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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니 Jan 09. 2024

나도 부정적인 글을 쓸 줄 알지만 잘 안 쓰는 이유

이지니 작가의 <초보자를 위한 에세이 글쓰기 수업>

나도 '욕' 섞인 글, 부정적인 글쓸 줄 알지만, 되도록 안 쓰는 이유 (feat. 공개적인 글)




동기부여 편





너만 '욕' 섞인 글을 쓸 줄 아니?




며칠 전, 인스타그램 피드를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우연히 본 정사각형 이미지 안에는 차마 입에 담기에도 민망한 욕설이 들어있었기 때문이에요. 내 방에서 혼자 봤기에 다행이지, 지하철 안이나 사람이 많은 곳에서 봤다면 뒷골이 꽤나 무거웠을 거예요. 내가 욕한 것도 아닌데, 그런 글을 보고 있다는 자체만으로 사람들이 나를 글쓴이와 '한통속'으로 여길지 모르니까요.




욕설이 섞인 이 한 문장에는 '좋아요' 수가 수천 개가 넘었고, "진짜 내가 oo한테 해주고 싶은 말인데, 아오!", "ㅋㅋㅋㅋ 대박, 내 속이 다 시원함~", "그놈이 이 글을 봐야 하는데..." 등의 조롱 섞인 댓글이 넘실거렸습니다. 자극적인 문장으로 사람들의 관심을 모으는 데는 성공을 거둔 셈이죠. 그렇잖아도 '요즘 어떻게 하면 인스타그램을 자~알~ 운영할 수 있을까', '많은 사람이 필요로 하고, 좋아할 만한 피드는 무얼까' 하며 고민하던 나인데, 아주 잠깐이지만 '나도 저렇게 자극적인 글로 시선을 끌어볼까?'라는 마음이 순간적으로 들더라고요. 이래서 영향력이 무서운가 봐요. 물론 그럴 일은 꿈에도 없지만, 잠시나마 이 같은 생각을 머릿속에 담은 나 자신을 원망하며 고개를 내저었습니다.









욕설이나 타인에게 비난의 화살을 꽂는 글귀를 버젓이 자신의 SNS에 올리는 사람들이 있어요. 그들의 팔로워는 상당히 많습니다. 1만 명은 기본이에요. '좋아요'나 '댓글'도 부러울 만큼 많고요. 하지만 이내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저 큰 영향력을 왜 선하게 사용하지 않을까' 해서요... 상대의 축 처진 어깨를 들어 올리는 힘이 나는 글처럼 선한 영향을 주는 글로도 충분히 시선을 끌 수도 있을 텐데요. 네, 압니다. 글 쓰는 사람 자유라는 걸. 하지만 '자유'라는 두 글자로 그런 글을 본 사람들이 받을 영향은 모른 척해도 되나요? 이런 말 있죠. 욕을 하면 욕한 사람의 입만 더러워진다고. 욕한 사람 입만 더러워지면 괜찮게요? 대중교통 안, 공공장소, 길을 걷다 듣는 욕설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는 우리 귀는 무슨 죄가 있나요. 마찬가지로 욕설이 섞인, 굉장히 자극적인 글은, 쓴 사람의 손은 물론 마음까지 더러워지겠죠. 자의든 타의든 그 글에 역시나 노출된 우리는 또 무슨 죄인지...





찰진 욕설이 난무하는 글처럼 상대를 부정의 늪으로 빠트리는 '안 좋은 글'을 자주 쓰는 사람들은 지금 이 글을 볼 리가 없겠죠. 무심코라도 보신 여러분만큼은, 우리만큼은 되도록 상대에게 '좋은 영향'이 흐르는 글을 쓰기로 해요. '좋은' 까지는 아니어도 괜찮습니다. '대놓고 욕'만 쓰지 않기로 해요. 자고로 욕이란 듣기도 싫은데, 활자로 보기까지 해 봐요. 기분 정말 더럽더라고요. (허허)











좋은 글로 선한 영향력을 끼치고 싶으니까요






매일 SNS 바닷속을 헤엄치는데 자신이 당한 분노나 안 좋은 상황을 여과 없이 내보낸 글을 보면 가슴이 아프다. 물론 글은 솔직해야 옳다. 거짓이라면 적지 않는 게 낫다. 하지만 내가 말하고 싶은 건 진실 혹은 거짓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다. 굳이 나의 악한 감정과 차오르는 분노를 노골적으로 드러내야만 하느냐다. 뭐든 정도가 지나치면 독이 된다. (중략) 긍정적인 사람일지라도 부정적인 친구를 곁에 두면 자신마저 어느새 부정으로 물들지 않나. 긍정적인 글보다 부정적인 글이 더 전염이 빠르다. 제아무리 밝은 사람이라도 그런 글을 만나면 표정부터 바뀔 수밖에 없다. (중략) 글을 쓰려는 사람이라면 영혼이 맑았으면 좋겠다. 필력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전에 자신을 다듬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 이미 멋들어진 글을 쓸 수 있는 실력이 있으며 아무도 흉내 낼 수 없는 필력을 소유했다면, 그 재능으로 선한 영향력의 불씨를 밝히면 좋겠다. 분명 많은 이를 살릴 수 있을 테니까. _ 『무명작가지만 글쓰기로 먹고삽니다』



성향이나 성격이 애초에 고운 마음, 긍정적인 마음을 지닌 사람은 없다고 나는 생각합니다. 긍정 역시 ‘노력’해야 얻을 수 있다고 믿거든요. 긍정적인 사람도 하루하루 자신의 마음 밭에 ‘긍정’이라는 씨앗뿌리고 '노력'이라는 마음의 물을 주는 것 같아요. 이런 사람이 글을 쓰면 어떨까요? 선한 향기가 은은하게 퍼지는 글을 읽으면, 누구라도 미소가 지어질 것 같지 않나요?




작년 겨울, 서울에 있는 모 대학교에서 진행하는 직업, 직무에 관한 인터뷰 촬영을 했습니다. 이런 질문을 받았어요.   




질문 : 어떤 작가가 독자에게 ‘좋은 작가’로 평가받는다고 생각하시나요?




나는 이렇게 답변했습니다.




일단 ‘작가’는 ‘글을 쓰는 사람’이기 때문에 작가 자신의 성격이나 성향이 잘 드러난 문체를 쓴다면 독자님들이 좋아하시는 것 같아요. 하지만 독자님들에게 공감을 사고, 깊은 울림과 깨달음을 주는 건 ‘글의 스킬’이 아닌, 글에서 뿜어져 나오는 ‘선함’입니다. 문장력은 좋지만, 삶의 태도가 그저 그런 사람은 독자님들에게 결국 들킬 수밖에 없어요. 누가 읽어도 쉬운 문장의 나열이지만, ‘솔직하고 진솔한 글’, 그 안에서 저자의 맑은 영혼까지 느껴지는 글이라면 누구나 좋아하지 않을까요?     






좋은 글을 쓰고 싶고, 내 글의 독자에게 ‘좋은 작가’로 평가받고 싶다면, 우리의 마음 밭을 점검하는 게 우선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오늘도 강하게 해봅니다!




여러분의 댓글, 좋아요는 제게 큰 힘이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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