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것도 글쓰기가 될까?’라고 스스로 차단하지 마세요~ [글쓰기수업]
라디오에 사연 보내기
“네, 사연 하나 더 소개해 드릴게요. 인천에 사는 지니 양이 보내 주셨네요.”
1998년, 아이돌의 1세대라 불리는 H.O.T의 멤버 토니가 내 이름을 불렀다. 당시 다섯 멤버 중 장우혁의 열성팬이던 나는 그들이 라디오 프로그램에 고정적으로 나오는 날에 맞추어 엽서에 사연을 써서 보냈다. 그래야 멤버가 직접 내 사연을 읽어줄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최고의 인기를 달리는 H.O.T가 사연을 소개해 주는 일은 거의 로또 당첨이나 다름없었다. 다섯 명의 오빠 중 하나가 내 사연을 읽어주는 꿈만 같은 상황이 펼쳐지면 이를 놓칠세라 영어 회화 테이프에 수차례 녹음했다. 1998년도에만 무려 열 번이 넘는 사연이 소개됐기 때문이다.
지금도 ‘방송국’이라는 단어만 들어도 기분이 좋다. 방송국과 글쓰기를 좋아해서 방송작가의 꿈도 이뤘다. 결국 오래 하지 못하고 그만두어야만 했지만, 가끔 라디오에 사연을 보내거나 TV 프로그램 홈페이지 내 시청자 게시판에 소감문을 적는다. 내가 고등학생 때만 해도 사연을 보낼 때는 주로 엽서를 이용했다. PC통신이 막 보급이 된 이후에도 손 편지만큼 감성의 맛을 내는 도구는 없었기에 줄곧 엽서에 사연을 써서 보냈다. 방송에 내 이름과 사연이 소개되는 날엔 기분이 좋은 것을 넘어 머리에 꽃만 안 꽂았지 제대로 미치는(?) 날이다. 글도 쓰고, 방송국에 사연도 소개되니 어찌 아니 기쁠 수 있단 말인가!
드라마 대사 쓰기
내게는 “지니야, 난 글쓰기가 너무 어려워.”라며 가끔씩 고통(?)을 호소하는 친언니가 있다. 왜 싫어하고 어려워하는지 나름대로 관찰을 했더니 적는 행위 자체를 하지 않고 있었다. 편지나 블로그 포스팅은커녕 심지어 SNS에서도 사진만 올릴 뿐 어떠한 글귀는 찾아볼 수가 없었다. 매번 글쓰기를 두려워하기에 “즐겨 보는 드라마에 나오는 대사라도 받아 적어 봐!”라고 권유했다. 실제로 글쓰기에 적응이 되지 않은 상황이라면, 좋아하고 즐겨 보는 드라마에 나오는 대사를 옮겨 적는 방법도 괜찮다. 이때, 대사를 적기에만 그치지 않고 자신의 생각을 한두 줄이라도 넣어주면 금상첨화! 미약한 시작이 꾸준히 할 수 있는 지름길이다.
드라마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2016년에 방영된 SBS 드라마 <질투의 화신>에서 이화신(조정석 분)의 명대사가 쏟아졌다. 그중 내 마음에 꽂힌 대사를 다음과 같이 적어본다.
공효진 : 기자님
조정석 : 왜?
공효진 : 고마웠어요, 오늘. 나, 될까?
조정석 : 자기 인생에 물음표 던지지 마. 그냥 느낌표만 딱 던져. 물음표랑 느낌표랑 섞어서 던지는 건 더 나쁘고. ‘난 될 거다, 이번엔 꼭 될 거다!’ 느낌표, 알았어?
이 대사가 참 마음에 든다. 우리가 '하는 일'뿐만 아니라 '쓰는 글'에도 이와 같은 맥락일 것이다. 글을 쓰는 행위를 좋아하기 위해, 내 글을 읽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기 위해, 딱딱한 글쓰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우리는 읽기와 쓰기는 물론 생각까지 노력한다. 글을 쓰는 ‘나’를 의심하지 말자.
TV나 라디오의 후기나 사연을 쓰기에 관대해질 필요가 있다. ‘이런 것도 글쓰기가 될까?’라고 스스로 차단하지 말 것! 휴대폰에 카메라 기능이 갖춰지면서 누구나 손쉽게 사진 찍기 도사가 된 것처럼 글 역시 쓸 수 있는 영역이 넓어지면서 누구나 작가처럼 쓰는 시대가 왔으니 지금을 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