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시장에는 재밌는 속성이 있다. 보통 경제학을 처음 배울 때 시장을 이해하는 첫 요소로 수요와 공급을 배운다. 수요가 많거나 공급이 적으면 재화의 가격은 오른다. 수요가 적거나 공급이 많으면 재화의 가격은 내려간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가 집을 짓고 배분하는 과정에서 왜 주택 수요자들은 스프링복 같은 모습을 보일까? 과거와 달리 집은 이미 많이 지어진 것 아닌가? 낮은 합계출산율로 인해 수요도 점점 감소하고 있는 것 아닌가? 그러나 일단 집값은 계속 오르고 있으니 수요와 상관없이 공급이 굉장히 적다는 결론에 도달하기 쉽다. 이는 집값이 주택 건설에 강한 영향을 받아 결정된다는 인식에 기초한다. 실제로 집값이 급격히 올랐던 2020~2021년 즈음 주택 공급 부족 문제를 지적하는 보도가 많이 나타나기도 했다.(미주32)
하지만 정말 공급 부족이 집값 상승의 가장 결정적인 이유일까? 이와 관련해 서울대학교 이준구 교수는 수요 측면에 발생하는 문제를 지적한다. 그에 따르면 우선 주택이라는 재화가 가진 속성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미주33) 집은 거주하기 위해 사는 소비재인 동시에 돈을 벌기 위해 사는 투자재다. 집값이 오를 때, 소비재로서의 집을 구매하려는 수요자는 집을 사지 않으려고 할 것이다. 이와 달리 돈을 벌기 위해 집을 사려고 하는 수요자는 집값이 오르면 오를수록 오히려 집을 사려고 할 것이다. 앞으로 가격이 더 오르리라 기대된다는 점에서 오히려 투자 기회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집이 재화로서 가진 이 두 가지 속성을 이해하면 기존에 많은 이들에게 익숙했던 수요 곡선과 공급 곡선으로 집값을 설명하기 어렵다는 걸 알 수 있다. 보통의 재화는 가격이 오르면 수요량이 줄어들어 어느 시점에 다시 가격이 내려간다. 하지만 집값은 투자재이기도 해서 집값이 오르면 오히려 ‘투기적 수요’가 늘어나 가격을 더 상승시킬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집값이 오르면 이게 더 오를지도 모른다는 걱정에, 집을 사는 곳으로 바라보던 사람도 막차를 급하게 잡는 심정으로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 집을 사려고 하게 된다.
참고로 투자와 투기를 구분하는 건 쉽지 않다. 내가 하면 투자, 남이 하면 투기로 인식하는 시각도 존재한다. 집에 대한 자본 투여는 생산 활동이 전제되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투기로 보이기도 하지만, 또 한편에서는 재테크를 위해 발품 팔이(임장) 등의 노력을 하며 투자라고 표현한다. 이 글에서는 ‘투기’라는 표현이 낳을지도 모를 이들의 노력에 대한 일방적 비난을 피하고자, 비록 한 쪽의 관점만 반영한 표현이긴 하지만 ‘투자’라는 표현을 사용하려 했다. 다만, ‘투기적 수요’라는 표현은 이를 설명하고 있는 이준구 교수의 저서를 존중해 해당 저서의 표현을 그대로 사용했다. 강조하고 싶은 점은 집에 대한 투자 모두가 투기적 수요라고 강조하기 위해 이런 단어 선택을 한 건 아니라는 것이다.
