젠 쉽게 만날 수 없는 듯하다.


물론, 내 성격상 깨끗하지 못한 건 너무나 싫다.

그런데, LP만이 안겨줬던 느낌,

정결하진 못하지만, 음악에 공기와 먼지가 들어가며, 새로운 세상으로 안내해주는 것 같았던 느낌.

디지털 음원은 흉내낼수 없는 힘이 있었다.


클릭 한 번으로 음악을 쉽게 듣고 쉽게 지우는 세상.

그 커다란 LP판을 닦고 소중히 다루며 조심스럽게 바늘을 얹었던

그 애틋한 감성이 우리 삶에 많이 드러났으면 좋겠다.

살면서 지지직 소리가 날때도 있고

끼익 하면서 긁는 소리가 날때도 있지만,

어쩌면 그게 살아숨쉬는 증거이며

우리가 하루하루 좀더 조심스럽게 걷도록 만드는 신호이니, LP판을 다루듯 오늘도 사랑스럽고 소중하게 채우려 노력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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