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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니 Apr 27. 2020

우리에게 필요한 시간

이지니 산문집 <삶을 돌아보는 산문집>



  

미국 아카데미 역사상 최초로 작품상에 이름을 새긴 한국 영화 <기생충>. 그 안에 배우 이정은이 자리한다. 그녀는 KBS <대화의 희열2>에서 오랜 무명을 지나 지금의 대세가 되기까지의 삶을 전했다. 한 시간이 10분인 듯 빠르게 흐를 수 있었던 건, 단지 솔직하고 진솔한 이야기 때문만은 아닐 거다.      



누구나 ‘무명’을 안고 살아간다. TV나 영화에 나와야만 논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수많은 청춘이 삶의 무명 언저리에 서 있다. 그래서인지 무명 담을 듣노라면 남 이야기 같지 않아 좀 더 볼륨을 높인다.    


 

“연극을 할 때 1년에 20만 원을 벌었어요. 그래서 연기하면서도 아르바이트를 했죠. 연기 지도뿐 아니라, 마트 일, 간장과 녹즙 등을 팔기도 했어요. 제가 45세에 방송 데뷔를 했는데 40세까지 그렇게 아르바이트를 한 거예요. 지나고 보니 헛된 시간이 아니더라고요. 그 일로 저는 시간을 보내는 법을 알게 됐어요. 어릴 때는 막연하게 어떤 역할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배역을 맡기 위해서는 만들어지는 과정이 필요하더라고요. 무엇보다 얼굴이 주는 느낌을 무시할 수 없는데, 아마도 배우로서의 얼굴이 만들어지는 데 필요한 시간이지 않았을까 싶어요.”     



‘배우로서의 얼굴이 만들어지는 데 필요한 시간’

‘작가로서의 얼굴이 만들어지는 데 필요한 시간’     



시간을 보내는 법을 다행히 나도 알게 됐다. 불치병에 생사의 갈림길에 서 있던 날, 빚 독촉으로 밤새 잠 못 이루던 날, 사랑에 수없이 넘어진 날, 사기당해 겨우내 울어야 했던 날, 서른다섯 번의 실패에도 애써 웃어야 했던 날. 그렇게 나는 글을 쓰기 위해 또래보다 더 다양한 경험과 깊은 감정을 느껴야 했나 보다.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담기 위해서, 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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