소비재와 투자재로서의 집의 속성은 수요뿐만 아니라 공급에서의 특수성도 만들어 낸다. 앞서 집값 상승의 이유로 주택 공급 부족을 지적한 많은 보도는 주택 건설 규제 완화를 주장했다는 점에서 주택 공급을 ‘더 많은 집을 건설하는 것’으로 이해했다고 보인다. 물론 집을 많이 지으면 지을수록 장기적으로는 많은 사람에게 이것이 돌아갈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러한 관점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게 너무 많다. 지금까지 있던 집이 무너지거나 없어진 것도 아닌데 어느 날 갑자기 집값이 상승한 이유는 뭐란 말인가. 일찍이 영국의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즈John Maynard Keynes가 이야기한 바에 빗대어 보면, 집을 계속 지으면 집값이 오르지 않으리라고 이야기하는 건 “우리는 모두 언제가 죽는다In the long run we are all dead”고 반복적으로 이야기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미주34)
이준구 교수는 이에 대해 주택 공급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집을 매물로 내놓는지 여부이며 ‘유효 공급량’이 더 중요한 쟁점이라고 지적한다.(미주35) 앞서서 집은 투자재로서의 성격도 가지기 때문에, 집값이 오르면 오를수록 투자 수익에 대한 기대로 인해 집을 사려고 하는 수요자가 더 늘어날 수 있다고 했다. 이는 반대로 집을 가지고 있던 사람으로서는 집을 팔려고 시장에 내놓지 않게 하기도 한다. 기다리면 기다릴수록 집값이 더 올라 시세 차익을 더 누릴 수 있으리라고 기대되기 때문이다.
그러면 집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이를 매매시장에 내놓지 않는 만큼 집을 더 많이 지으면 되는 것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집에 대한 투기적 수요는 집을 새로 짓는 속도보다 늘 빠르기 마련이다. 실제로 2015~2019년 동안 우리나라의 총주택 수는 10.8퍼센트 증가했으나 주택을 소유하고 있는 가구 수는 7.1퍼센트 증가했다. 서울의 경우 더 심각한데 같은 기간 동안 서울의 총주택 수는 5.8퍼센트 증가했으나 주택을 소유한 가구 수는 1퍼센트 정도 증가했다.(미주36) 이는 다주택자가 새로 지어진 집을 빠르게 사들이고 있다는 걸 보여 준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집을 더 많이 짓지 않아서 집값이 오른다는 것은 단편적 해석이다. 집값 상승은 곧 투기적 수요가 부추기는 수요자들의 스프링복과 같은 달리기와 공급자들의 매물 거둬들이기, 그리고 집을 가진 사람들의 또 다른 집 사들이기가 만든 합작품인 셈이다.
이와 같은 투기적 수요 외에 도시 공간의 분포와 같은 구조적 문제도 장기적 수요에 영향을 줘 집값이 오르게 한다. 우리 사회의 수도권 집중 문제가 주택 가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이다. 수도권 지역의 경우 집을 아무리 많이 지어도 산업과 인구의 쏠림에 따라 생겨나는 주택 수요를 따라갈 수 없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미주37) 2021년 기준 우리나라의 가구 수 대비 주택 수 백분율인 주택 보급률을 살펴보면 전국은 102.2퍼센트를 보였지만 수도권은 96.8퍼센트를 보였다.
