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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니 Jan 30. 2024

평범한 일상을 특별하게 만들기

이지니 작가의 <초보자를 위한 에세이 글쓰기 수업>

평범한 일상을 특별하게 만들기








글을 쓰려면 글감 즉, 주제가 있어야 하죠. 그런데 이런 말을 하시는 분이 종종 있어요.     




“매일 하루하루가 똑같은 일상의 반복인데요. 뭔가 특별한 일을 겪은 게 없는데 무슨 글을 써야 하나요?”  



   

동의하시나요? 물론, 저도 같은 생각을 할 때가 있었습니다. 글이라면 읽는 사람이 즐거워야 하는데, 글을 쓰려는 내 삶은 하루하루 똑같아 보이고, 평범해 보이는 거죠. 한라산 정상에 오른 적도 없고, 죽음의 문턱을 지났지만 만 1세 정도 때의 일이라서 기억이 안 나고, 빚더미에 쌓여 빚쟁이들한테 도망을 다닌 것도 없고요.      




내 하루하루가 너무 평이해서 뭘 써야 할지 모르겠다는 분들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이 시간 끝까지 함께한다면, ‘평범한 내 일상을 특별하게 만들 수 있을 거예요! 먼저, 글 하나를 소개할게요.      






나는 오래 걸으면 남들보다 더 피곤함을 느끼는 평발이다. 그래서 신발에 유독 예민하다. 몇 달 전, 3년간의 여름을 지켜주던 샌들과 작별하고 젤리 샌들을 만났다. 보기만 해도 내 몸을 가볍게 해줄 것만 같은 이 젤리 샌들! 그러나… 젤리 샌들을 신으면 엄마 품에 안긴 듯 편안할 줄 알았는데 신을 때마다 발뒤꿈치가 벗겨졌다. 이내 약을 바르고 밴드로 붙여 급한 불을 껐다. 그런데 날 아프게 한 샌들을 또다시 꺼낸다. 내 발이 젤리 샌들에 적응이 될 때까지, 샌들과 내 발이 친해질 때까지 시간을 주기 위해서다. 아프다고, 다시는 안 신겠다고 샌들을 외면하면 진정한 편안함을 느끼지 못할 테니까 말이다. 치수가 안 맞는 것도 아닌데 불편한 신발이라 누명을 씌울 수는 없다.     



서너 번의 벗겨짐과 쓰라림이 지나간 뒤 그 자리에 굳은살이 피었다. 그 후로 샌들을 신을 때마다 콧노래가 절로 나올 정도로 발이 편안하다. 아무리 걸어도, 뛰어도 아프지 않다. 고통이 그저 고통으로 끝나면 이것처럼 슬픈 일이 없다. 비록 별것 아닌 신발이지만 고통 뒤에 숨어 있는 이 행복을 나는 느끼고 싶었다.



꿈으로 가는 길도 이와 같다. 원하는 길을 가기 위해서는 하기 싫은 일도 해야만 한다. 힘들다고 귀찮다고 건너뛸 수는 없다. 삶의 굳은살을 만나야 비로소 꿈과 마주할 수 있으니 말이다. 혹시 지금 하는 일이 많이 힘든가요? 지칠 대로 지친 몸에 마음도 아픈가요? 그럼, 축하합니다! 이제 다 왔으니까요. 아주 조금만 더 기다리세요. 굳은살이 돋아날 때까지만. _ 힘든 일이 있었지만 힘든 일만 있었던 건 아니다   



  

잘 읽어 보셨나요? 아무나 겪을 수 없는 일을, 오직 소수만 겪을 법한 소개를 가져왔나요? 전혀 아니죠. 새 신발을 신어본 사람이라면, 특히 여성분들이라면 더 크게 공감하실 거예요. 새로운 신발(구두, 샌들 등)을 신으면 내 발에 적응될 때까지 뒤꿈치가 아프잖아요. 심하면 까져서 피도 나고요. 새 신발을 신었는데 아팠고, 까지고 피가 났지만 내 발이 신발에 적응될 때까지 버텼더니 어느새 굳은살로 변했고, 굳은살 덕분에 신발을 신어도 전혀 아프지 않다는 글입니다.



