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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집덕후의 연구원룸 May 31. 2024

집값 상승 없이 내 집을 마련할 수 있을까

    우리 사회는 집을 둘러싸고 나타나는 투기적 수요, 수도권 집중, 지위 경쟁에서 벗어나고자 오랫동안 노력해 왔다. 우리가 이러한 사회적 대응에 함께 할 수 있는지 고민해 볼 수 있도록 구체적인 사례를 살펴보려 한다. 다만, 도시 간 불균형 문제에 관한 사회적 대응 사례는 논외로 두고자 한다. 이는 우리 사회의 인구 및 산업 구조, 그리고 그 분포, 나아가 지방 분권 문제에 이르기까지 매우 거시적인 구조를 변화시키는 장기적인 과제다. 개개인에게 이러한 노력에 함께 할 수 있는지 질문하고 함께 고민하는 게 쉽지 않기도 하거니와 이를 전문으로 연구하는 분들이 있기에 이 책에서 다루는 건 적절치 않다고 판단했다. 독자에겐 양해를 구한다.

      

사람들이 싫어하는 세금보유세     

    투자재로서의 집을 둘러싸고 투기적 수요가 발생할 때 이를 걸러내 시장이 완전 경쟁 시장에 가깝게 작동하도록 하는 정책 수단에는 무엇이 있을까? 이와 관련해서 많은 이들이 종합 부동산세를 비롯한 보유세를 강조하고 있다. 종합 부동산세는 집을 많이 가진 사람에게 더 많이 과세하여 집에 투자해서 얻을 수 있는 수익률을 낮추고 이들이 집을 매물로 내놓게 하는 수단이다.(미주51) 과세는 귀따가운 해법처럼 들리지만 조금 큰 관점에서 이야기해 보려 한다.   

  

    우리는 가족, 학교, 직장 등과 같은 공동체에서 수많은 관계를 맺으며 살아간다. 심지어 편의점이나 마트에서 무언가를 사는 거래 행위도 광의에선 하나의 관계다. 일상 속 거래에서 이뤄지는 자발적 교환에 근거한 사회적 제도가 바로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시장이다. 그러나 시장은 그 자체로 자발적 교환을 보장할 수 없다. 시장에서 자발적 교환이 일어나기 위해서는 어떤 재화가 누구의 재화인지가 분명해야 하고 이것이 다른 사람으로부터 보호받아야 한다.     


    이처럼 소유권을 정립하고 보호하기 위해서는 법과 질서가 필요하고 국가는 강제력에 기반해 이러한 역할을 수행한다. 그리고 그러한 국가를 구성하는 물적 기반을 이루는 게 바로 세금이다. 우리가 원하지 않는데도 부담해야 하는 비자발적 교환이지만 이것 없이는 시장이 존재할 수 없다. 연세대학교 하연섭 교수는 이러한 기제에 대해 자발적 교환을 기본으로 하는 자본주의가 성립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조건이 비자발적 교환인 조세이고, 이는 국가가 소유하고 있는 강제력을 통해서만 거둘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역설적이라고 표현했다.(미주52) 이러한 맥락에서 집에 대한 보유세 역시 주택 매매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을 저해하는 투기적 수요를 걸러 내기 위한 매우 역설적인 수단이라고 할 수 있다.     


    나아가 보유세는 대출 규제나 전매 제한과 같은 정책 수단과 비교했을 때 가격 유인을 통해 시장의 왜곡을 피하면서 민간의 행위를 일정한 방향으로 이끈다는 점(미주53)에서 시장 친화적인 정책 수단이라고 할 수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의 경제학자 존 노어리가드John Norregaard 역시 부동산은 이동성이 없기에 과세를 한다고 하더라도 납세자가 낮은 세율을 찾아 외국으로 이동하기 어려운 점, 부동산을 소유하는 것 자체에 과세하여 토지와 건물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도록 유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부동산에 과세하는 게 매우 효율적인 수단이라고 강조했다.(미주54) 부동산 보유세의 뿌리는 토지 가치세다. 토지 소유자들의 소득인 지대에 과세하는 방안을 주장하며 헨리 조지가 제안한 개념이다. 세금에 강한 거부감을 보인다고 알려진 신자유주의 경제학자인 밀턴 프리드먼Milton Friedman조차 이 토지 가치세가 모든 세금 중 가장 덜 나쁜 세금이라고 하기도 했다.(미주55)     


