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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급 학부모회에서 무엇을 할까

by 천둥 Mar 31. 2024

학부모회는 전체 학부모들의 대표기구이고 의견수렴기구이다. 그런데 우리가 주로 하는 활동은 교육활동 지원이다. 녹색어머니회나 도서관도우미 같은 일상적 지원과 바자회 같은 행사지원 등. 

녹색어머니회나 도서관도우미 같은 활동은 기능별 학부모회로서, 학교에서 필요로 하는 교육지원이다(학교에서는 마치 녹색어머니회나 도서관도우미 등의 활동이 반드시 해야 하는 활동인 것처럼 말하지만, 기능별 학부모회는 학부모들의 자발적인 봉사활동이므로 학부모회에서 논의해서 결정할 수 있다).  대표기구이며 의견수렴기구로서의 학부모회 활동은 학급학부모회나 학년학부모회처럼 정기적인 모임을 말한다. 즉 학부모회의 기본활동은 학급· 학년학부모회라는 말이다. 


기능별 학부모회는 매년 정해진 활동내용이 있어 어렵지 않게 수행하는데, 학급· 학년학부모회는 별로 해본 적이 없어 잘 모르겠다고 하는 경우가 많다. 

솔직히 말해 경험이 없는 게 아니고 친목도모라는 이름으로 주로 식당에 모여 식사를 하고 차를 마시며 수다를 떨다 허탈한 기분으로 돌아오거나, 아니면 어떤 문제가 있다는 소문을 듣고 분위기를 파악하러 왔다가 내 아이에게 피해가 있을지 없을지 저울질하면서 자괴감을 느끼거나 둘 중 하나의 경험이 있다. 행여 문제가 심각해지면 그 자리에 참석했다는 이유만으로 낙인이 찍힐 수 있으니 신중하다 못해 아예 발길을 끊어버리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어쨌든 우리는 학급학부모회에 관한 좋은 경험이 없다. 


이제 새로운 학부모회를 열어가는 우리들은 

1. 학부모회가 전체 학부모들의 대표기구이고 의견수렴기구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하기 위하여 학급·학년 학부모회를 제대로 열어가려 한다는 선언이 필요하다(조직도를 알려주면 도움이 된다. 조직도는 여기 →학부모회란 학부모 대표기구이다 (brunch.co.kr)).

2. 학급 · 학년 학부모회는 가장 낮은 단위의 교육모임으로서 서로의 교육적 불안을 나누는 안전한 관계를 만드는 것이 목적이라고 설명한다. 애들 얘기 말고 교사 얘기 말고 우리가 알아야 할 교육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자. '친목도모' 대신, 학교 구성원으로서 신뢰관계를 구축하는 시간이 되도록 한다. 우리가 학부모활동을 하는 목적은 신뢰관계를 구축하여 더 안전한 공간을 만드는 것이라는 점을 잊지 말자. 

3. 서로 인사와 안부를 나누며 함께 할 1년간의 만남을 환대한다.   

4. 학교운영이나 학부모활동에 대한 보고를 하고, 모르는 부분을 같이 알아나가는 시간을 가진다. 

5. 회의 마무리 전 회의록을 함께 정리한다. 


왜 아이나 수업에 대해 말하지 않는가 궁금할 수 있다. 내 아이든 남의 아이든 학습분위기를 해치는 일이 있는지 알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수업에 대한 이야기는 개별 교사의 수업권을 침해하게 되고 아이에 대해서는 학생인권을 침해하는 일이 아닌가. 그동안 학급 학부모회, 즉 반모임을 했다 하면 함부로 수업권 침해나 인권침해가 일어나곤 해서 학교에서 긴장하고 불안에 떠는 거다. 또는 몇몇 학부모들의 지나친 충성심으로 위화감이 조성되기도 하고. 

새로운 학부모회를 열어가는 우리는 그런 상황이 일어나지 않도록 문제가 있다면 교사와 함께 풀어가야 한다. 학급에 문제가 있다면 학생들 스스로 학급회의에서 문제제기 할 수 있어야 진짜 학교자치가 아닐까. 진짜 민주주의를 배울 수 있는 기회를 학부모들이 뺏어서는 안 된다. 