이러한 산업과 인구의 쏠림 현상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캐나다 토론토대학교의 리처드 플로리다Richard Florida 교수는 고부가 가치 산업, 첨단 기술 혁신과 스타트업, 창조 계층이 집중된 소수의 ‘슈퍼스타 도시’로 뉴욕, 런던, 도쿄, 홍콩, 파리, 싱가포르, 로스앤젤레스, 서울, 샌프란시스코만 지역 등을 제시했다.(미주38) 이들 슈퍼스타 도시는 사람들에게 풍부한 경제적 기회와 계층 상승 가능성, 질 높은 서비스와 쾌적한 환경을 제공하지만, 감당할 수 없이 비싼 집값으로 경제적 불평등을 야기하고 있기도 하다.(미주39) 중앙대학교 마강래 교수는 이처럼 소수의 대도시만 더욱더 성장하는 세계적 조류 속에서 집값이 오르는 걸 막기 위해서는 비수도권 지역에 수도권 대항마를 형성해 수요를 분산시키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미주40)
나아가 집값의 상승에도 불구하고, 집을 둘러싸고 나타나는 사회 구성원들 간 지위 경쟁이 집에 대한 수요를 늘리고 있기도 하다. 최근 우리나라를 비롯한 많은 국가에서 나타나는 현상 중 하나가 중산층의 축소와 불안정이다. OECD에 따르면 많은 나라에서 중간 계층의 소득은 상대적으로나 절대적으로나 거의 증가하지 않았지만, 중간 계층으로서 삶을 누리기 위한 주거와 고등 교육의 비용은 소득보다 빠르게 증가해 왔다고 한다.(미주41) 이러한 문제와 관련해 하와이대학교의 구해근 교수는 우리나라의 중산층이 어떤 모습을 보이고 있는지에 주목한다.(미주42)
그에 따르면 OECD에서 제안한 중산층 기준인 중위 소득 50퍼센트에서 150퍼센트 사이를 우리나라에 적용하면 1980년대에는 중산층이 75퍼센트 정도였지만 2010년대에는 60퍼센트대 중반으로 나타났다. OECD에 가입한 국가 평균보다 급격히 떨어진 수치이긴 하지만 이를 가지고 중산층이 사라진다고까지 평가하긴 어려울 것이다. 때문에, 개인이 스스로 중산층에 속한다고 인식하는지를 측정한 ‘체감 중산층’ 조사 결과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한 언론 보도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느끼는 체감 중산층 비율은 1980년대 말 75퍼센트에서 2010년대 말 48퍼센트로 떨어졌다.(미주43) 구해근 교수는 둘 사이에 나타나는 차이에 대해 1990년대 외환 위기 이후 증가한 우리 사회의 불평등이 중산층 내에서도 커다란 격차를 만들어 냈기 때문이라고 본다. 중산층 내 계층 분열은 부유한 중산층에게 소비 행위, 주거지, 교육 차원에서 일반 중산층과의 계급 구별 짓기를 시도하도록 만들어(미주44) 이들과 일반 중산층 사이의 지위 경쟁을 일으킨다.
이러한 논의는 집을 사려는 마음속 경제적 불안 극복 동기를 좀 더 심층적으로 구분해 내는 일이기도 하다. 우리 사회의 구성원이 직면하고 있는 경제적 불안은 계층에 따라 그 정도가 다를 수 있으며 이것이 집값 상승의 부채질 요인인 ‘지위 경쟁’의 실체다. 분열된 중산층의 하부를 이루고 있는 계층에게 경제적 불안은 부유한 중산층과의 격차가 커지는 것에 대한 불안인 동시에 일반 중산층으로부터의 탈락에 대한 두려움이기도 하다. 이와 같은 불안은 특히 내 집 소유를 둘러싸고 더 극대화되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에서 중산층이라는 계층적 지위가 오랫동안 집을 비롯한 부동산 자산을 가졌느냐로 결정돼 왔기 때문이다.(미주45)
여기서 주택이라는 재화의 또 다른 속성이 드러난다. 집은 소비를 통해 다른 사람과 자신을 구별해 줄 수 있는 재화인 ‘지위재’로서, 개인은 소득이 늘어날수록 이에 대한 지출을 더 늘리는 경향을 보인다.(미주46) 집을 지위재로 이해하면 집을 향한 스프링복과 같은 달리기를 마치 카메라를 줌인zoom-in한 것처럼 더 상세히 설명할 수 있다. 부유한 중산층 나아가 상위 계층은 자신들의 지위를 공고히 하고 다른 계층과 자신들을 구별 짓기 위해 이미 집을 소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또 다른 집을 사려고 달린다. 투자자 혹은 투기적 수요자의 달리기다. 그리고 일반 중산층은 중산층 내 계층적 분열로부터 탈락당하지 않기 위해 열심히 달린다. 앞서 주택 담보 대출을 받아 분양 아파트를 살 수 있을지 살펴보며 확인했듯이 이들 중 일부는 평균 수준의 소득으로 집값을 감당하기에 버거운 상황에서도 달릴 수밖에 없는, ‘오징어 게임’식 달리기에 참가하고 있는 셈이다.