    보유세가 가진 이와 같은 여러 긍정적 요소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은 보유세에 대해 거부감을 가지고 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국민, 기자, 정책 전문가 등 1만 4628명이 참여한 설문 조사 결과 2022년 기획재정부 최고의 정책으로 과중한 부동산세 부담 완화와 ‘양도 소득세·종합 부동산세 정상화’가 선정됐다고 한다.(미주56)

     

    보유세에 대한 부정적 시선은 미국도 마찬가지다. 미국 납세자에게 어떤 세금을 가장 싫어하는지 물었을 때 부동산 보유세를 포함하고 있는 재산세가 항상 첫 번째로 꼽혔다.(미주57) 심지어 재산세를 가장 싫어하는 세금으로 응답한 비율은 1990년 28퍼센트였으나 2005년에는 42퍼센트까지 증가해 그 거부감이 점점 더 강해진 걸로 나타났다.



    이처럼 부동산 과세에 많은 사람이 부정적인 이유에 대해 경제학자들은 보유세가 다른 세금에 비해 납세자의 눈에 더 쉽게 띈다는 점을 든다. 우리가 어떤 물건을 사면서 지불하는 부가가치세나 원천 징수가 이뤄지는 소득세는 보유세만큼 납세자의 주의를 끌지 않는다는 이유다.(미주58) 다른 재화와 달리 쉽게 옮길 수 없다는 부동산의 특징도 한몫한다. 과세의 효율성을 높인다는 장점이 있지만 이는 곧 납세자로서는 세금을 회피할 방안이 없다는 뜻이기 때문이다.(미주59)    

 

    보유세는 그 특수성에 기반한 거부감 외에도 많은 오해를 사고 있다. 우선, 정말 보유세가 투기적 수요를 걷어낼 수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이 있을 듯하다. 공교롭게도 우리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보유세인 종합 부동산세가 강화된 시기에 집값이 오르는 경험을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디테일을 들여다보면 얘기가 다르다. 신뢰할 수 있는 보유세 정책이 되려면 이를 주택 시장의 기능을 정상화하기 위한 일관된 규칙으로 정립해야 하는데 그간의 시도들은 집값 변동에 따라 혹은 정부 권력을 잡은 정당의 성향에 따라 자주 그 내용이 오락가락했던 것이다. 서울대학교 이준구 교수는 진짜 문제는 종합 부동산세가 제대로 정착되지 못하니 보유세를 일시적으로 강화하더라도 많은 이들이 언젠가는 다시 정책이 변할 거라 기대하는 거라고 지적했다.(미주60) 게다가 앞서 언급했듯 2020~2021년 집값이 오른 이유로 초저금리를 지목하는 이들도 있어(미주61) 보유세에 모든 책임을 떠넘기긴 어렵다.     


    세금에 대한 사회적 거부감이 보유세 인상을 개개인 모두의 세금 부담이 늘어나는 걸로 오해하게 만드는 측면도 있다. 하지만 2022년 국세청이 주택분 종합 부동산세를 납부하도록 고지서를 발송한 인원은 122만 명(미주62)으로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2.4퍼센트 정도다. 우리나라의 보유세가 다른 나라와 비교해 높은지 살펴볼 필요도 있다. OECD의 통계 자료에 따르면 2021년 우리나라의 GDP 대비 부동산 보유세recurrent taxes on immovable property는 1.18퍼센트로 OECD에 가입한 국가 중 열두 번째로 높았다. 이는 OECD에 가입한 국가 평균인 0.97퍼센트보다는 높지만 그렇다고 다른 나라에 비해 우리나라의 보유세가 훨씬 높다고 평가하긴 어려운 수치다.    

 

    일각에서는 양도 소득세를 거래세로 분류해서 이것까지 포함하면 우리나라의 부동산 관련 세금은 OECD 국가 중 제일 높은 수준이라고 하기도 한다.(미주63) 이러한 지적은 보유세를 높이려면 거래세를 낮춰야 주택 거래가 늘어난다는 인식에 기초한 걸로 보인다. 거래세인 양도 소득세도 높으면서 보유세를 높이려고 한다는 비판인 셈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양도 소득세를 소득세법에서 다루고 있어 기본적으로 이를 자본 이득에 대한 과세로 규정했다고 보인다. 아예 거래세와 구별되는 이전세(미주64)로 분류하기도 한다.