만약 이 글이 '새 신발을 신으니 발이 아프네, 에잇!'이런 뉘앙스로 마무리됐다면 그건 일기겠죠. 우리는 에세이를 쓰기 위해 이 자리에 있습니다. 하여, 에세이로 바꾸려면 ‘남이 읽어야 하는 이유’를 던져야 합니다. 글쓴이의 특별한 시선이 필요해요. 저는 여기서 새 신발을 ‘꿈으로 가는 길’로 표현했습니다. 신발을 신었을 때의 아픔을 ‘포기하고 싶은 마음’으로, 굳은살이 생긴 걸 ‘하기 싫은 일이지만 인내했더니 습관이 된’으로, 결국, 신발이 편안해졌다는 건 ‘원하는 목표에 도달했거나, 꿈을 이뤘다’라고 해석해 봤어요. 생각의 한 끗 차이인데, 글의 깊이가 달라졌지요? 자, 또 다른 글입니다.  




평일 오후 440, 병원 진료 때문에 평소 퇴근길보다 일찍 지하철을 탔다. 자리에 앉은 나는 여느 때와 같이 사람들의 대화를 들으며 세상을 만나려 했다. 이때, 부드럽고 자상한 목소리가 귓가에 닿았다. 그 소리는 마치 습기로 가득 찬 방 안에 제습기를 틀어놓은 듯한 뽀송뽀송함이었다.      



난 지금 들어가고 있지. 자네를 많이 축복하네. 허허허.

그래, 고생 많았고 어디에서도 잘할 거라 믿어.”     



자세히는 모르지만 중년 남성은 회사를 운영하고, 수화기 너머의 청년은 중년 남성이 운영하는 회사의 전 직원인 듯했다. 나는 휴대전화를 무릎에 올리고 눈을 감은 채, 중년 남성의 소리에 좀 더 기대기로 했다.     



우리의 인연이 길진 않았지만, 혹시라도 내가 도울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언제든지 연락하게.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그래, 늘 미소 잃지 말고, 허허허!”     



순간 나도 모르게 코끝이 찡해지면서, 감고 있던 눈마저 촉촉해졌다. 중년 남성의 따스한 격려가 내 마음에도 닿았나 보다. 나는 그가 서 있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이미 통화 내용을 들어서인지 인자함이 그의 몸을 감싸고 있는 듯했다. ‘수화기 너머의 청년은 알까? 중년 남성이 이렇게 진심 어린 눈빛으로 맞닿으려 한 것을?’


   



말 한마디에 천 냥 빚을 갚는다라는 말이 떠오른다. 그만큼 이 중요하다. 누군가를 죽음으로 몰기도 하고, 살리기도 하는 말. 잘은 몰라도 수화기 너머 청년의 마음에도 꽃이 피었을 거다. 혹시 아는가? 청년에게 힘든 일이 생길 때마다, 3분도 채 되지 않는 오늘의 통화를 기억할지. 혹은 중년 남성의 말 하나로 버텨야 하는 시간 잘 참아낼지도 모른다. 어쩌면 어느 날, 다른 누군가에게 청년 자신이 받은 온기를 전할 수도 있다. 온화한 말은 전염성이 높아 한 사람이 아닌 다른 이에게, 또 다른 이에게 전파될 테니까.     




대중교통인 ‘지하철’ 안에서 일어난 일입니다.  이 글 역시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장소죠. 통화 속 중년 남성의 긍정적인, 온화한 말이 수화기 너머의 청년에게 잘 전달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고 있습니다. ‘말’의 힘은 말하지 않아도 잘 아시죠? 나를 웃고 울게 하는 상대의 말! 이왕이면 상대에게 은혜가 되는 말을 하려고 저 또한 노력하는데, 이게~ 이게~ 가족들한테는 쉽지가 않네요. (특히 남편한테…. 미안해요) 여하튼, 상대한테 온화한 말을 듣는다면 기분 좋음은 물론 내가 힘들 때 ‘버티게 하는 힘’이 되는 것 같아요.



     

대중교통에서 눈을 감고 잠을 청할 수 있고, 책을 읽을 수 있고, 멍하니 생각에 빠질 수 있지만, 내 귓가에 들리는 말들도 귀를 기울여 보세요. 평범한 장소에서 나만의 특별한 시선을 한 스푼 넣어 글을 써 보는 건 어때요? '특별한 시선'을 넣는 걸 처음부터 잘하시는 분이 있고, 어렵게 여기는 분들이 계세요. 특별한 시선을 넣는 건 사실 쉽진 않아요. 생각도 연습이 필요합니다. 내가 겪은 오늘을 특별하게 생각하려고 생각을 쥐어짜 보세요~ 억지로 말이죠~ 나만의 독특한 시선을 쥐어짜면, 정말로 생각지 못한 '그럴듯한 통찰력'을 발견할 수 있어요!



그런 의미로~ 최근에 있었던 일을 떠올려 봐요.





[자율] 최근에 있었던 일을 떠올리고, 나만의 특별한 시선을 넣어 글을 써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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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함께해 주셔서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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