밍짱네 구멍가게이야기 1

보일러청의 탄생

by 밍짱

감기에 걸리면

유난히 기침이 심했던 쪼영남,

손발이 늘 차가운 친구,

아픈데도 약은 끝내 거부하던 쪼브로.

몸이 먼저 신호를 보내는 사람들은

생각보다 가까이에 있었습니다.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아직 뱅쇼라는 말이 익숙하지 않던 시절,

독일 생필품을 함께 공구하며

우연히 글뤼와인을 알게 되었어요.

겨울이 되면

구멍가게 난로 위에 주전자를 올려두고

와인에 생강, 대추, 시나몬, 레몬을 넣어

천천히 끓여 팔았습니다.

마시고 나간 사람들 얼굴이

조금씩 풀어지는 걸 보는 게 좋았어요.

그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와인이 아니라도,

아이부터 어른까지,

누구나 부담 없이 마실 수 있는 건 없을까.

그렇게 시작된 것이

지금의 보일러청입니다.

처음부터 이 이름은 아니었습니다.

그저 겨울에 마시면 좋은 청이었어요.

그런데 후기의 첫 문장은

늘 같았습니다.

“마시고 나니 몸이 따뜻해졌어요.”

그 말들이 모여

보일러청이라는 이름이 되었습니다.

저는 어릴 때부터

인복이 많은 편입니다.

사람을 좋아하고,

좋아하는 사람들이 좋아할 것들,

필요한 것들을 만들어 주는 일을

참 좋아합니다.

그 마음은

구멍가게 안에 고스란히 녹아 있었고,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요리 수업을 듣던 아이들은 자라

자기 가게를 차리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군대에 다녀와 취업했다며

선물을 보내오기도 합니다.

예쁜 식물을 나누어 주는

할머니 친구도 생겼고요.

보일러청이

시간이 지날수록 사랑받는 상품이 된 건

사실 제 노력만은 아닙니다.

이 청을 마셔주신 분들,

이야기를 전해주신 분들,

함께 계절을 건너온 분들 덕분입니다.

“내가 해주는 밥 먹으면 다 잘된다.

밥 먹으러 와.”

이 말 한마디와 음식은

언제나

받은 사람보다

제게 더 큰 사랑으로 돌아왔습니다.

보일러청도

그 마음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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