     

    한편, 이준구 교수는 양도 소득세가 투기적 수요를 억제하는 효과를 가짐에도 불구하고 주택 시장에서 나오는 매물을 줄여 집값을 올리기도 한다고 지적한다.(미주65) 하지만 이는 높은 양도 소득세 때문에 보유세를 강화하면 안 된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보유세가 양도 소득세보다 더 효과적일 수 있다는 지적에 가깝다. 설령 집을 매물로 내놓으려는 이들의 거래가 활발히 이뤄지도록 양도 소득세를 낮출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더라도, 양도 소득세와 보유세를 구분해 국가 간에 비교해 볼 필요가 있고 그 효과도 검증해 봐야 한다. 보유세 강화를 비판하기 위해 양도 소득세를 드는 것은 어폐가 있는 셈이다.     


    보유세 강화를 떠올리면 또 하나 머릿속에 그려지는 게 있다. 집을 많이 가지고 있는 사람은 당연히 그 집을 다른 사람에게 임대하고 있을 텐데 보유세 부담을 임차인에게 떠넘길 위험이 있지 않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준구 교수는 경제학 이론에 비추어 볼 때 임차인이 임대인의 세금 부담 떠넘기기를 받아들여 실제로 조세 전가가 일어난다고 확언하기는 어렵다고 말한다.(미주66) 집을 여러 채 가지고 있는 사람은 보유세가 늘어나도 그 집을 놀리기보다는 임대하여 임대료를 받으려는 동기가 있다. 하지만 집을 빌려 쓰는 사람은 임대인이 보유세 부담을 떠넘겨 갑자기 임대료를 높이려고 하면 이사하거나 아예 집을 사버리는 선택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경제학적으로 표현하면 임대 주택 시장에서 수요 곡선의 가격 탄력성은 공급 곡선의 가격 탄력성보다 더 크기 때문에 조세 전가가 일어나기 어렵다는 논지다.   

  

    지금까지의 논의를 정리해 보면 보유세는 집을 둘러싼 투기적 수요를 걷어내 시장 기제에 따라 적절한 집값이 형성되도록 하는 시장 친화적인 정책 수단이면서 효율적인 도구다. 보유세를 둘러싼 다양한 오해에 대해 논했지만 보유세를 거부하는 심리엔 언젠가 자가를 소유하게 됐을 때의 가정도 자리할 것이다. 자신이 보유세의 대상이 되거나 보유세가 자신의 집값이 오르는 걸 막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물론 상상은 자유지만 통념과 달리 보유세를 약화하는 게 오히려 집을 사는 진입 문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당신은 이런 상황에서 종합 부동산세를 비롯한 보유세를 강화하는 걸 받아들일 수 있는가?     




지위 경쟁에서 벗어나기 위한 몇 가지 분양주택     

    오르는 집값을 둘러싼 또 다른 문제인 지위 경쟁을 줄이는 정책 수단에는 무엇이 있을까? 우리 사회의 대표적인 지위 경쟁인 대학 입시를 두고 한 가지 상상을 해보자. 만약 대학에 진학하지 않아도 우리 사회 평균 수준의 소득과 자산이 보장되고 사회적으로 갑질을 당하지 않는다면 대학에 진학할 의향이 있는가. 누군가는 공부를 자아실현의 요소로 보고 대학에 가고자 할 것이다. 누군가는 사회·경제적 삶이 대학 진학에 좌우되지 않는다면 대학에 가지 않는 걸 진지하게 고민할 것이다. 실제로 대학이 사회·경제적 지위에 미치는 영향에 따라, 각 사회의 대학 진학 선택이 달라지는 경향이 있다.     


    다시 OECD의 통계 자료를 활용해 복지 제도가 잘 자리 잡았다고 알려진 북유럽 및 서유럽 국가 다섯 곳(덴마크, 독일, 오스트리아, 스웨덴, 프랑스)과 신자유주의 국가로서의 특성이 강하다고 알려진 영미권 국가 다섯 곳(뉴질랜드, 미국, 영국, 오스트레일리아, 캐나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2021년 25세에서 34세 인구의 고등 교육 이수율population with tertiary education이 어떻게 나타나는지 비교해 보자. 프랑스를 제외한 북유럽 및 서유럽 국가 네 곳은 30~40퍼센트, 뉴질랜드를 제외한 영미권 국가 네 곳은 50~60퍼센트의 고등 교육 이수율을 보이는 걸 알 수 있다. 국가 간 비교인만큼 그 사회가 처해왔던 여러 맥락을 고려해야겠지만 사회 안전망이 잘 발달한 사회에서는 개인이 자신의 진로와 관련해 대학 진학을 비롯한 고등 교육 이수와는 다른 선택을 하고 있을 개연성이 드러나는 결과다.



