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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경민 Sep 29. 2019

소설 2045년
8. 천황 출생의 비밀

8. 천황 출생의 비밀




2032년 2월 14일 황거


"천황 폐하. 일본 총독의 알현이옵니다"


통일 대한민국 북부군의 미사일 공격으로 폐허가 되어버린 황거 자리에 임시로 지은 가설 황거였다. 이상철 일본 총독 겸 일본 정부 부총리가 도착하자 궁내청 장관이 일본 천황에게 아룄다.


"우리 대한민국 정부는 일본의 천황제를 존중하기로 했소. 천황이 일본 국민 통합의 상징적 존재인 만큼 천황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오. 대한민국이 일본과 보호조약을 맺은 이상 나는 대한민국 대통령의 특명을 받은 일본 총독으로서 천황을 보호할 의무가 있소. 대신 천황께서는 일본 국민들이 동요하지 않도록 협조해줘야 합니다"


이상철 총독은 강한 어조로 말했다.


"..." 


천황은 침묵했다.


협조를 약속한다는 건 한국의 보호를 받아들이는 것이고 결국 나라의 상징 스스로가 나라를 팔아넘기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이 천황의 생각이었다.


"이것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오. 협조하지 않을 경우 나는 천황의 안위를 책임질 수 없소"


거의 협박에 가까운 어조였다.


"돌아가시오! 내가 일본의 천황이기는 하나 아무런 권한도 행사할 수 없는 존재라는 것을 알지 않소?"


천황은 협조하지 않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총독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정 뜻이 그러하다면 앞으로 닥칠 모든 일은 천황이 책임을 져야 할 것이오"


천황은 알지 못했다. 어떤 후과가 기다리고 있을지.



2032년 2월 18일 도쿄 경시청


이감응 경감이 다나카 요시오 형사를 불렀다.


"이봐 다나카. 그거 어떻게 됐어?"


"아, 네. 거의 다 되어갑니다"


"실수 없이 해야 돼. 국가의 명운이 걸린 일이라고"


"하이. 걱정하지 마십시오"


다나카의 휴대전화가 울린다. 궁내청에 심어놓은 끄나풀이다.


"모시모시! 우치다데스. 부탁하신 거 확보했습니다"


"그래? 수고했네. 가지고 오게"



30분 후 


콧수염을 기른 40대 중반의 사내가 도쿄 경시청 보안과 사무실에 들어선다. 다나카가 반가운 표정으로 맞는다. 사내는 검은색 납작 가방에서 서류 봉투를 꺼낸다. 그리고는 봉투에서 낡은 책 한 권을 꺼내 다나카에게 건넨다.


"한 번도 공개된 적 없는 황족 족보입니다. 지난번 미사일 공격 때 지하 서고에 보관돼 있던 것 중 온전하게 남은 건 이것뿐이라고 합니다"


"그래? 뭐 특이한 내용 없던가?"


"말씀하신 대로 황족의 뿌리는 백제더군요. 그리고 쇼와 천황은 다이쇼 천황이 비밀리에 들인 양자라는 믿지 못할 기록이 담겨 있습니다"


"뭐라? 2차대전을 일으켰던 쇼와 천황이 다이쇼 천황의 친자가 아니라고?"


"그렇다면 지금 천황도 황족의 피가 흐르지 않고 있다는 얘기구먼"


"그렇지요"


천황에게 황족의 피가 흐르지 않는다는 것은 놀라운 사실이었다. 국민 통합의 상징인 천황이 사실은 황족이 아니라는 엄청난 비밀이 알려지면 일본 국민들이 크게 동요할 것이 뻔했다. 


이를 보고받은 이감응은 쾌재를 불렀다.


"그래 바로 이거야"


미소를 머금은 이감응이 사오다 가쓰야 마이니치신문 기자에게 전화를 건다.


"사오다상. 특종 한 번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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