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쫓고 쫓기는 추격전

한일 전쟁 미래 소설 (중) 32화

by 윤경민

32. 쫓고 쫓기는 추격전


허벅지에 총을 맞은 이지국 총리는 급히 동경대 병원 응급실로 옮겨져 탄환 제거 수술을 받았다. 피를 많이 흘렸지만 위험한 고비는 넘겼다. 목숨은 건졌지만 당분간은 휠체어와 목발 신세를 져야 하는 상태였다. 천만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자신의 아들 결혼식에 기습 공격을 받은 이 총리는 이대로 놔둘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군부대를 습격하더니 최고 통치자인 내 목숨을 노려? 싹을 잘라버리지 않으면 더 큰 화를 입을 게 분명해"


총독의 분노에 전 군과 경찰, 정보기관에 비상이 걸리지 않을 수 없었다. 도쿄 경시청이 바빠졌다. 이감응 (도쿄 경시청 차장)은 도주한 나가노 유키오에게 현상금 백억 원을 내걸었다. 경찰이든 군인이든 민간인이든 나가노 유키오를 생포하거나 사살하는 자에게는 백억 원을 포상금으로 지급하겠다고 했다.


이 현상금에 가장 기뻐한 건 나석이 파 보스가 된 한영욱이었다. 자신의 보스였던 공나석을 살해한 야마구치 히데오와 더불어 나가노까지 잡아 원수도 갚고 현상금도 손에 쥐게 된다면 더없이 기쁜 일일 것이었다. 경찰은 경찰대로 한영욱은 한영욱대로 나가노와 야마구치 추적을 시작했다.




한편, 어깨 부상을 입고 피신한 나가노 유키오는 노리코를 잃은 슬픔과 분노에 술로 며칠 밤을 지새웠다. 노리코와의 사랑을 나눴던 숱한 날들이 나가노의 머릿속을 좀처럼 떠나지 않았다. 마치 그녀가 금방이라도 살아 돌아올 것 같은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이제 어쩔 셈인가? 자네의 연인을 잃은 슬픔은 알겠네만 그날 나도 부하 다섯을 잃었네"


아키야마 사령관이 입을 열자 야마구치 히데오도 나섰다.


"내 부하도 셋이나 죽고 둘은 병신이 됐어. 한 놈은 잡혀서 감방에 갔고"


"실패했다고 해서 포기할 순 없습니다. 이대로 한국의 영원한 식민지로, 자주 민족의 정신을 유린당하고 살 수만은 없습니다. 우리 독립군만 바라보고 있는 일본 민중들을 생각해야죠"


며칠간 술과 슬픔에 취해 있었지만 나가노는 주먹을 불끈 쥐며 굳은 의지를 드러냈다.


"그렇다고 섣불리 움직였다간 낭패 보기 십상이라는 것도 잘 압니다. 아마 지금쯤 놈들은 우릴 잡으려고 혈안이 돼 있을 겁니다. 모든 군부대와 주요 시설에 대한 경계는 강화했을 것이고 주요 인사들에 대한 경호도 철저하게 하고 있겠죠"


"그래 그렇겠지.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한다는 거야?"


야마구치가 다그치듯 물었다.


"본토를 쳐야지요"


"본토?"


"놈들은 일본 열도에만 온 신경을 쏟고 있을 거예요. 상대적으로 반도는 경계가 약할 게 분명합니다. 그러니 서울 청와대를 공격해 우리 일본 민족의 저항을 제대로 보여줘야 한단 말입니다"


현해탄 건너 반도의 서울, 청와대를 공격하자는 나가노의 말에 아키야마 사령관과 야마구치 히데오가 눈을 휘둥그레 떴다. 전혀 생각해보지 못한 엄청난 계획이었다.


"근데, 거액의 현상금이 걸린 자네가 어떻게 현해탄을 건넌단 말인가? 나 또한 수배 상태인데"


야마구치가 물었다.


"그건 내게 맡겨주게. 작전팀을 짜서 구체적 계획을 세워보겠네"


아키야마 사령관이 숨을 크게 내쉬며 말했다.



고문2.jpg


아키야마 사령관이 작전을 세우는 동안 도쿄 경시청 지하 취조실에서는 혹독한 고문이 자행되고 있었다.


"너, 야마구치 꼬붕 맞지?"


그날 총독 아들 결혼식날 습격에 참여했다가 경호팀이 쏜 총에 맞아 쓰러졌다가 붙잡힌 야마구치구미 소속 야쿠자 행동대원이었다.


"등에 용 세 마리가 똬리를 틀고 있는 거 보니 야마구치구미 내 중간 보스는 되는 모양이구나"


집요하게 묻는 건 이감응의 충실한 부하 다나카 요시오 형사였다.


하지만 녀석은 말이 없었다. 굳게 입을 다문 채 아무것도 발설하지 않겠다는 표정으로 다나카를 노려봤다.


