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열도에 울려 퍼진 일본 만세 소리

한일 전쟁 미래 소설 2045년 (중) 23화

by 윤경민

23화. 일본 열도에 울려 퍼진 일본 만세 소리




2043년 3월 1일




정오를 기해 도쿄 신바시 역 앞에 시민들이 운집했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수도권에 사는 남녀노소가 구름처럼 모여들었다. 연단에는 33명의 지식인들이 도열했다. 한국의 압박과 차별을 더 이상 참을 수 없으며 독립 만이 살길이라고 뜻을 같이 한 일본의 민족주의 지도자들이었다.




연단에 올라선 나가노 유키오가 마이크를 잡고 독립선언서를 낭독한다.




"우리는 우리 일본이 독립한 나라임과 일본 사람이 자주적인 민족임을 선언한다. 이를 세계 만국에 알리어 인류평등을 실현하며 자손만대에 일본 민족의 정당한 독립 권리를 영원히 누려가지게 하는 바이다"




나가노 유키오의 목소리는 단호했다. 그가 한 마디 한 마디 내뱉을 때마다 스피커를 통해 울리는 그의 쩌렁쩌렁한 소리가 빌딩 숲을 메아리쳤고 청중은 뜨거운 눈빛으로 연단을 쳐다보았다.




"낡은 시대의 유물인 침략주의, 강권주의에 희생되어, 역사가 있은 지 몇천 년 만에 처음으로 다른 민족의 압제에 뼈아픈 괴로움을 당한 지 이미 10년이 지났으니, 그동안 우리의 생존권을 빼앗겨 잃은 것이 그 얼마이며, 민족의 존엄과 영예에 손상을 입은 것이 그 얼마인가?"



독립선언문.jpg

(1919년 발표된 기미독립선언문, 이 소설에 나오는 일본독립선언문은 이 선언문에서 발췌했다)



백여 년 전 일본이 한국을 식민지배했을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인간적 통치였음에도 일본 민족주의자들은 그 역사를 잊은 듯 자신들이 당한 차별과 핍박만을 강조하는 듯했다.




"당초에 민족적 요구로부터 나온 것이 아니었던 두 나라 합방이었으므로, 그 결과가 필경 위압으로 유지하려는 일시적 방편과 민족 차별의 불평등에 의하여 서로 이해가 다른 두 민족 사이에 영원히 함께 화합할 수 없는 원한의 구덩이를 더욱 깊게 만드는 오늘의 실정을 보라!


...


우리는 이에 떨쳐 일어나도다. 양심과 진리가 우리와 함께 나아가는도다. 남녀노소 없이 어둡고 답답한 옛 보금자리로부터 활발히 일어나 삼라만상과 함께 기쁘고 유쾌한 부활을 이루어내게 되도다. 앞길의 광명을 향하여 힘차게 곧장 나아갈 뿐이로다"




나가노의 연설이 이어지는 동안 신바시 일대는 한국 경찰과 헌병대원들의 작전이 펼쳐지고 있었다. 최루탄은 물론 실탄이 장전된 소총과 기관총으로 무장한 시위 진압 전투경찰과 헌병대 복장을 한 특공대원들이 발포 명령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나가노의 연설이 막바지에 이르고 있었다.




"오늘 우리의 이 거사는 정의, 인도, 생존, 번영을 찾는 겨레의 요구이다, 민족의 올바른 의사를 시원스럽게 발표하고 우리의 주장이 공명정당하게 하라!"




나가노의 연설이 끝나자 일본 독립선언문 공동 작성자 33명이 연단에서 좌우로 길을 열었다. 그러자 가운데 세워져 있던 대형 모니터에서 '히노마루' 일장기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어 일본 전통의상 차림의 나루히토 천황이 일장기와 디졸브되며 나타나 양손을 번쩍 치켜올리며 외친다.




"닛뽄 반자이!" (일본 만세)




그러자 청중들이 따라 외친다.




"닛뽄 반자이! 텐노 헤이카 반자이!"


(일본 만세! 천황 폐하 만세!)




엄숙한 분위기 속에 일본 시민들이 눈물을 흘리며 가슴속에 저며두었던 일장기를 꺼내 휘날리며 만세를 외친다. 신바시가 만세 소리에 떠나갈 듯 하던 그때.




"펑! 펑!"




공중에서 수십 발의 최루탄이 터지며 희뿌연 연기가 청중 사이에 퍼진다.




"두두두두...."




건물 옥상에서 발사되는 기관총 소리가 요란하고 연단에서 만세를 외치던 일본 민족대표 33인 가운데 몇 명이 쓰러진다.




"휙휙!"




호각 소리와 함께 전투경찰과 군 특공대원들이 청중 속으로 뛰어든다.




"닛뽄 반자이!"




"탕탕!" "푹! 푹!"




매캐한 최루탄 연기와 함께 진압부대의 투입에 놀란 시민들이 놀라 달아나는 사이에도 일본 만세를 외치는 이들이 있었고 진압대원들은 그런 이들을 향해 가차 없이 총알 세례를 퍼부었고 저항하는 자들에게는 소총에 장착된 대검으로 무자비하게 찔러 죽였다.




자비라는 것은 없었다. 비무장 상태의 시민들은 독립을 외치다 스러져갔다. 거리는 순식간에 피바다가 되어버렸다. 연단에는 체포조가 투입됐다. 33인 중 28명이 그 자리에서 체포됐다. 나가노 유키오도 예외는 아니었다.




한일합방 이후 10여 년 만에 처음으로 울려 퍼진 대규모 일본 만세운동은 그렇게 무참하게 막을 내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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