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하루하루가 똑같은 일상의 반복인데요. 뭔가 특별한 일을 겪은 게 없는데 무슨 글을 써야 하나요?”
동의하시나요? 물론, 저도 같은 생각을 할 때가 있었습니다. 글이라면 읽는 사람이 즐거워야 하는데, 글을 쓰려는 내 삶은 하루하루 똑같아 보이고, 평범해 보이는 거죠. 한라산 정상에 오른 적도 없고, 죽음의 문턱을 지났지만 만 1세 정도 때의 일이라서 기억이 안 나고, 빚더미에 쌓여 빚쟁이들한테 도망을 다닌 것도 없고요.
내 하루하루가 너무 평이해서 뭘 써야 할지 모르겠다는 분들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이 시간 끝까지 함께한다면, ‘평범한 내 일상을 특별하게 만들 수 있을 거예요! 먼저, 글 하나를 소개할게요.
나는 오래 걸으면 남들보다 더 피곤함을 느끼는 평발이다. 그래서 신발에 유독 예민하다. 몇 달 전, 3년간의 여름을 지켜주던 샌들과 작별하고 젤리 샌들을 만났다. 보기만 해도 내 몸을 가볍게 해줄 것만 같은 이 젤리 샌들! 그러나… 젤리 샌들을 신으면 엄마 품에 안긴 듯 편안할 줄 알았는데 신을 때마다 발뒤꿈치가 벗겨졌다. 이내 약을 바르고 밴드로 붙여 급한 불을 껐다. 그런데 날 아프게 한 샌들을 또다시 꺼낸다. 내 발이 젤리 샌들에 적응이 될 때까지, 샌들과 내 발이 친해질 때까지 시간을 주기 위해서다. 아프다고, 다시는 안 신겠다고 샌들을 외면하면 진정한 편안함을 느끼지 못할 테니까 말이다. 치수가 안 맞는 것도 아닌데 불편한 신발이라 누명을 씌울 수는 없다.
서너 번의 벗겨짐과 쓰라림이 지나간 뒤 그 자리에 굳은살이 피었다. 그 후로 샌들을 신을 때마다 콧노래가 절로 나올 정도로 발이 편안하다. 아무리 걸어도, 뛰어도 아프지 않다. 고통이 그저 고통으로 끝나면 이것처럼 슬픈 일이 없다. 비록 별것 아닌 신발이지만 고통 뒤에 숨어 있는 이 행복을 나는 느끼고 싶었다.
꿈으로 가는 길도 이와 같다. 원하는 길을 가기 위해서는 하기 싫은 일도 해야만 한다. 힘들다고 귀찮다고 건너뛸 수는 없다. 삶의 굳은살을 만나야 비로소 꿈과 마주할 수 있으니 말이다. 혹시 지금 하는 일이 많이 힘든가요? 지칠 대로 지친 몸에 마음도 아픈가요? 그럼, 축하합니다! 이제 다 왔으니까요. 아주 조금만 더 기다리세요. 굳은살이 돋아날 때까지만. _ 『힘든 일이 있었지만 힘든 일만 있었던 건 아니다』
잘 읽어 보셨나요? 아무나 겪을 수 없는 일을, 오직 소수만 겪을 법한 소개를 가져왔나요? 전혀 아니죠. 새 신발을 신어본 사람이라면, 특히 여성분들이라면 더 크게 공감하실 거예요. 새로운 신발(구두, 샌들 등)을 신으면 내 발에 적응될 때까지 뒤꿈치가 아프잖아요. 심하면 까져서 피도 나고요. 새 신발을 신었는데 아팠고, 까지고 피가 났지만 내 발이 신발에 적응될 때까지 버텼더니 어느새 굳은살로 변했고, 굳은살 덕분에 신발을 신어도 전혀 아프지 않다는 글입니다.
만약 이 글이 '새 신발을 신으니 발이 아프네, 에잇!'이런 뉘앙스로 마무리됐다면 그건 일기겠죠. 우리는 에세이를 쓰기 위해 이 자리에 있습니다. 하여, 에세이로 바꾸려면 ‘남이 읽어야 하는 이유’를 던져야 합니다. 글쓴이의 특별한 시선이 필요해요. 저는 여기서 새 신발을 ‘꿈으로 가는 길’로 표현했습니다. 신발을 신었을 때의 아픔을 ‘포기하고 싶은 마음’으로, 굳은살이 생긴 걸 ‘하기 싫은 일이지만 인내했더니 습관이 된’으로, 결국, 신발이 편안해졌다는 건 ‘원하는 목표에 도달했거나, 꿈을 이뤘다’라고 해석해 봤어요. 생각의 한 끗 차이인데, 글의 깊이가 달라졌지요? 자, 또 다른 글입니다.