자본주의 사회의 당연한 현상 같아 보인다면 이면의 문제를 놓치는 것이다. 부동산 호황을 경기 회복의 지표로만 보는 시각과 달리, 집값 상승이 투기적 수요, 도시 간 불균형, 지위 경쟁에서 비롯했다고 보는 시각에 따르면 부동산 가격 상승은 우리 경제 전체의 불황을 야기할 수도 있다. 19세기 미국의 경제학자이자 정치가인 헨리 조지Henry George는 《진보와 빈곤Progress and Poverty》을 통해 토지 가치의 ‘투기적 상승’(미주47)이 경제 불황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걸 지적한 바 있다.(미주48) 그에 따르면 토지 가치의 상승이 미래에도 계속될 것이라는 기대가 사회에 퍼지면 토지 투기가 일어나 정상적인 상승 속도를 벗어난 가치 상승이 나타난다고 한다. 이와 같은 토지 가치의 투기적 상승으로 인해 노동과 자본이 통상의 대가를 얻지 못할 정도에 이르면 토지와 관련성이 높은 부문에서부터 생산 중단이 일어난다. 이는 다른 부문의 생산물에 대한 수요를 중단시켜 또 다른 생산 중단으로 이어지는 연쇄 작용을 일으키고 결국에는 전체 경제를 불황에 빠뜨린다.
토지 가치의 투기적 상승에 근거해 경제 불황을 설명하는 건 오늘날 경제를 완벽히 설명해 낸다고 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 토지와 그 위의 건축물을 의미하는 집이 토지와 동일하다고 이해할 수 있는지 논란이 있고 기술 혁신을 비롯한 여러 다른 변수가 거시 경제 변화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그러나 저성장 시대에 집은 비교적 안전한 투자처로 선호돼 많은 여유 자금의 투자를 이끌어 왔다. 경험적으로 집값은 오르기만 했기 때문이다. 헨리 조지의 불황 설명은 여러 가지 한계에도 불구하고 오늘날처럼 집에 자본이 몰리는 상황이 사회 전체 경제의 활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관해 나름대로 시사하는 바가 있다고 하겠다.
이 같은 분석은 스프링복 달리기에 참전한 이들에게 힘 빠지는 소리일지 모른다. 집이라는 재화가 가진 투자재로서의 속성에 따른 투기적 수요, 공간적 인구 쏠림에 따른 특정 지역의 집에 대한 장기적 수요, 지위 경쟁 과정에서 나타나는 집에 대한 수요는 일반적인 수요 곡선과 공급 곡선의 논리로는 이해할 수 없는 꾸준한 집값 상승을 우리 사회에서 가능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앞서 살펴봤듯, 우리 사회는 십여 년 전 하우스푸어 문제를 겪기도 했고 비교적 최근인 2022년에도 ‘영끌’로 집을 산 사람들이 이자는 오르는데 집값은 내려 고통받은 일이 있다.
이제까지 집값이 왜 오르는 건지에 관한 논의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재화가 가진 속성이 낳는 수요와 공급의 역학을 중심으로 설명했다. 물론 이런 설명은 한계가 있다. 실제 경제에서는 금리, 통화량과 같은 거시 경제 변수 역시 그 자체로 집에 대한 수요와 공급에 영향을 미쳐 집값을 변화시킨다. 실제로 2020~2021년의 집값 상승을 한국은행 기준 금리가 0.5퍼센트까지 내려갔던 초저금리에서 비롯된 걸로 이해하는 논의도 있는데(미주49) 이 같은 관점에서 볼 때 다시 금리가 내려갈 것이라 기대하기 어려운 2023년도의 상황에서 집값의 급격한 상승이 짧은 기간 안에 다시 찾아올지 의문이다.