  

물론 가끔 이런 상식적인 방법이 통용되지 않는 일이 생기기도 한다. 일부 교사 또는 일부 학부모에 의해. 여기서 일부 학생은 언급하지 않겠다. 학생의 문제는 대부분 어른의 문제이므로. 

그런 긴급한 경우에는 문제를 인지한 학부모와 학급대표, 학부모 대표 등이 논의를 하고 정식으로 학교에 문제제기를 할 수 있다. 굳이 학급학부모회에서 논의할 사안이 아니라는 뜻이다. 오히려 수업분위기에 방해가 된다. 학급 학부모들의 도움이 필요하거나 논의가 필요하다는 판단이 들면 그때 같이 해도 늦지 않다.  

우리는 공동주인의 입장에서 일방적인 평가나 문제제기를 하기보다 공적이고 대안적인 질문을 해야 한다. 그 해답을 찾는 것은 교사들 또는 학생들의 몫이 되도록 해야 한다.  


그럼 아이 말고 교사 말고 수업 말고 무슨 교육 이야기를 나누는가? 

우선, 학교에서 학년 초 학교설명회 때 나눠준 연간교육계획을 함께 살펴볼 수 있다. 하나하나 구체적으로 들여다보지 말고 거시적으로 보자(구체적으로 살펴보는 역할은 교육과정위원회에서 하면 된다). 

왜 우리 학교는 그린스마트학교를 만들고자 하는가. 그린스마트학교란 무엇인가. 그것은 어떤 취지와 배경을 가지고 교육현장에 등장했는가. 다만 스마트하게 최첨단 학교를 만들면 그것이 그린스마트인가. 왜 '그린'인가. 왜 미래교육은 '그린'이 필요한가. 

왜 중학교는 자유학기제가 있는가. 자유학기제의 취지는 무엇이고 지금 우리 아이들에게 그것은 어떤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는가. 원래의 취지를 잘 살리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가. 

왜 고교학점제가 생겼는가. 왜 학생인권법안과 교사인권법안이 생겼는가. 왜 회복적 생활교육이 필요한가 등등. 점점 나아가 우리나라 교육법에서 말하는 '홍익인간의 정신'은 어떻게 구현되고 있는가까지 고민해 보면 좋겠다. 반대로 범위를 좁혀서 진학할 수 있는 다양한 특성화 고교를 같이 찾아보거나 대입제도를 고민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하지만 진로관련해서는 아이들과 속도를 맞춰야 한다는 점 잊지 말자.   

그럼 누군가 자료를 준비하거나 강사가 필요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학부모회의가 아니라 학부모교육이 아닌가 생각할 수 있는데, 앞서 말한 대로 학급·학년 학부모회는 가장 낮은 단위의 교육모임으로서 교육적 공감대를 나눌 수 있어야 한다. 

위 내용은 검색창에 한 번만 검색해 보면 거의 다 나온다. 그 자리에서 같이 찾고 각자 보이는 대로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지점을 나누면서 공감과 질문을 만들어가면 된다. 우리가 감당할 수 없는 질문이 많아지면 그때 학교에 학부모교육으로서 요청할 수도 있다.  우리가 아이들에게 누누이 말하는 스마트폰 사용법이자 교육방법이지 않은가.  

새로운 교육정책이 나올 때마다 거시적인 교육적 방향은 모르는 채 주어진 프로그램만 쫓다 보면 우리 아이들은 길 잃은 철새처럼 헤매게 된다. 결국 사교육만 좋은 일 시키는 꼴이다.  


어렵게 생각할 것 없다. 서로 인사와 안부를 나누고 학부모회 보고를 듣고 그에 따른 궁금증을 같이 찾아나가는 시간을 가지자는 거다. 하다 보면 지루하지 않게 좀 더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서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를 것이다. 회의 전에 맛있는 쿠키를 만들어 함께 나누는 동아리를 만들 수도 있고 간단한 손마사지를 배워 서로에게 해주는 시간을 가질 수도 있다. 아이들과 함께 봉사동아리를 만들어 학급학부모회를 지원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항상 부모들만 아이들 활동을 지원하지 말고 아이들이 누군가를 지원할 기회를 주는 것도 나쁘지 않다.

 


덧. 계속 학급 ·학년 학부모회라고 말하는 이유는 학교마다 상황이 다르기 때문이다. 한 학급밖에 없는 학교나 학부모 참여가 적은 경우 학급·학년 학부모회를 같이 해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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