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총독을 저격하라

한일 전쟁 미래 소설 (중) 31화

by 윤경민

31. 총독을 저격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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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7일 결혼식 날이 밝았다.

작전대로 일본 야쿠자 야마구치구미 일당이 하객으로 위장해 다른 하객들과 함께 식장에 투입됐다. 식장 곳곳에 퍼져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는 경호원들을 제압하는 것이 야쿠자들의 임무였다. 몸집이 날렵하고 보이는 곳에 문신이 없는 야쿠자들로 엄선했다. 물론 독립군 특수요원들도 투입됐다. 일부는 하객으로 일부는 웨이터 웨이트리스로 위장했다. 노리코는 당일 새벽 식장 무대 뒤편에 폭발물을 설치했다. 고성능 폭약이라 식장 전체가 날아갈 정도의 위력이 큰 폭약이었다. 총독은 물론 신랑 신부와 하객 모두 한꺼번에 죽이는 것이 목적이었다. 하객 대부분이 정부 인사와 친한파 인사일 것이기 때문이었다. 마지막으로 전파교란기를 주방 선반 아래에 설치했다. 경호팀이 사용하는 전파를 교란해 그들 간의 통신을 두절시킴으로써 거사 후 도주를 용이하게 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드디어 팡파르가 울렸다. 웨딩 곡이 울려 퍼지는 가운데 신랑이 힘차게 행진을 했다. 식장에는 야쿠자 12명, 독립군 특수요원 10명이 있었고 독립군 대장 나가노도 있었다. 얼굴이 알려져 있는 나가노는 특수 가면으로 위장하고 있었다. 총독이 죽는 걸 제 눈으로 보고자 직접 현장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었다. 총독 경호팀도 20여 명 곳곳에 배치됐다. 이상혁의 눈빛도 초롱초롱했다. 경호원들은 모두 가슴에 권총을 차고 있었고 한쪽 귀에는 무전용 인이어를 착용했다. 신랑 입장에 이어 신부가 입장했다. 식장 앞쪽에는 신랑 신부의 부모가 자리했다. 이지국 총독도 그 자리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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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12시 19분을 향해 가고 있었다. 노리코가 세팅한 타이머 12시 20분이 이제 1분 앞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째깍째깍"


이지국 총독은 하객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하기 위해 연단에 올랐다.

노리코가 폭발 1분 전, 이지국 총독의 모습을 확인하고 식장을 빠져나가려는 순간


"노리코! 이 아름다운 결혼식을 함께 축하해줘야지"


이상혁이 노리코의 손을 꼭 잡았다.

노리코의 마음이 급해졌다. 이제 50초만 있으면 식장은 굉음과 함께 무너질 터였다. 다른 야쿠자들과 독립군도 하나둘씩 식장을 빠져나가고 있었지만 식장에서 로비를 연결하는 문은 굳게 닫혔고 경호팀원들이 통제하고 있었다. 이러다간 모두 죽을 판이었다. 고성능 폭약에 식장이 천장째 무너지면 살아남을 사람은 한 명도 없을 터였다.


"아, 그래야지. 근데 하객들 식사 점검하러 주방에 좀 다녀와야 하는데"


"그건 좀 이따 챙겨도 되잖아. 지금 총독께서 말씀하시는데 얌전하게 들어야지"


낌새가 이상했다. 노리코의 손목을 쥔 이상혁의 악력이 점점 커져갔다.

초침은 점차 12시 20분을 향해가고 노리코의 맥박이 빨라졌다. 식장에서 벗어나려는 야쿠자와 독립군 요원들도 당황해했다. 굳게 닫힌 문 앞을 지키는 경호팀의 벽에 가로막혀 도저히 탈출할 수가 없었다.

노리코의 시계는 12시 19분 59초에서 20분 0초로 넘어가고 있었다. 노리코가 눈을 질끈 감았다.

그런데 폭약은 터지지 않았다.


"왜, 놀랐어? 터지지 않아서?"


이상혁이 노리코의 귀에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경호팀은 노리코가 그날 새벽 폭발물을 연단 뒤에 설치한 사실을 알아차렸고 타이머 세팅한 이후 이를 해제했던 것이다. 노리코의 폭약 설치 장면이 고스란히 비밀 CCTV에 찍혔고 이를 탐지한 경호원이 이상혁에게 보고했던 것이다. 총독 아들 결혼식장 폭파 작전이 실패하는 순간이었다.


"노리코, 네 정체가 이제 드러났어. 설마 했더니..."


이상혁이 노리코에게 수갑을 채우려는 순간이었다.


"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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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마구치구미 소속 야쿠자 한 명이 경호팀원의 권총을 빼앗아 쏜 것이다. 그때부터 야쿠자 독립군과 경호팀 간의 전투가 시작된다.


"탕! 탕!"


노리코는 이상혁을 손을 뿌리치고 연단을 향해 달려가고 총소리가 고막을 찢을 듯 울려대는 가운데 식장은 아수라장으로 변한다. 천여 명의 하객들은 혼비백산 흩어져 달아나며 아우성치고 야쿠자들은 웃통을 벗어던진 채 맨손으로 경호원들과의 육박전을 치른다. 권총으로 무장한 경호원들이 총을 쏘아대지만 하객으로 위장한 독립군 특수부대원들이 경호원들의 목을 조르고 뒤돌려차기로 쓰러트리며 권총을 빼앗아 죽고 죽이는 전투가 계속된다.


굳게 닫혔던 메인 게이트가 열리더니 폭스 24 소총으로 무장한 독립군 지원부대가 합류한다. 독립군의 무차별 사격에 경호팀은 물론 총독부 간부들과 친한파로 구성된 하객들이 하나둘씩 쓰러진다. 폭약 불발에 대비한 2차 작전이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공포에 빠진 이지국 총독이 어쩔 줄 몰라하는 사이 이상혁이 잽싸게 다가가 다른 하객들과 함께 옆문으로 빠져나간다. 이를 본 나가노와 노리코가 두 사람을 쫓는다. 3층 식장에서 2층으로 내려가는 비상계단에서 마주친 네 사람.


노리코는 치마 속 허벅지에 감춰뒀던 소형 데린저 권총을 꺼내 총독의 가슴을 겨눴다. 동시에 이상혁의 M35 권총은 노리코의 이마를 겨냥했다. 그때 나타난 나가노 유키오가 가면을 찢어 벗어던진다.


"일본 민족의 이름으로 당신을 처형하겠소"


나가노가 총독을 향해 방아쇠를 당기려는 순간 이상혁이 총구를 노리코에서 나가노 쪽으로 옮기는데, 노리코는 나가노 앞을 가로막는다.


"탕!"


이상혁이 쏜 탄환이 노리코의 가슴을 뚫고 나가노의 어깨에 박힌다. 노리코의 가슴과 등에서는 굵은 핏줄기가 콸콸 흐른다.


나가노는 "노리코!"를 외쳐보지만 그녀는 답이 없다. 이어 나가노의 권총이 불을 뿜고 이상혁이 고꾸라진다. 총독은 뒷걸음질 치며 계단 아래로 달아난다. 나가노가 정신을 차리고 방아쇠를 당긴다. 탄환은 총독의 허벅지에 꽂힌다. 이지국 총독의 몸이 데굴데굴 계단 아래로 구른다.


총독 암살 작전은 실패하고 노리코를 잃은 나가노는 슬픔과 분노를 삭이지 못한다.

총독부는 본격적인 독립군 체포작전에 돌입하고 독립군은 지하로 들어가 산발적 무장투쟁을 계속하는데...




독자들과 함께 쓰는 소설 204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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