“나만 아니면 돼”라는 말처럼 집을 소유하지 못했던 사람이 자신의 소득으로 감당할 수 있는 수준에서 집을 소유하게 된다면 그 자신은 이러한 사회 전체적 위험으로부터 조금은 벗어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이조차 내 집 소유를 통한 지위 경쟁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은 아니다. 중간 소득 계층인 소득 3분위 집단과 상위 계층인 소득 5분위 집단 간 순자산 격차는 여전히 벌어지고 있다.
구조적인 문제를 늘어놓고 집을 사려는 마음을 비판하려는 건 아니다. 중요한 건 현실적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본질을 봐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 사회의 많은 이들은 집을 많이 지을 수 있도록 각종 규제를 완화하지 않아서 집값이 오른다고 이야기한다. 이런 규제 때문에 내 집을 사지 못했고 그래서 내가 중산층에서 탈락할지 모른다는 불안에 시달린다는 것이다. 당사자가 아닌 이상 가볍게 이야기할 수 없는 이런 불안은 충분히 존중받아야 한다.
다만, 오르는 집값이 투기적 수요, 인구의 쏠림, 지위 경쟁에서 비롯된 거라면 우리 사회가 주목해야 하는 대응 방법은 어떻게 하면 집을 많이 지을 수 있을지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투기적 수요, 인구의 쏠림, 지위 경쟁을 해소할 수 있을지’여야 할지도 모른다. 앞서서 본 중앙대학교 마강래 교수가 주장하는 바와 같이 인구와 산업이 집중된 수도권에 대항하는 지역을 형성해 수요를 분산하는 게 더 중요한 대응일 수 있는 것이다. 투기적 수요를 억제해 소비재로 집을 사려고 하는 사람들의 선택이 주택 시장에서의 가격 결정에 지배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게 단순히 집을 많이 짓는 것보다 더 중요할 수 있다. 이러한 환경에서야 비로소 주택 시장에서도 ‘보이지 않는 손’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는 걸지도 모른다.
지위 경쟁에 대한 대응 역시 집을 많이 짓는 것이기 어렵다. 우리 사회에서 나타나는 또 다른 지위 경쟁인 사교육 문제에 빗대 생각하면 더 이해하기 쉽다.(미주50) 많은 이들이 사교육이 공교육의 실패로 나타났다고 이해한다. 이는 절대적 교육 향상이 학생 수준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이해에 기초한다. 하지만 교육은 이를 통해 유리한 지위를 차지하려는 지위 경쟁과 뗄 수 없다는 점에서 교육으로 상대적 우위를 확보할 수 있느냐의 문제기도 한다. 연세대학교 하연섭 교수는 이러한 관점에서 전체적으로 교육의 질이 높아지더라도 지위 경쟁으로 인해 오히려 개선된 질보다 더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교육이 번창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집도 마찬가지다. 집을 더 많이 지어 그 절대량을 획기적으로 늘리면 더 많은 사람이 집을 소유할 수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상위 계층과 부유한 중산층이 상대적 우위를 공고히 하기 위해 더 많은 집을 사들이고, 일반 중산층은 더 뒤처지지 않기 위해 방어적으로 몸부림치며 집을 사려고 한다. 그 결과 시장에서 집값이 오르기만 해 집을 소유하지 못한 사람의 주거 불안과 경제적 불안이 이전보다 더 심각해지기만 할 수 있다. 때문에 중요한 건 집을 더 많이 짓느냐가 아니라 집을 둘러싼 지위 경쟁이 줄어들 수 있도록 아파트, 다가구주택, 고시원 등과 같은 주택 유형이나 자가 점유, 전세, 월세 같은 점유 형태로 나타나는 계층에 따른 주거 배분 문제, 그리고 승자 독식 구조를 완화하는 걸지도 모른다.
