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을 위한 '토닥토닥'일지라도

이지니 에세이 <아무도 널 탓하지 않아>

by 이지니


나는 학창 시절 성적표에 양, 가를 잔뜩 받았어요. 사회에 나와서는 수십 개의 직업을 전전하며 밥 먹듯이 실수했죠. 그럼에도 소명이라 말하는 꿈 하나는 손에서 놓지 않으려 했어요. 과거의 나처럼 누군가가 비슷한 길을 걷고 있다면, 그에게 작은 힘이 되고 싶어 글을 써요.


작가 이지성은 《스무 살, 절대 지지 않기를》에서 자신의 소명을 이렇게 말해요.


‘난, 나에게 일어난 변화가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너에게도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어서 글을 써. 세상 사람들의 마음을 점령한 어둠을 몰아내고 싶어서 글을 써. 빛을 잃어버린 사람들의 내면에 예쁜 별 하나를 띄워주고 싶어서 글을 써. 이게 내가 받은 소명이다.’




내 책 《꽂히는 글쓰기의 잔기술》이 세상으로 나왔을 때. 그날의 기분은 말로 표현이 어려워요. 세상 명예와 부를 다 준다고 해도 바꿀 수 없는 감사와 행복을 느꼈죠. 출간이 되고 한 달쯤 됐을까요? 책이 나오면 밀려오는 독자 편지로 손가락이 바빠질 줄 알았어요. 하지만 텅 빈 메일에 힘이 빠지더라고요. 심지어 ‘나만을 위해 글을 쓴 건 아닌데…’라는 생각에 글이 형편없는 건 아닌가, 의심했어요. 그런데 세상에! 하나둘씩 메일이 날아왔어요.



‘안녕하세요. 작가님이 쓴 《꽂히는 글쓰기의 잔기술》을 읽고 감동받은 부분이 많아서 글 남깁니다. 책 속에 작가님의 경험이 많이 묻어나 있어 더욱 와 닿네요. 게다가 그 안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도 많고요. 너무 감사해서 글을 남기지 않을 수 없었어요. 저는 대학생이라서 개강 후에는 블로그를 할 시간이 많진 않지만 그래도 소통하도록 할게요. 하루하루 늘 좋은 날 되길 바랍니다. 작가님의 다음 저서도 기대할게요!’


‘저는 글쓰기에 관심을 가진 사람은 아닙니다. 사실 요즘 많이 암울해 있는 제게 친구가 속는 셈 치고 읽어보라고 해서 읽었는데, 생각하지도 않은 힘을 얻었습니다. 저도 작가님처럼 루저의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해 엄청 좌절하고 있었거든요. 시간은 점점 흐르고, 해 놓은 건 없고… 막막했어요. 근데 이 책을 읽고 망치로 머리를 한 대 맞은 기분이네요. 단순한 걸 잊고 있었어요. 난 아직 어리고, 늦지 않았다는 것을요. 그리고 진정으로 원한다면 안 될 일도 없다는 것도요. 작가님의 말을 잊지 않겠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그밖에 마음을 녹이는 메시지를 받았어요. 문뜩 내 글을 의심하며, 내 길까지 의심한 시간을 반성했어요. 단 한 명의 사람이라도 위로를 받고, 힘을 얻으면 그것으로 감사한데 말이죠. 물론 더 많은 이들이 읽고 선한 영향을 받으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고 해서 실패한 건 아니잖아요. 대중을 상대로 글을 쓰는 나지만 머릿수에 연연할 필요도, 스트레스받을 이유도 없어요. 그저 내 소명을 향해 나아갈 뿐이고, 앞으로도 그럴 거예요.


2015년 2월부터 국제 어린이 양육기구인 컴패션에서 남자아이를 후원하고 있어요. 한 달에 우리 돈 45,000원이 통장에서 빠져나가고 있는데 이 금액이 아이에게 어떤 도움을 주고 있는지 궁금했어요. 사진 속에 해맑게 웃고 있는 아이를 을 꼭 한번 만나고 싶었죠. 2016년 여름, 좋은 기회로 아이가 있는 필리핀 마닐라에 갔어요. 그리고 귀국 후 아이에게 편지 한 통을 받았어요. 아이를 만나기 전에도 한두 달에 한 번씩 주고받지만 만난 직후에 받은 편지라 더욱 궁금했어요.


‘지니 이모, 날 보러 먼 곳까지 와 줘서 정말 고마워요. 쑥스러워 표현은 잘 못했지만, 그날을 잊을 수 없어요. 나도 누군가에게 특별한 사람이구나, 라는 생각에 잠을 못 잤어요. 이모가 날 위해 기도해주고 후원해주는 만큼 앞으로 더 열심히 공부하고, 부모님 말씀도 잘 들을게요. 이다음에 자라면 나도 누군가를 돕고 싶어요. 꼭 필요한 사람이 되고 싶어요.’


아이의 진심이 느껴져 코끝이 찡했어요. 한 달에 한 번 후원금이 인출되는 것을 넘어, 한 아이의 삶에 선한 기운을 주고 있다는 생각에 다시 한번 감사했어요. 누군가를 도우려 시작한 일인데, 도리어 더욱 의미 있는 삶을 살아야겠다고 다짐했죠.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사람이나 여럿을 위해 희생정신을 발휘한 그 누군가처럼 모든 이를 위한 위인이 될 필요는 없어요. 단 한 사람일지라도 그에게 힘이 된다면 그것으로 충분히 값진 삶을 사는 거예요. 지금, 단 한 사람을 위해 선한 일을 해보는 건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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