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내 생각만 할래요

이지니 에세이 <아무도 널 탓하지 않아>

by 이지니


타인을 생각하지 않고 자기가 원하는 대로 말하고 행동할 때 우리는 이기적이라고 하죠. 어떤 이는 남을 위한 배려가 몸에 배어 있는가 하면, 또 다른 이는 세상이 오직 나만을 위해 존재하는 것처럼 살아가요. 이기적인 행동은 하지 말아야 할 비도덕 행위임에 분명한데 그렇다면 선한 이기심이란 뭘까요?


JTBC의 <말하는 대로>에 프로 농구선수에서 이제는 예능인으로 자리매김한 방송인 서장훈 씨가 나왔어요. 이야기를 들으니 자신에게 이렇게 혹독한 사람은 처음 봐요. 한국 선수 중 최다 기록을 갖고 있는 그는,


“모두 자신과 같을 필요는 없지만 어떠한 일에 감히 최선이라는 말을 붙인다면 이 정도는 해야 말할 면목이 서지 않을까 싶다.”라고 말해요. 농구를 택한 순간부터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최고의 선수가 되고 싶다는 마음으로 선수생활을 한 그. 다른 사람에게는 없던 그것이 바로 ‘냉정하게 자신을 평가하기’라고 해요. 스스로 마음이 안 들면 혼자 있는 공간에서 끊임없이 자책하며 반성했대요. 목 디스크로 보호대를 착용하면서 까지도 스스로를 극한으로 몰아붙인 흔적들. 그동안 내가 갖고 있던 그의 이미지(차갑고, 냉정하고, 거만하게 보이는)가 한방에 무너진 순간이에요.


“여러분 모두 이런 생각으로 살 필요는 없어요. 그러나 자기가 어떤 일을 하든지, 본인이 하는 일에서 최고의 성과를 내보겠다 혹은 자신의 꿈에 가까이 다가가려 한다면 한없이 냉정해져야 한다고 믿어요.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트렸다는 말을 하잖아요. 샴페인은 오래 둘수록 가치가 더 뜁니다. 그러니 여러분들이 갖고 계신 열정은 그대로 두시되 자기 자신에 대한 평가는 정말 냉정하고 박하게 하시길 바랄게요.”


나는 과연 내 일 앞에 얼마나 냉정했나. 이 정도면 됐지, 이만큼이면 충분해 라고 스스로를 한계 짓진 않았나 생각하게 돼요. 신이 주신 달란트의 크기를 내 멋대로 측정하진 않았는지…




글로 선한 영향력을 뿜어내길 원한다는 내가 요 며칠 나사가 빠져 있었어요. 방향성을 잃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요. 방송인 서장훈처럼 나 자신에게 이기적일 필요가 있어요. 지옥으로 몰아세우라는 뜻이 아녜요. 결국 자신을 위한 일이니 스스로에게 섭섭해하지 않아도 돼요.


1년간의 중국어 어학연수 생활을 했을 때, 상하이에서 중국인 직원들과 함께 일했을 때, 중국에서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했을 때, 6개월 동안 새벽 영어 학원 수업을 들었을 때, 첫 저서를 준비할 때가 스스로 가장 이기적이었던 때라고 꼽을 수 있겠네요. 특히 첫 저서를 준비할 때는 하루 10시간 이상을 책상 앞에 앉아 글을 썼어요. 나는 본래 거절하기를 두려워하는 성격이었어요. 당장 눈앞에 해야 하는 일이 있어도 누군가 나를 부르면 일단 나갔으니까. 하지만 확고한 길이 생기면서 변해갔어요.


“지니야, 같이 커피 한 잔 마시며 이야기하자.”

“지금 작업 중이라서. 다음에 마시자.”

“30분이면 돼.”

“미안해, 중간에 다녀오면 흐름이 끊겨서 안 돼.”


꼭 필요한 거절조차 내게는 쉽지 않았기에 엄청난 발전(?)이에요. 나는 회사를 다니는 친구들처럼 꾸준한 돈벌이가 들어오지 않아요. 말은 프리랜서지만 절대 프리(Free) 하지 않은 상황이죠. 내가 움직이지 않으면 결코 열매를 맺을 수 없는 처지인 셈이니까요. 현실을 탓할 시간에 시간을 제대로 활용하기로 했어요. 결국 예상보다 일찍 초고를 마쳤고, 휴식기를 지나 탈고를 거쳤어요. 그 사이에 친구들의 연락은 점점 줄었지만, 일단은 이 일이 먼저였어요. 감사히도 지인들은 나를 이해해주고 응원했어요. 누구보다 간절하고 절박한 내 상황을 알기에 온전히 작업에 열중할 수 있도록 도왔죠. 지금은 이렇게 두 번째 저서를 쓰고 있어요. 작업이 시작됐을 때 지인들은 말해요.


“다시 시작이니 당분간은 못 보겠지?”


나를 응원해주는 이들이 있어 감사해요. 구름이 예뻐서, 빗소리가 맑아서, 기분이 꿀꿀해서 온갖 이유로 나를 손짓하는 유혹이 많지만 선한 이기심이 발동하는 순간 철통이 돼요. 그럼에도 다른 생각이 들 때가 왜 없겠어요. 그때마다 외치는 나만의 오뚝이 정신 십계명이 있어요. 오늘도 이 계명을 외치며 선한 이기심으로 들어가요.


1. 신의 능력을 과소평가하지 않는다

2. 부모님을 생각한다.

3. 확고한 목표만 바라본다.

4. 부정의 말은 차단한다.

5. 나를 유혹하는 또 다른 '나'를 멀리한다.

6. 이것 또한 경험이라 믿는다.

7. 버퍼링의 시간을 견딘다.

8. 시련이 곧 기회다.

9. 시련은 곧 축복의 전야제다.

10. 결국 승리할 것임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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