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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경민 Sep 29. 2019

소설 2045년
10. 황거 습격 작전

10. 황거 습격 작전


2032년 3월 1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 만세 소리가 울려 퍼졌다. 3.1절 기념행사였다. 한복 차림의 유성국 대통령이 광화문을 등에 지고 2미터 높이의 연단에 올랐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113년 전 오늘 우리 선조는 일제의 억압에 맞서 독립을 외쳤습니다. 수많은 분들이 일본 헌병의 군홧발에 짓밟히고 총과 칼에 목숨을 잃으면서도 두 팔 번쩍 들고 만세를 외쳤습니다. 오늘날 국제 정세는 바뀌었습니다. 대한제국을 집어삼키고 아시아 국가들을 차례로 유린하며 태평양 전쟁을 일으켰던 일본이 그런 과거 범죄에 대한 반성은커녕 역사를 왜곡하더니 평화헌법까지 개정하고는 또다시 전쟁을 일으켰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당하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일본의 침략을 막아냈고 더 이상 이마무라 정권이 일본 국민들을 전범으로 만들지 못하도록 했습니다. 일본 국민은 이제 한국 국민과 마찬가지로 대한민국의 보호를 받게 되었습니다. 


최근 일본의 천황이 한국인이라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양 국민은 피를 나눈 형제와 다름없습니다.  


친애하는 한국 일본 국민 여러분, 우리는 이제 역사를 뛰어넘어 세계 최강의 단일 국가가 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위협받는 세계 질서 유지를 위해 이바지해야 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 정부는 한국과 일본 간에 체결된 보호조약의 후속 조치를 취하고자 합니다.  아예 한 나라로 통합하는 한일 합방조약을 체결할 것입니다. 그리하여 위대한 대한민국의 새 시대를 열어나갈 것입니다"


광화문 광장에서 시청 앞 광장에 이르기까지 가득 메운 인파 사이에서 뜨거운 함성이 터져 나왔다.


"대한민국 만세! 한일합방 만세!"



같은 날 오후 도쿄 황거


천황 앞에 선 이지국 총독이 뒷짐을 진 채 말했다. 


"오늘 오전 유성국 대통령의 삼일절 기념사 내용 들으셨겠지요? 이마무라 총리도 한일합방조약 체결에 협조하기로 했으니 천황께서도 이제 적극 협조해 줄 것으로 믿습니다"


입을 굳게 다문 채 고개를 왼쪽으로 틀어 창밖 정원을 응시하던 천황이 일어선다. 


"사쿠라가 피려면 며칠 더 있어야 하나보오"



천황이 딴전을 피우자 이지국 총독이 콧수염을 가다듬으며 숨을 깊이 들이내쉰다. 


"벚꽃놀이할 시간은 주겠소. 그때까지 결심하지 않으면 나도 어쩔 수 없소"



2032년 3월 7일


총리관저


이마무라 총리가 굳은 표정으로 펜을 든다. 잠시 흔들림 없이 생각에 잠기는 듯하더니 문서에 서명한다. 한일합방조약이다.


"천황께서는 옥새를 내어주지 않으려 하실 겁니다" 


조약이 발효되기 위해서는 천황의 옥새가 필요했다. 


이지국 총독이 발끈했다.


"그러니까 총리가 설득을 해보란 말이오. 자신이 한국계라는 사실이 밝혀진 마당에 무슨 영화를 계속 보겠다고 조약에 반대를 한단 말이오? 일본 국민들도 바라는 일이지 않소? 괜한 고집 피우지 말고 어서 옥새를 찍으라 하시오"


"...."


"총리가 나서지 않겠다면 내 다른 수를 쓸 수밖에 없소이다"


이지국이 으름장을 놓았지만 이마무라는 답이 없었다. 옥새를 내어줄 천황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2032년 3월 10일


아카사카 클럽


나석이 파 넘버 2 한영욱과 야마구치구미 넘버 2 이토 타로 일행이 테이블에 앉아 위스키잔을 비우고 있었다. 일본을 장악한 나석이 파는 야마구치 파를 비롯한 야쿠자 조직과 형제 선언식을 한 이후 돈독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야마구치구미가 일본 전역에서 사채업과 부동산임대업, 도박업을 통해 들어오는 수익의 30%는 나석이 파에게 상납됐다. 그만큼 수익이 줄어들게 된 야마구치구미의 하부조직원들 사이에선 불만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뿐만 아니라 줄어든 수익을 보전하기 위해 임대료를 올리고 사채 이자를 올리는 바람에 야쿠자와 거래하는 이들도 불평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이토! 얼마 전 너, 부하 몇 명 혼을 내줬다는데, 사실이냐?" 


한영욱이 핏대를 올리자 이토가 고개를 떨구며 말했다.


"네, 형님, 애들이 요즘 지갑이 좀 얇아지다 보니까 동네 양아치 같은 짓을 하기에 손 좀 봐준 건데, 그게 형님 귀에까지 들어간 모양이군요"


"그래? 내 용돈 두둑하게 준비할 테니까 쓸만한 녀석들 몇 놈 모아봐. 조만간 할 일이 있으니까"


"네? 무슨 일입니까?"


"그건 알 거 없고, 칼 잘 쓰는 놈들 말이야. 닛뽄도!"


"네. 알겠습니다. 형님!"


한영욱은 자세한 일은 이야기하지 않았다. 황거 습격 작전은 극비리에 진행할 일이기 때문이었다. 한영욱은 나석이 파에서도 누구보다 충성심 강하고 애국심 강하기로 소문이 나 있었다. 이감응 경감의 지시를 받고 이미 자기 부하 12명을 습격 작전팀에 배정해놓고 있었다. 황거에 안내할 야쿠자 몇 명이 필요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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