    이처럼 지위 경쟁에 벗어난 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해서는 일정 수준의 사회·경제적 지위를 보장할 수 있는 여러 다른 선택지가 주어지는 게 중요하다.(미주67) 집을 둘러싼 지위 경쟁도 마찬가지다. 집을 가졌느냐 마느냐가 개인의 사회·경제적 지위에 미치는 영향을 줄일 수 있어야 한다. 우리 사회가 개인에게 현재 집을 가진 사람이 누리는 사회·경제적 지위와 비슷한 지위를 누릴 수 있는 여러 다른 선택지를 충분히 제공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이러한 방안으로 가장 먼저 떠올릴 수 있는 수단은 풍부한 사회 안전망일 듯하지만 여기서는 주거와 관련된 여러 제도에 좀 더 초점을 맞춰 보자.     


    그러려면 아파트에 사느냐 마느냐 혹은 내 집을 소유했느냐 마느냐 같은 게 만들어 내는 지위의 차이를 줄여나가는 수단을 강구해야 한다. 예를 들어 우리가 월세나 전세로 집을 빌려 쓰더라도 집을 소유한 사람만큼 오랫동안 한집에서 살 수 있고, 주거비 역시 부담할 수 있는 범위에서만 오른다면 지금과는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을지 모른다. 이는 우리에게 자산 증식을 보장해 주지 못해도 주거 불안과 일정 정도의 경제적 불안은 벗어나게 해줄 수 있다. 이러한 점유 중립적tenure neutrality(미주68) 정책 수단에 대해서는 4장에서 좀 더 살펴보려고 한다.

     

    내 집을 소유한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앞서 볼 수 있었듯 최소한 오늘날 수도권의 집값은 도시에서 평균 정도의 소득을 버는 개인이 부담하기에 너무 높다. 그러나 실제로 집을 살 때는 이러한 비용 부담을 지고라도 대출을 받아서 집을 살 수 있는 사람, 부모님을 비롯한 가족의 도움으로 대출을 조금만 받아 원리금 상환액 부담을 낮출 수 있는 사람, 아예 대출을 안 받고도 집을 살 수 있는 사람 등으로 나뉠 수 있다. 이는 집을 사고 난 뒤에도 개인 간 소비와 삶의 질에서 차이를 만들 수밖에 없다.     


    우리 사회는 이러한 차이를 줄일 수 있도록 집을 사는 데 있어 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몇몇 정책 수단을 만들어왔다. 여러 가지 사례가 있지만 대표적으로 토지 임대부 분양 주택과 이익 공유형 분양 주택을 살펴보면 좋을 듯하다. 우리가 토지 임대부 분양 주택을 분양받으면 토지는 공공이 소유하지만 그 땅 위의 건축물은 우리 소유가 된다. 집은 토지와 그 위의 건축물로 이뤄지는데 집값이 비싼 건 보통 이 땅값이 비싸기 때문이다.(미주69) 토지 임대부 분양 주택에서 구매자는 땅을 사는 대신 땅을 이용하는 임대료를 내고 건축물만 사기 때문에 분양 주택에 입주하거나 일반적인 집을 사는 것보다 값싸게 집을 살 수 있다. 때문에 이 정책이 우리나라에서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한 2006년에는 이를 반값 아파트라고 부르기도 했다.(미주70) 2022년 서울주택도시공사는 서울 강동구에 59제곱미터(18평)의 토지 임대부 분양 주택을 추정 분양가 3억 5537만 원으로(미주71) 사전 예약을 받은 바 있다. 이는 최고 경쟁률 118대 1을 보일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미주72)     

    이익 공유형 분양 주택은 분양받을 때 주변 시세보다 조금 저렴하게 집을 사는 대신 그 집을 팔 때는 한국토지주택공사와 같은 공공 주택 사업자에게만 팔 수 있게 하는 제도다. 집을 팔면서 생기는 시세 차익 중 일부는 공공에 되돌려줘야 한다. 2023년 정부는 ‘뉴:홈’이라는 브랜드로 공공 분양 주택 사전 청약을 받으며 나눔형이라는 유형으로 이러한 이익 공유형 분양 주택 입주 희망자를 모집했다. 경기도 고양시에 공급된 59제곱미터(18평)의 이익 공유형 분양 주택은 추정 분양가가 3억 9778만 원, 84제곱미터(25평)의 주택은 추정 분양가가 5억 5283만 원이었다.(미주73) 이때 사전 청약은 경기도 고양시에 공급된 84제곱미터 집에서 82대 1의 최고 경쟁률을 보였다.(미주74)     