"안 되겠군. 시작해!"


다나카의 명령에 살인적인 고문이 시작됐다.


고문.jpg


팬티만 입은 야쿠자의 발등에 화롯불에 달궈진 쇠젓가락이 내리 찍힌다. 살이 타들어가는 냄새와 연기가 코를 찌른다. 야쿠자의 입에서 고통스러운 신음이 새어 나온다. 뜨겁게 달궈진 쇠젓가락이 이번엔 그의 손등에 구멍을 낸다. 이 정도면 기절할 정도인데 야쿠자는 그래도 입을 열지 않는다.


"어라, 이 새끼. 보통이 아닌데, 안 되겠어. 얘들아 주사기 갖고 와"


다나카가 팔을 걷어붙이며 일어섰다. 부하 형사들의 고문이 못마땅한 듯 자신이 직접 하겠다고 나선다. 다나카는 주삿바늘을 야쿠자의 팔뚝에 꽂아 넣더니 피를 뽑는다. 주사기도 보통 주사기의 4배 이상 큰 주사기다. 한 번에 400밀리리터를 단숨에 뽑아낸다.


"이봐, 헌혈 고마워. 너 야마구치 꼬붕 맞지?"


"..."


다나카는 그럴 줄 알았다는 표정으로 주사기에 담긴 야쿠자의 시뻘건 피를 그의 얼굴에 뿜어댄다.


"헌혈을 또 하시겠다? 이렇게 고마울 수가 있나?"


다나카가 또다시 주삿바늘을 야쿠자의 팔에 아무렇게나 찔러 넣었다. 그리고 또 피를 뽑는다. 주사기 속에 시뻘건 피가 가득 찬다.


"또 4백 밀리 리터네. 고마워. 자 다시 한번 묻지. 너 야마구치 꼬붕 맞지?"


"..."


"그래? 이 정도까진 버틸 수 있다 이거지? 이건 어때?"


다나카가 좀 전에 쓰던 주사기의 두 배 크기 주사기를 집어 든다.


"이건 한방에 8백 밀리리터야. 너 네 몸속에 혈액이 몇 리터 흐르고 있는지 알아? 체중 70kg인 사람 몸에 보통 5.8리터의 혈액이 있다고. 너 대충 70kg 좀 넘는 거 같으니 6리터라고 치자. 아까 0.8리터 뽑았지. 이번에 이 주사기를 다 채워 뽑으면 또 0.8리터. 아까 거랑 합치면 1.6리터네. 숫자 복잡해서 내가 잘 모르겠지만 암튼 이걸로 3~4번 더 뽑으면 넌 어떻게 될까? 과다출혈로 그냥 저세상으로 가는 거겠지 "


다나카가 비열한 미소를 띠며 말하고는 주사기를 다시 야쿠자의 팔에 찔러 넣었다.


"그만!"


드디어 고문을 견디지 못한 야쿠자가 입을 열었다.


"이미 늦었어. 찔러 넣은 건 뽑아야지"


다나카는 세 번째 주사기를 야쿠자의 시뻘건 피로 채워 넣었다.


"이제 그만, 제발! 나 야마구치구미 소속 맞아"


"그건 이미 아는 거였고, 독립군 아지트를 말해! 네 오야붕도 함께 그 아지트에 있는 거 다 안다고. 어디야?"


"그건..."


다나카가 야쿠자의 피가 든 주사기를 들어 올리더니 그의 입에 뿜어댔다.


"이 피가 다 빠지기 전에 말하는 게 좋을 거야. 아니면 얼마 안 남은 네 피를 뽑아버릴 테니까?


"차이나타운"


야쿠자는 끝내 버티지 못했다. 요코하마 차이나타운 내 비밀 아지트의 주소를 불러주고 말았다.


다나카와 그가 부리는 일본인 형사들은 고문기술자로 악명을 날렸다. 한국 경찰도 혀를 내두를 정도로 악랄하게 일본 독립운동가들을 다뤘다. 이들에게 고문당한 뒤 실토하지 않고 배긴 자는 여태껏 아무도 없었다. 얼마다 지독했던지 고문실을 나간 후 사지가 멀쩡한 자는 없었다. 정신병원 신세를 진 자도 꽤 있었다.

주사기로 피를 뽑는 착혈 고문은 일제가 조선을 지배했을 당시 일본 경찰이 되어 조선인들을 무자비하게 고문했던 조선인 '고문 귀신' 하판락의 고문 수법을 배운 것이었다.


일본 독립군이 서울 침공을 계획하는 사이 이감응이 이끄는 도쿄 경시청은 독립군 아지트를 급습할 터였다.




다음 이야기... 당신의 선택은?

1. 경찰의 독립군 아지트 급습에 나가노가 사망한다

2. 경찰이 독립군 아지트 급습했지만 독립군은 이미 서울 침투 작전에 돌입한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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