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나, 우리가 맞잡은 건 서로의 표피였다.
표피표피표피표피표피
표피를 쭉 늘어놓으면 울타리가 된다.
내 피부를 지켜주는 울타리
고작 0.1 밀리미터의 이 얇디얇은 막이
우리를
웃게 하고,
울게 하고,
살게 한다.
마주 앉아 너와 내가 보는 것, 서로의 표피
깍지 낀 손에서 느껴지는 것, 서로의 표피
흐르는 눈물을 닦아주며 만나는 것, 서로의 표피
어쩌면 내가 기억한 너의 감촉은
너의 표피 그 자체였는지도 모르겠다.
세상과 나를 경계 짓는 표피.
세상의 공격들로부터 나를 지켜주는 표피.
샤워를 하다가 문득,
턱을 괴고 생각에 잠기다 문득,
목덜미를 긁다가 문득,
나의 평범한 일상은 고작
0.1밀리미터로 지켜지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