하지만 여기서 우리 사회는 한 가지 핵심적인 문제를 맞닥뜨리게 된다. 이러한 대응과 접근에 대한 사회적 지지가 없다면 집값을 둘러싼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이미 스프링복처럼 뛰고 있더라도 모두가 낭떠러지 아래로 떨어지기 전에 멈출 수는 없을까?
(미주32) 조선일보, 〈[사설] 22번 오판 끝에 드디어 내놓은 아파트 공급 대책〉, 《조선일보》, 2020.8.5.
https://www.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8/04/2020080404557.html?utm_source=naver&utm_medium=original&utm_campaign=news
(미주33) 이준구, 《누가 내 집 마련의 꿈을 빼앗아 갔는가?》, 문우사, 2023., 39쪽.
(미주34) 이준구, 《누가 내 집 마련의 꿈을 빼앗아 갔는가?》, 문우사, 2023., 36쪽.
(미주35) 이준구, 《누가 내 집 마련의 꿈을 빼앗아 갔는가?》, 문우사, 2023., 37쪽.
(미주36) 마강래, 《부동산, 누구에게나 공평한 불행》, ㈜메디치미디어, 2021., 119쪽.
(미주37) 마강래, 《부동산, 누구에게나 공평한 불행》, ㈜메디치미디어, 2021., 158-162쪽.
(미주38) 리처드 플로리다(안종희 譯), 《도시는 왜 불평등한가》, 매경출판(주), 2018., 45-46쪽.
(미주39) 리처드 플로리다(안종희 譯), 《도시는 왜 불평등한가》, 매경출판(주), 2018., 64-68쪽.
(미주40) 마강래, 《부동산, 누구에게나 공평한 불행》, ㈜메디치미디어, 2021., 158-217쪽.
(미주41) OECD, 《Under Pressure: The Squeezed Middle Class》, Paris: OECD Publishing, 2019., p.16. (구해근, 《특권 중산층》, 창비, 2022., 10쪽에서 재인용)
(미주42) 구해근, 《특권 중산층》, 창비, 2022., 9-29쪽.
(미주43) 박돈규, 〈[아무튼, 주말] ‘중산층’이 사라진다 30년 전 국민 75% “난 중산층”…올해엔 48%로 뚝〉, 《조선일보》, 2019.1.26. https://www.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1/25/2019012501980.html?utm_source=naver&utm_medium=original&utm_campaign=news (구해근, 《특권 중산층》, 창비, 2022., 12-14쪽에서 재인용)
(미주44) 구해근, 《특권 중산층》, 창비, 2022., 21-26쪽.
(미주45) 손낙구, 《부동산 계급사회》, 후마니타스, 2008, 7쪽 (구해근, 《특권 중산층》, 창비, 2022., 104쪽에서 재인용), 박해천, 《아파트 게임: 그들이 중산층이 될 수 있었던 이유》, 휴머니스트, 2013., 19-20쪽 (구해근, 《특권 중산층》, 창비, 2022., 104쪽에서 재인용)
(미주46) Hirsch, F., 《Social Limits to Growth》, London: Routledge & Kegan Paul, 1976. (하연섭, 《제도분석-이론과 쟁점-》, 다산출판사, 2011., 329-332쪽에서 재인용)
(미주47) 이 또한 이에 대한 설명을 제공하고 있는 대구가톨릭대학교 전강수 교수의 《토지의 경제학》을 존중해 투기적 상승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미주48) 전강수, 《토지의 경제학》, 주식회사 돌베개, 2012., 169-170쪽.
(미주49) 박준, 〈주택 가격급등 원인과 정책대응에 대한 연구: 전문가 인식을 중심으로〉, 《한국지역개발학회지》, 33(1), 2021., 49-88쪽.
(미주50) 안병영·하연섭, 《5.31 교육개혁 그리고 20년》, 2011., 다산출판사, 402-405쪽., 하연섭, 《제도분석-이론과 쟁점-》, 다산출판사, 2011., 329-332쪽.
※ 이 글은 (사)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의 지원으로 작성한 글이라는 것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