    대출을 받아도 일반적인 분양 아파트를 살 수 없거나 부모님을 비롯한 가족의 도움 없이 대출을 갚아나가기에 너무 부담스럽다면, 이런 집에 입주해서 부담을 낮추는 걸 고민해볼 수 있다. 2023년 상반기에 청약 신청이 진행된 서울 영등포구의 84제곱미터(25평) 분양 아파트의 분양가가 11억 6430만 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이익 공유형 분양 주택을 기준으로 서울과 인접한 경기도 고양시에 그 절반에 못 미치는 5억 5283만 원으로 집을 가질 수 있는 건 큰 메리트다. 이는 지위 경쟁에서 벗어나는 데도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물론 토지 임대부 분양 주택과 이익 공유형 분양 주택은 주택 구매를 위해 앞만 보고 달려왔던 사람들에게 시원한 해법은 아니다. 토지 임대부 분양 주택은 땅값을 임대료로 내야 하고 내 집도 팔고 싶은 사람한테 마음대로 팔 수 없어 집을 빌려 쓰는 것과 다른 게 없다는 생각이 들 수 있다. 땅 없이 건축물만 팔아서 나중에 남는 게 있긴 할까하는 생각도 들 터다. 이익 공유형 분양 주택은 땅을 가진다는 점에선 이익이지만 결국 공공 주택 사업자에게만 팔 수 있고 시세 차익도 빼앗기니 이하 동문이다.     


    이 때문에 2023년 12월 관련 법령 개정이 이뤄지기도 했다. 구매한 지 10년이 지나면 토지 임대부 분양 주택도 공공 주택 사업자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마음대로 팔 수 있도록 한 것이다.(미주75) 그러나 그러한 방향으로 정책을 변화시키는 것에도 우려스러운 지점이 있다. 2013년에 입주가 이뤄진 서울 서초구와 강남구의 토지 임대부 분양 주택을 산 사람은 입주하고 5년이 지나면 그 집을 자유롭게 팔 수 있었는데 그 결과 분양가와 비교해 7~10배가 넘는 호가가 나타났다.(미주76) 정책의 효과가 말짱 도루묵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해당 사례는 땅값이 비싼 서초와 강남의 얘기고, 개정된 법령은 집을 공공 주택 사업자가 아닌 사람에게 팔 수 있는 시점을 과거의 5년 뒤가 아니라 10년 뒤로 늘리는 것이기는 하다. 그러나 정책 수혜자의 요구를 무한정 받아 주다 보면 공공의 지원을 받아 집에 투자하려는 사람이 늘어날 수 있다.     


    토지 임대부 분양 주택과 이익 공유형 분양 주택 같은 정책 수단은 그 핵심 목적이 무엇인지 재고할 필요가 있다. 집이 없는 사람이 집에 투자해서 자산을 키워 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보다, 집을 사려고 하는 사람들 사이의 사회·경제적 지위 차이를 줄여나가기 위한 수단으로서 기능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앞선 표현을 빌리면, 이런 집의 목적은 우리에게 자산 증식은 보장해 주지 못하더라도 주거 불안과 일정 정도의 경제적 불안은 벗어날 수 있도록 해주는 데 있어야 한다. 이 수단들이 정상적으로 기능한다면 집을 둘러싼 지위 경쟁과 투자재로서의 집이라는 현상을 완화할 수 있다. 그 결과 보이지 않는 손에서 벗어난 집값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르는 현상을 줄일 수 있을지 모른다.     


    보유세 강화와 일련의 주택 정책은 결국 공통의 질문으로 귀결한다. 주택 시장을 안정화하는 대책이지만 그간의 부동산 문법을 넘어서는 개인의 결단을 필요로 한다. 다시 한 번 질문을 던지고 싶다. 우리는 집값이 마구잡이로 오르지 않는 대신 일정 수준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보장되는 집을 소유하는 걸 받아들일 수 있을까?





(미주51) 이준구, 《누가 내 집 마련의 꿈을 빼앗아 갔는가?》, 문우사, 2023., 46-49쪽.

(미주52) 하연섭, 《한국 행정: 비교역사적 분석》, 다산출판사, 2020., 15-17쪽.

(미주53) 이준구, 《누가 내 집 마련의 꿈을 빼앗아 갔는가?》, 문우사, 2023., 63쪽.

