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아날로그, 핸드드립

by 김민정

밖에 나와서 커피를 마실 때 말고

집에서 커피를 마시고 싶을 때

특히 토요일이나 알요일 오전,

커피 내리는 법을 따로 배운 적은 없지만

핸드드립 도구들이 다 집에 있어서 종종 커피를 직접 내려마시곤 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캡슐커피의 편리함을 느끼고 났더니

캡슐만 종류별로 사기 바쁘게 되었고,

심지어 스타벅스 커피 캡슐도 나와서,

핸드드립 도구들에 먼지가 쌓여가고 있었다.


어느 날,

커피를 내리며 좋은 향과 함께 기도했던 것도 좋았던 생각이 떠올라 원두를 사기로 맘먹고

모 백화점 지하에 원두를 파는 곳으로 갔다.

그곳은 원두를 사면 핸드드립에 알맞도록 갈아주고, 커피를 한잔 마실수 있게 내려주는데,

원두를 고르고 커피를 갈아달라고 부탁하는 동안

그 곳에서 어떤 우아하신 중년의 여성분이 커피를 혼자 마시는 모습을 발견했다.

화려한 액세서리, 팔찌, 귀걸이에 미모까지 갖추셨고

이미 많은 원두는 사셨고, 그외에도 쇼핑을 하신 듯 짐이 많으시고,

여유롭게 커피를 드시는 듯했는데,

갑자기 나에게 말을 거셨다!


결혼했냐부터 어디 사냐.......

그러시더니 본인은 나이가 60인데, 아들밖에 없고 아들이 올해 수능을 보는데 그거 끝나고 나면 자유롭게 살거라고 하시며, 딸이 있으면 친구처럼 얘기하고 얼마나 좋냐고 아들밖에 없어서 허전하다며... 넋두리를 늘어놓으셨다.


나는 원두가 빨리 갈려서 나오기를 기다리며, 어색하게 얘기를 들어드리면서, 속으로는, ‘60세이신데 40대 같으시다’고 생각했고, 원두가 나오자마자 그 자리를 뛰어 나와버렸는데, 지나고 보니 그 사모님 좀 외로우셨던 마음에 나와 대화하고 싶으셨던 건가 싶으며, 얘기 좀 더 해드릴걸 하는 생각도 들었다.


집에 와서, 사온 원두에 끓인 물을 조금씩 부어 내리는 아날로그 방식 핸드드립으로 커피를 한번 마셔봤는데, 역시 기계로 마시는 커피와는 그 풍미와 향이 달랐다

그러면서 그 향을 음미하며 커피를 드시던 동안의 사모님도 떠오르며^^


커피든 사람이든 삶이든, 좀 음미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뭐든 급하게 움직이면 서로의 마음이 뭔지도 모르고, 서로의 뜻을 미처 깨닫지 못하고 지나쳐 버린다. 핸드드립으로 커피를 마시고 나면, 다 씻어야 하고 잘 말려서 넣어놓아야 하고, 귀찮은 게 한두 개가 아니다. 하지만, 아날로그 하게 만든 그 시간만이 주는 향기는, 조급한 마음을 조금 더 차분하게 만들어주며, 지친 삶에 위로를 안겨주는게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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