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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경민 Aug 24. 2019

소설 2045년
5. 이케부쿠로 제안

조폭 두목 공나석과 야쿠자 오야붕 야마구치의 대결

4. 이케부쿠로 제안


"형님, 신주쿠는 접수했으니 이번엔 이케부쿠로를 접수해야겠습니다. 거기만 손에 넣으면 도쿄 전체가 다 형님 게 됩니다" 


도쿄에 건너온 공나석에게 한영욱이 코를 실룩이며 말했다.


"한국 경찰은 우리가 하는 일을 못 본척해주고 있으니 이럴 때 싹 쓸어버려야 합니다." 


한영욱은 빗자루 쓰는 흉내를 내며 이어갔다. 


"도쿄만 확실히 손에 넣으면 오사카와 후쿠오카도 차례로 넘어올 겁니다. 거기 도관이와 한식이 애들이 이미 손을 쓰고 있으니까요. 여기 먼저 해치우고 그쪽 애들 도우러 가야 하지 않겠습니까 형님!" 


한영욱의 목소리에 자신감이 넘쳐 보였다.


"그래, 야마구치 애들 혼줄 좀 났겠지. 그래도 그렇게 녹록지 않은 놈들이니 조심해야 해. 너무 코너로 몰다가 일을 그르치는 수가 있어. 쥐새끼도 궁지에 몰리면 고양이를 물거든"

나석이 파 일당이 이케부쿠로 접수를 준비하며 몸을 가다듬고 있는 사이 신주쿠 전투를 보고받은 야마구치구미 오야붕 야마구치 히데오는 미간을 찌푸렸다. 끓어오르는 분노를 삭일 수 없다는 몸짓으로 묵직하게 내뱉었다. 


"고노야로! (이 새끼) 가만두지 않겠어. 일본 야쿠자의 힘을 보여주고 말겠어. 이토! 혼슈(일본열도를 구성하는 4개의 섬 중 가장 큰 섬)의 모든 지역 오야붕들에게 긴급 지원 요청해! 우리가 먼저 친다! 이틀 후에! 내일까지 이케부쿠로로 집결하라고 연락해!"


"하이!"


이토 타로는 즉시 니가타, 나고야, 히로시마, 후쿠시마, 아오모리 등 일본 혼슈 전역의 지역 오야붕들에게 긴급 메시지를 띄웠다. 


"한국 조폭들 도쿄 침략! 전쟁 발발. 모든 조직원들은 내일 정오까지 이케부쿠로역으로 집결하라!"


소식을 전해 들은 야마구치구미뿐 아니라 전국의 모든 야쿠자 파벌 조직원들이 도쿄 이케부쿠로로 향했다. 검은 자동차 행렬이 고속도로를 시커멓게 수놓았다. 이튿날 오전 11시 이케부쿠로역은 온통 검은 양복 차림의 야쿠자들로 북적였다. 목덜미에는 푸른색 문신이 귀밑까지 그려져 있었고 머리는 빡빡 밀었거나 기름칠을 한 놈들이 대부분이었다. 숫자는 어림잡아 2천 명을 족히 넘어 보였다. 이토 타로가 확성기를 손에 잡았다. 


"전국 각지에서 모인 형제 여러분! 우리는 지금 백척간두의 위기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한국이 일본을 점령한 것도 모자라 한국 조폭까지 우리 일본에 건너와 우리 사업권을 빼앗아가려고 하고 있습니다. 저들은 우리 조직원들을 무참히 살해했습니다.  이제 그냥 보고 있을 수만은 없습니다. 저 조센징 놈들을 다 쳐 죽이고 우리 일본을 지켜야 합니다. 한놈도 남기지 말고 모조리 베어버립시다!" 


이토의 선동에 이케부쿠로역 앞은 벌써부터 피비린내가 나는 듯했다.

한편 신주쿠에 진을 치고 있던 나석이 파는 야쿠자들이 이케부쿠로에 집결하고 있다는 정보를 미리 입수하고 오사카와 후쿠시마로 갔던 조직원들을 신주쿠로 불러들였다. 조직원은 모두 8백여 명. 상대는 두 배를 훨씬 넘는 숫자. 열세였지만 공나석은 두려워하지 않았다. 


