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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집덕후의 연구원룸 May 10. 2024

모두가 불안한 내 집 마련

    내 집을 마련할, 더 넓게는 우리가 처한 불안에서 벗어날 방법을 이야기하기에 앞서 의심한 적 없던 것을 자문해 보자. 당신은 왜 집을 사려고 하는가? 다르게 말하자면, 당신에게 집은 사는 곳인가, 사는 것인가? 내 집 마련으로 벗어나고 싶은 당신의 불안은 주거 불안인가, 경제적 불안인가?   

  

    이 질문들이 중요한 이유는 내 집 마련의 목적이나 동기에 따라 우리가 처한 불안에서 벗어나게 해줄 도구가 다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나타나는 특수한 임대차 계약 형태인 전세를 예로 들어 생각해 보자. 전세는 임차인이 주택 매매 가격보다 낮은 목돈을 임대인에게 거주 기간 동안 맡기고 대신 매달 따로 임차료를 내지 않는 형태의 계약이다. 주거 불안 해소가 목적인 전세 임차인에게는 계약 기간이 끝날 때마다 이사해야 하는 일을 만들지 않는 게 중요하다. 이 경우 임대인이 재계약 시점에 올릴 수 있는 전셋값 인상 범위를 제한하면서 오랫동안 거주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한다면 주거 불안 해소에 도움이 된다.     


    경제적 불안에서 벗어나고 싶은 사람에게는 얘기가 다르다. 전셋값을 올리고 싶은 만큼 올리지 못하니 불리할 수 있다. 집을 살 수 있을 만큼 돈을 가지고 있지 않다면, 집을 사서 직접 거주하는 대신 전세 임차인을 들여 전세금을 받고 그 돈으로 부족한 돈을 채워 집을 살 수도 있다. 이른바 갭투자다. 혹자는 이를 갭투기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들은 이렇게 소유하게 된 집을 일정 기간 후 집값이 올랐을 때 팔고 시세 차익을 얻는 방식으로 돈을 불려가며 어느 시점에 내가 거주할 집을 사는 데까지 이를 수 있다.     


    때문에, 경제적 관점으로 집을 소유하려는 사람에겐 전셋값에 대한 어떠한 제한도 없는 게 유리할 터다. 내 자산이 부족한 만큼 전세 임차인으로부터 전세금을 많이 받을 수 있게, 나아가 재계약 때마다 전세금을 많이 올려받고 이를 다른 자산에 투자해 돈을 더 빨리 불릴 수 있도록, 관련된 규제가 없는 게 이득이다. 이렇게까지 해서 집을 사려고 할까 싶지만, 국토교통부에서 매년 발표하는 주거실태조사의 2021년 로우 데이터를 분석해 보면 주택 자산을 가지고 있는 전세, 월세, 사글세, 일세 임차인은 2.4퍼센트인 걸로 추정된다. 이 해에 전체 임차인이 39.0퍼센트였던 걸 고려하면 임차인 16명 중 한 명은 갭투자를 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주거 불안에서 벗어나려 집을 사려 하는 사람과 경제적 불안에서 벗어나려 집을 사려 하는 사람의 이해관계가 이처럼 충돌하기만 하는 걸까? 전세만 봐도 자산을 불리려는 사람이 반드시 갭투자를 선택한다고 할 순 없다. 예를 들어 시장에서 집을 바로 사는 것보다 좀 더 저렴하게 내 집을 소유할 방법으로 분양주택이나 분양전환공공임대주택에 청약 신청하고 당첨되길 노릴 수도 있다. 이 경우라면 주거 안정을 누리고자 하는 사람의 이익을 직접적으로 침해한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결국, 집을 둘러싸고 생겨나는 개개인의 불안을 해소하는 하나의 만병통치약은 존재하지 않는다. 모두가 최대로 만족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는 각자의 이해관계를 조정하여 모두가 일정 수준에서 만족할 수 있는 균형을 찾는 것이다. 답답하고 지난하게 느껴질지라도 자신과 주변에 질문을 던지는 게 중요하다. 나는 어느 수준에서 만족하고 어디까지 양보할 수 있는가. 다른 사람은 또 어떨까. 한 쪽의 주장이 다른 쪽의 주장보다 정당한가. 그리고 결국에는 다시 질문의 시작으로 돌아가야 한다. 우리는 왜 내 집을 마련하려고 하는가. 우리에게 내 집 마련이란 무엇인가.     


    지금까지 내 집 마련의 동기에 관한 질문을 통해 주거 안정과 경제적 안정이라는, 분리할 수 없는 듯 보이지만 구분해야만 하는 마음속 무언가를 확인했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세상일이란 간단하지 않다. 우리가 놓친 다른 동기도 있을 것이며 각자의 선택이 때로는 서로의 이익을 침해하고, 때로는 둘 다 만족시킬 수 있을지 모른다. 내 집 마련이라는 큰 문제 속에서 개개인 간 이해관계의 균형이 틀어지는 변곡점을 탐색하는 것은 곧 모두의 행복을 찾는 일이다.     


    이제 우리가 왜 집을 사려고 했는지에 관한 질문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려 한다. 먼저, 경제적 안정에 관한 동기와 좀 더 밀접한 선택지라고 할 수 있는 집을 사려는 것에 관한 몇 가지 질문들을 함께 고민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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