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니 작가님의 수업은 늘 활기차서 좋습니다. 어디서 그런 에너지가 나오시는지 신기해요."
내가 진행하는 에세이 글쓰기 수업을 듣고 계신 K 학우님의 말이다. 이 귀한 말을 듣고 감사를 외쳐야 마땅한데, 내 생각은 달랐다.
'활기차다고요? 내가 가진 텐션의 반도 못 보여드린 건데...'
내 수업을 한 번이라도 들은 적이 있는 분은 아실 테다. 하늘 무서운 줄 모르고 높이 솟는 내 텐션을.
글쓰기 수업이라고 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나요?
'글쓰기 수업'이라고 하면 정적이고 조용한 분위기, 단아한 모습의 차분하지만 설득력 있는 어조로 수업을 진행하는 강사님을 떠올린다. 하지만 내가 진행하는 에세이 글쓰기 수업은 좀 다르다. 글쓰기 이론 시간 반, 학우님들의 말과 글을 나누는 시간 반이다. 특히, 조용하고 차분한 강사님이라는 이미지를 머릿속 지우개로 깨끗이 지워야 한다. 지금껏 350회가 넘는 에세이 글쓰기 수업을 진행하면서 "에세이 쓰기를 쉽게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외에도 "이렇게 즐겁고 신이 나는 글쓰기 수업은 처음이에요! 작가님의 텐션 덕분입니다."라는 말을 참 많이 들었다. 강의 내용이 좋고, 수업이 즐겁다는 말씀은 언제 들어도 나를 춤추게 한다. 그리고 높은 텐션을 알아봐 주셔서 늘 감사하다. '텐션'을 검색하니, 컨디션, 기분, 분위기, 상태, 에너지, 기력, 의욕 등의 뜻이란다.
수업을 진행하는 나는 에너지 뿜뿜! 의욕 뿜뿜!이다. 먼저, 보통 강사님들의 목소리 톤이 '미, 파, 솔'이라면, 나는 '라, 시' 정도다. 목소리 느낌은 어떤가. 우렁우렁 울리는 굵직함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산들바람처럼 야들야들하거나 차근차근한 어투와는 더욱 거리가 멀다. 심지어 개그를 내뿜기도 한다. 과거 개그맨 공채 시험에 응시했던 사람이라 탈락의 아쉬움을 강의 때마다 달래는 건 아니다. 솔직히 대단하게 웃기지도 않는다. 그래도 어쩌랴.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데, 불쑥불쑥 튀어 오르는 개그 본능이 에세이 쓰기 수업 때라고 감춰지진 않으니... 개그가 웃기든 안 웃기든, 이지니 작가의 노력을 어여삐 봐주는 학우님들 덕분에 지금껏 별 탈 없이 글쓰기로 먹고사는 거라 생각한다. (웃어주는 학우님들, 감사합니다!)
매 회차 에너지를 쏟는 나를 보며 힘들지 않느냐고 걱정하는 분들도 계신다. 놀라지 마시라. 높은 텐션 유지가 힘든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정말이지 이건 내가 진짜 진짜 좋아해서 하는 행위(?ㅋㅋ)고, 태생이 이렇다 보니 어쩔 도리가 없다. (ㅎㅎ) 감사할 일이다.
텐션의 볼륨을 맞춰라!
에세이 글쓰기 수업마다 텐션의 볼륨이 다르다. 도서관마다의 분위기를 봐서 텐션 볼륨을 좀 더 높이거나 유지하고, 아니면 낮춘다. 네, 그래요. 난 눈치 있는 여자입니다. 수업 첫날에 기본 텐션으로 학우님들에게 다가가 보고, 내 재롱에 대놓고 크게 웃어주시거나 혹은 순간순간 이어지는 질문에도 즐거이 답해주시는 분이 많으면 텐션 볼륨을 높이거나 그대로 둔다. 하지만 불혹의 재롱에도 입꼬리가 올라가지 않는다거나, 질문에 답을 하기 부끄러워하시는 분이 상대적으로 많으면 눈치껏 텐션 볼륨을 낮춘다. 개인적으로 높은 텐션을 유지하며 수업을 진행하고 싶지만, 어쩔 수 없다. 후자의 경우에도 좋은 게 좋은 거라며 텐션을 유지했다간,
'강사님의 오버스러운 태도가 수업을 듣는 내내 거슬렸습니다'
'좀 더 차분한 분위기의 수업이면 좋겠습니다'
라는 수업 후기가 쏟아질 수 있다. 에세이 글쓰기 수업 내용을 떠나, 학우님들께 미운털이 박하지 않게 하는 것도 강사의 자세라 여긴다. 그렇다고 '내 모습'을 잃으면서까지 텐션 볼륨을 낮추진 않는다. 너무 낮은 텐션으로 수업을 진행하면 나 스스로 수업할 때 재미를 느끼지 못한다. 진짜 내 모습이 아니기 때문이다. 수업을 진행하는 사람이 즐거워야 학우님들도 즐겁지 않을까? 결론적으로 요즘 진행하는 도서관에서는 텐션 볼륨을 기본에서 두세 단계 낮추고 있다. 물론, 전해드릴 이야기는 확실히 드리면서, 재미있게 진행 중이다. (목소리 톤이 낮다고 해서, 개그감이 없다고 해서 의욕이 없는 게 아닙니다. 다만 내 의욕은 내면을 넘어 밖으로도 표출될 뿐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