"형님, 우리 애들 대미지도 클 것 같은데요" 


막 도착한 이도관이 염려스럽다는 듯 속삭였다.  공나석은 고개는 움직이지 않은 채 시선만 이도관을 바라보며 말했다. 


"꼭 피비린내를 맡아야겠나? 그쪽 오야붕도 신사도는 안다고 하니까 양쪽 다 죽는 일은 없을 거야" 


"네?" 


이도관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케부쿠로역 앞 시계탑의 바늘은 정오를 가리키고 있었다. 이윽고 지하철역에서 쏟아져 나오는 나석이 파. 전투를 앞둔 역전 일대는 긴장감에 사로잡혔다. 행인들은 모습을 감췄다. 차도를 사이에 두고 양측이 도열했다. 야쿠자들은 일본도를 조폭들은 회칼을 들었다. 누군가 신호를 내리면 일제히 죽고 죽이기의 살육이 시작될 터였다. 고요했다. 차도에 통행하는 차도 끊겼다. 양쪽에서 조직원들이 차량을 통제해 마치 보행자 천국 거리처럼 변했다. 하지만 차도에는 개미 한 마리 보이지 않았다.  고요한 정적이 흐르고 있을 때 누군가 차도 한복판으로 걸음을 옮기며 말했다. 


"내가 보스 공나석이다. 너희 오야붕은 누구냐? 상판대기 한번 보자!" 


건너편 무리 사이에서 길이 열리며 날렵한 몸매의 사나이가 양쪽 바지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걸어 나온다. 


"와시가(내가) 야마구치 히데오다. 들었던 것보다 덩치가 크구나" 


110kg도 넘어 보이는 거구, 하지만 근육질로 다듬어진 묵직한 체구의 공나석을 보며 야마구치가 답했다. 


"너희 야쿠자들이 한국 사람들 괴롭힌다고 해서 우리가 혼좀 내주려 여기 왔다. 지난번 신주쿠에서 교육 좀 시켰는데 그래도 포기를 안 한다고 하더군" 


"여긴 일본 땅이야. 너희 조센징들이 설쳐댈 곳이 아니라고" 


"쪽발이 놈들, 지금이 어느 때인 줄 알고 감히, 일본은 한국의 식민지나 다름없다고" 


"여기 우리 아이들, 약이 바싹 올라 있거든. 오늘 이케부쿠로 전투로 지난번 신주쿠 패배를 앙갚음해주겠다" 


"근데 말이야, 우리가 여기서 칼질을 해대면 모르긴 몰라도 아마 절반은 죽어나갈 거야. 그치? 과연 그럴 필요 있을까?" 


"뭔 개소리야?" 


"이건 어때? 너랑 내가 다구리 없이 붙는 거야. 한놈 쓰러질 때까지 붙어서 이기는 쪽이 나와바리 접수하는 걸로 하자 어때? 내가 지면 서울 내줄 테니" 


"음..." 야마구치의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이 조센징 새끼 뭐라는 거야. 1대 1로 싸워보자고?" 


거구의 공나석을 위아래로 훑어보며 야마구치는 머리를 굴렸다.


 "뭘 그리 오래 생각해? 자신 없어? 그러고도 네가 오야붕이냐?" 


공나석은 슬슬 약을 올렸다. 


"좋다. 대신 조건이 있다" 


"무슨 조건?" 


"날짜와 장소, 방식은 내가 정한다" 


"무슨 귀신 신나라 까먹는 소리 하고 있냐? 지금 여기서 붙으면 되는 거지!" 


"너도 제안을 했으면 나도 제안을 할 권리가 있지 않나?" 


"받아들이지 않겠다면 여기서 전면전을 벌이는 수밖에"


이쯤 되니 공나석도 손해 볼 게 없었다. 


"좋아, 네 제안을 받아들이겠다" 


"언제 어디서 어떤 방식?" 


"일주일 뒤 부도칸(무도관)에 설치된 펜타곤에서 UFC 방식으로" 


야마구치 히데오는 이종격투기 선수 출신이었다. 지금도 매주 일요일은 이종격투기 대련으로 체력을 길러온 터였다. 이를 알 턱이 없는 공나석 


"뭐라? 이종격투기? 그거 참 흥미진진하겠는 걸, 좋아 받아주지. 내가 지면 깨끗이 물러나 한국으로 돌아가 주지, 네가 지면 도쿄는 물론이고  일본 전역은 우리가 접수하는 거다. 알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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