(미주54) Norregaard, J., 《Taxing Immovable Property: Revenue Potential and Implementation Challenges (IMF Working Paper WP/13/129)》, International Monetary Fund, 2013., pp.14-17. (이준구, 〈부동산 관련 정책에 관한 두 가지 단상〉, 《한국경제포럼》, 9(4), 2017., 1-25쪽에서 재인용)

(미주55) 전강수, 《토지의 경제학》, 주식회사 돌베개, 2012., 186쪽.

(미주56) 신지안, 〈‘양도세·종부세 완화’…국민이 뽑은 기재부 올해 최고의 정책〉, 《매일경제》, 2022.12.29. https://www.mk.co.kr/news/business/10585927 

(미주57) Cole, R. and Kincaid, J., 〈Public Opinion on U.S. Federal and Intergovernmental Issues in 2006: Continuity and Change〉, 《Publius》, 36, 2006., pp.443-459. (이준구, 〈부동산 관련 정책에 관한 두 가지 단상〉, 《한국경제포럼》, 9(4), 2017., 1-25쪽에서 재인용)

(미주58) Cabral, M. and Hoxby, C., 〈The Hated Property Tax: Salience, Tax Rates, and Tax Revolts〉, 《National Bureau of Economic Research Working Paper No.18514》, 2012.. (이준구, 〈부동산 관련 정책에 관한 두 가지 단상〉, 《한국경제포럼》, 9(4), 2017., 1-25쪽에서 재인용)

(미주59) 이준구, 〈부동산 관련 정책에 관한 두 가지 단상〉, 《한국경제포럼》, 9(4), 2017., 1-25쪽.

(미주60) 이준구, 《누가 내 집 마련의 꿈을 빼앗아 갔는가?》, 문우사, 2023., 49쪽.

(미주61) 박준, 〈주택 가격급등 원인과 정책대응에 대한 연구: 전문가 인식을 중심으로〉, 《한국지역개발학회지》, 33(1), 2021., 49-88쪽.

(미주62) 국세청, 《[보도참고자료] 2022년 종합부동산세, 12월 15일까지 납부하세요》, 2022.11.21.

(미주63) 김하나, 〈부동산세 OECD 2위...‘평생월세’ 40년 주택 담보 대출 도입 [식후땡 부동산]〉, 《한국경제》, 2021.2.16. https://www.hankyung.com/realestate/article/202101280479e 

(미주64) 국회예산정책처, 《부동산세제 현황 및 최근 논의동향》, 2018., 1-6쪽.

(미주65) 이준구, 《누가 내 집 마련의 꿈을 빼앗아 갔는가?》, 문우사, 2023., 46-49쪽.

(미주66) 이준구, 《누가 내 집 마련의 꿈을 빼앗아 갔는가?》, 문우사, 2023., 227-233쪽.

(미주67) 안병영·하연섭, 《5.31 교육개혁 그리고 20년》, 2011., 다산출판사, 404쪽.

(미주68) Haffner, M. E. A., 〈Tenure Neutrality, a Financial-Economic Interpretation〉, 《Housing, Theory, and Society》, 20(2), 2003., pp.72-85. 

(미주69) 정용찬, 〈내 소득에 맞는 공공주택, 알아보니 ‘대략난감’-노 웨이 홈: 내 집 마련의 길이 없다〉, 《오마이뉴스》, 2022.2.17.  https://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810603 

(미주70) 배문호·하성규, 〈토지임대부 및 환매조건부 주택 시범사업 비교분석 연구〉, 《부동산학보》, 41, 2010., 304-319쪽.

(미주71) 서울주택도시공사, 《고덕강일지구 3단지 사전예약 토지임대부 분양주택 입주자 모집공고》, 2022., 5쪽.

(미주72) 서울주택도시공사, 《[보도자료] 고덕강일3 토지임대부 분양주택 특별공급에 1만 3,000여명 접수》, 2023.2.28.

(미주73) 국토교통부, 《[보도자료] 공공분양주택 뉴:홈 사전청약 신청하세요》, 2023.2.1.

(미주74) 국토교통부, 《[보도자료] 뉴:홈 첫 사전청약 일반공급 평형별 최대경쟁률 82.4대 1》, 2023.2.20.

(미주75) 박진우, 〈건물만 팔아도 시세차익 9억… ‘반값 아파트’ 족쇄 풀렸다〉, 《한국경제》, 2023.12.10.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3121062651 

(미주76) 남원석·김호기·반영권, 《서울시 신규 공공분양주택 제도 도입방안》, 서울연구원, 2022., 74-75쪽.


※ 이 글은 (사)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의 지원으로 작성한 글이라는 것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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