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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경민 Aug 27. 2019

소설 2045년
11. 황후 암살 사건

한일 전쟁 미래 소설 2045년

11. 황후 암살 사건


2032년 3월 30일
황거 정원은 벚꽃으로 물들었다. 저녁 노을빛과 봄바람을 받으며 찬란하게 빛나는 벚꽃들의 향연이 펼쳐졌다. 천황이 황후와 함께 정원을 거닐며 향기에 취했다. 


"천황 폐하, 총독부에서 또 연락이 왔습니다. 벚꽃이 지기 전에 옥새를 찍어달랍니다. 어제 낮에 배달된 끔찍한 소포도 이와 관련 있지 않나 싶습니다"


그랬다. 황거에 배달된 소포에 비둘기 사채가 담겨 있었다. 속히 옥새를 찍으라는 협박 메시지로 볼 수밖에 없었다.


"아무래도 심상치 않습니다. 폐하" 


궁내청 장관이 몹시 염려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음... 벚꽃이 질 날도 며칠 남지 않았구려" 

                                                                                                  

하나둘씩 떨어지는 벚꽃을 바라보며 천황이 황후에게 말했다.                                              

해가 진 어둠 사이로 까마귀 떼가 날아든다. 하얀 벚나무마다 까마귀가 내려앉았다.


2032년 4월 10일
이틀 전 세차게 내린 봄비로 꽃비가 내렸다. 그 탓에 벚나무는 앙상한 가지만 남겼다. 세월의 무상함을 말해주듯 벚꽃의 향연은 일주일 만에 막을 내렸다.


새벽 2시
시커먼 닌자 복장의 사내 스무 명이 황거 해자를 건넌다.
그중 하나가 성벽에 삼지창이 달린 밧줄을 던진다. 단단히 걸린 걸 확인하고는 쏜살같이 올라간다. 걸어 잠겨 있던 성문이 열리고 대기하던 닌자들이 발소리도 없이 침투한다. 


"이토! 쥐새끼도 모르게 처리해야 돼. 알겠지?"


"네, 형님"


야마구치구미 넘버 2 이토가 이끄는 닌자들이 천황의 침소를 향해 움직인다. 모두 닛뽄도를 들었다. 


"웬 놈이냐?" 소스라치게 놀란 경비원이 소리를 지르자 닌자의 칼이 바람을 가른다. 왼팔이 잘린 경비원이 오른손으로 가스총을 꺼내려는 순간 닌자의 칼이 다시 한 번 바람을 가른다. 경비원의 나머지 팔도 잘려나가고 피가 콸콸 복도를 적신다.
어두컴컴한 방. 잠옷 차림의 여인이 잠을 깬다. 


"누구시오?" 


침대에서 돌아누우며 외친다. 


"천황은 어디 있소?"


천황을 암살하러 온 자객인 것을 눈치챈 황후가 무릎을 꿇었다. 


"천황 폐하는 지금 황거에 계시지 않소"


"무슨 소리를 하는 게요? 다 알고 왔는데 수작 부리지 마시오"


"폐하께서는 어제저녁 늦게 출타하셨소"


"뭐라, 얘들아 샅샅이 뒤져봐라"


 이토의 명령에 야쿠자 자객들이 흩어진다. 


"아니끼(형님), 천황의 모습이 보이지 않습니다"


"당신들은 일본 국민인 것 같은데, 어찌 천황 폐하를 해치려 하는 것이오?"

"우루세 (시끄러워). 아노온나오 코로세! (저 여자를 죽여라!)" 


이토의 신경질적인 명령에 닌자 2명의 칼이 황후의 목과 가슴을 친다. 황후의 목이 반쯤 잘린 채 덜렁거렸다. 베어진 목과 찔린 가슴에서 피가 솟구친다. 침대가 피로 물든다. 일본 황후는 그렇게 최후를 맞이했다.

명성황후 시해 137년 만의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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