평일 오후 4시 40분, 병원 진료 때문에 평소 퇴근길보다 일찍 지하철을 탔다. 자리에 앉은 나는 여느 때와 같이 사람들의 대화를 들으며 세상을 만나려 했다. 이때, 부드럽고 자상한 목소리가 귓가에 닿았다. 그 소리는 마치 습기로 가득 찬 방 안에 제습기를 틀어놓은 듯한 뽀송뽀송함이었다.
“난 지금 들어가고 있지. 자네를 많이 축복하네. 허허허.
그래, 고생 많았고 어디에서도 잘할 거라 믿어.”
자세히는 모르지만 중년 남성은 회사를 운영하고, 수화기 너머의 청년은 중년 남성이 운영하는 회사의 전 직원인 듯했다. 나는 휴대전화를 무릎에 올리고 눈을 감은 채, 중년 남성의 소리에 좀 더 기대기로 했다.
“우리의 인연이 길진 않았지만, 혹시라도 내가 도울 수 있는 일이 있다면언제든지 연락하게.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그래, 늘 미소 잃지 말고, 허허허!”
순간 나도 모르게 코끝이 찡해지면서, 감고 있던 눈마저 촉촉해졌다. 중년 남성의 따스한 격려가 내 마음에도 닿았나 보다. 나는 그가 서 있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이미 통화 내용을 들어서인지 인자함이 그의 몸을 감싸고 있는 듯했다. ‘수화기 너머의 청년은 알까? 중년 남성이 이렇게 진심 어린 눈빛으로 맞닿으려 한 것을?’
‘말 한마디에 천 냥 빚을 갚는다’라는 말이 떠오른다. 그만큼 ‘말’이 중요하다. 누군가를 죽음으로 몰기도 하고, 살리기도 하는 말. 잘은 몰라도 수화기 너머청년의 마음에도 꽃이 피었을 거다. 혹시 아는가? 청년에게 힘든 일이 생길 때마다, 3분도 채 되지 않는 오늘의 통화를 기억할지. 혹은 중년 남성의말 하나로 ‘버텨야 하는 시간’을잘 참아낼지도 모른다. 어쩌면 어느 날, 다른 누군가에게 청년 자신이 받은 온기를 전할 수도 있다. 온화한 말은 전염성이 높아 한 사람이 아닌 다른 이에게, 또 다른 이에게 전파될 테니까.
대중교통인 ‘지하철’ 안에서 일어난 일입니다. 이 글 역시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장소죠. 통화 속 중년 남성의 긍정적인, 온화한 말이 수화기 너머의 청년에게 잘 전달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고 있습니다. ‘말’의 힘은 말하지 않아도 잘 아시죠? 나를 웃고 울게 하는 상대의 말! 이왕이면 상대에게 은혜가 되는 말을 하려고 저 또한 노력하는데, 이게~ 이게~ 가족들한테는 쉽지가 않네요. (특히 남편한테…. 미안해요) 여하튼, 상대한테 온화한 말을 듣는다면 기분 좋음은 물론 내가 힘들 때 ‘버티게 하는 힘’이 되는 것 같아요.
대중교통에서 눈을 감고 잠을 청할 수 있고, 책을 읽을 수 있고, 멍하니 생각에 빠질 수 있지만, 내 귓가에 들리는 말들도 귀를 기울여 보세요. 평범한 장소에서 나만의 특별한 시선을 한 스푼 넣어 글을 써 보는 건 어때요? '특별한 시선'을 넣는 걸 처음부터 잘하시는 분이 있고, 어렵게 여기는 분들이 계세요. 특별한 시선을 넣는 건 사실 쉽진 않아요. 생각도 연습이 필요합니다. 내가 겪은 오늘을 특별하게 생각하려고 생각을 쥐어짜 보세요~ 억지로 말이죠~ 나만의 독특한 시선을 쥐어짜면, 정말로 생각지 못한 '그럴듯한 통찰력'을 발견할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