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머물고, 너는 자라

by 밍짱

나는 33살,

너는 0살.

우리는 함께 봄을 맞이했지.

품에 안겨 잠들던 네가

눈을 떠

침대에 누워 잠이 들고

으앙— 하고 눈을 떠.

눈을 감고

“엄마” 하고 눈을 떠.

눈을 감고

엉금엉금 기어 오며 눈을 떠.

나는 오늘도 33살,

너는 한 살.

어느 날엔 울며,

어느 날엔 웃으며 눈을 떠.

봄에 만난 우리가

열세 번의 봄을 함께하는 동안

나는 33살,

너는 13살.

“잘 자, 사랑해.”

말을 건네고

각자의 방으로 들어가.

눈을 감고,

눈을 뜨고.

방문을 열고 나오면

나보다 훌쩍 커진 몸으로

“잘 잤어?” 하며

나를 안아주는

네가 있네.

나는

아직도

33살.

ps.

엄마가 된 나의 시간은

너를 처음 만난 그 자리에 머물러 있고,

아기로 온 너의 시간은

아주 빠르게 흐르는 것만 같아.

시간이 지날수록

억울하지도, 아쉽지도 않게

멈춰진 시간이

당연한 것처럼 하루가 지나고,

말랑했던 너의 발이

단단해졌듯

너는 자라고,

나는 머물렀지만

결국 우리는

각자의 속도로 단단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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