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가 공감하는 글의 특징 중 하나! [글쓰기수업][이지니작가]
나는 어릴 때부터 주변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는 재주가 있었다. 웃긴 이야기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내가 입을 열면 하나둘씩 모여들곤 했다. 특히 학창 시절에는 당시 인기리에 방영하는 오락 프로그램이나 드라마 등의 줄거리를 들려줬는데, 다음 날이 되면 너나없이 “지니야, 어제 그 프로그램 봤지? 네가 이야기해 줄 수 있어?”라며 하나둘씩 내 자리로 모여들었다. 그럼 나는 기다렸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아이들은 내 말 하나하나에 웃고 울며 누가 보면 마치 TV 앞에서 시청하고 있는 것처럼 반응을 보였다. “지니야, 네가 말하는 건 신기하게 다 상상이 돼. 그래서 굳이 TV 프로그램을 보지 않아도, 다 이해된다.”라는 시청(?) 소감을 들을 때면 왠지 모를 뿌듯함이 밀려왔다.
글을 쓸 때에도 읽는 사람이 쉽게 상상이 되도록 써야 한다. 내가 쓴 글을 읽자마자 머리에서 이미지로 상상이 됐을 때 비로소 ‘공감’의 영역까지 갈 수 있다. 글은 결코 글에서 끝나서는 안 된다. 독자의 머릿속에 이미지를 떠올릴 수 있게 해야 한다. 즉, 상상을 자극할 정도로 생생한 글을 썼을 때 독자는 반응하게 된다.
2015년 2월부터 국제 어린이 양육 기구인 ‘컴패션’에서 일대일 어린이 후원을 하고 있다. 필리핀에 살고 있는 윌(Will)이라는 남자아이와 인연이 되어 8년째 함께 하고 있는 셈이다. 2016년 여름, 아이가 있는 필리핀 마닐라로 컴패션 비전 트립(Vision Trip)을 갈 수 있는 기회가 생겨 다녀왔다. 일정을 모두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와 블로그에 글을 올렸다.
필리핀에서의 첫날, 우리는 먼저 컴패션 사무실을 둘러보았다. 후원하는 분들의 편지가 아이에게 어떻게 전달이 되는지, 후원금은 어떻게 사용이 되는지, 컴패션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들은 무엇인지에 대해서 보고, 들을 수 있었다. 이번 여정을 인솔해 주는 담당자는 우리에게 세 가지 질문을 던졌다. 첫째, 가난이란 무엇인가? 둘째, 가난한 사람들을 돕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최선과 최악의 방법은 무엇인가? 셋째, 이번 여정을 통해 무엇을 배우게 될 것인가?였다. 일정 첫날부터 마지막 날까지 이 세 가지에 대한 답변이 계속해서 바뀌게 될 거라고 덧붙이셨다. 둘째 날부터는 직접 컴패션 센터를 방문해 아이들과 선생님들을 만났다. 컴패션을 통해 등록이 되려면 몇 가지 조건이 있다고 했다. 가장 중요한 건, ‘그 지역에서 제일 가난한 아이들을 우선으로 선정’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센터의 아이들을 본 순간, 얼굴에 꽃이 필 정도로 환하게 웃는 모습에 ‘이 아이가 정말 가난하게 산단 말이야? 가난한 순서가 아니라, 예쁘고 멋있는 아이들을 우선으로 뽑은 것 같은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센터에 있는 아이들은 공부도 하고, 친구들과 장난도 치며, 뛰어놀기도 했다. 도움이 필요할 정도로 열악한 환경에서 사는 아이들이라고 하면 어두운 그늘이 드리워 있을 줄 알았는데 내 생각을 완전히 비껴갔다. 오전 일정이 끝나고 4명이 한 조가 되어, 한 아이의 가정을 방문했다. 우리 조는 올해 열두 살인 조수아(Joshua)라는 아이의 집을 방문했는데, 아이의 집에 도착한 순간 우리는 그저 서로의 먹먹해진 눈빛만 바라볼 뿐, 어떠한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이번 여정에서 내 마음을 가장 아프게 한 가정이었다. 사실 전날 방문했던 아이의 집도 열악하긴 마찬가지였다. 하수구의 악취와 비가 오면 지붕에서 비가 새고, 방과 부엌의 경계가 전혀 없는 곳이었는데, 그 집은 조수아의 집에 비하면 꽤나 좋은 편이었다. 일반 가정집의 화장실 크기보다 더 작은 공간에서 한 사람도 제대로 누울 수 없는 이곳이 조수아가 살고 있는 집이라고 했다. 아빠는 이미 병으로 돌아가셨고, 엄마와 여섯 형제, 자매가 살고 있다고 했다. 아이의 엄마는 간간이 들어오는 세차 일을 하는데, 시도 때도 없이 비가 내리는 우기(雨 期)인 요즘에는 그마저도 뜸하다고 했다. 이런 열악하고 가난한 환경에서 살고 있는 아이인데, 어쩜 이렇게 밝을 수 있을까? 나의 의문은 아이와 아이 엄마의 입을 통해 들을 수 있었다. “한 후원자의 후원으로 매일 컴패션 센터에 가서 공부도 하고, 밥도 먹고, 의료 혜택도 받을 수 있어 감사하고 행복합니다.”
조수아는 자신의 집에 갈 때도, 우리에게 양산을 씌워주더니, 헤어질 시간이 되었을 때에도, “제가 센터까지 데려다 드릴게요.”라며 우리들을 배웅했다. 정작 자신은 뜨거운 햇볕을 온몸으로 받아내며 말이다. 센터에 거의 도착했을 무렵, 우리는 아이와 인사를 했고, 아이는 손을 흔들며 집으로 돌아갔다. 좁은 골목길로 걸어가는 아이는 중간중간 뒤를 돌아보며 우리에게 손 인사를 해주었다. 나는 그때 아이의 미소에서 천사를 보았다. 만약 아이들의 집을 직접 방문하지 않았다면, 상상도 하지 못했을 환경이었다. 그 모습에 마음이 무너졌지만 컴패션의 한 후원자를 통해 최소한의 혜택을 받게 된 이 아이가 오히려 축복을 받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달에 4만 5천 원이라는 돈으로 한 아이의 인생이 달라진다는 것이 내게 무척 감동으로 다가왔다.
- ‘필리핀에서 진행된 컴패션 비전 트립 후기’, 2016년 6월 29일
상상력을 자극한다는 것은 글을 읽는 독자도 마치 현장에 가 있던 것과 같은 느낌을 받게 해주는 것이다. 내가 필리핀 비전 트립에서 보고, 느낀 모든 감정을 글로 100% 담아낼 수는 없지만, 마음이 동요되고 어느 정도 통했다면 그것으로 글쓰기는 성공했다고 본다. 비록 나 혼자 보고, 겪은 일이어도 얼마든지 상대방에게 전할 수 있다. 상상력을 자극하는 현장감 있는 글을 쓰자.
필리핀에서 진행된 '컴패션 비전 트립' 후기_1 : 네이버 블로그 (naver.com)
필리핀에서 진행된 '컴패션 비전 트립'_2 : 네이버 블로그 (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