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에 관한 질의문답

주인공에서 조연으로

by 밍짱

평소 자주 나의 결혼생활, 육아, 삶에 대해 궁금해하는 결혼과 육아가 너무 하고 싶은 p가 집으로 놀러 왔다. 그녀와 서로의 근황을 주고받던 중 요즘 나의 가장 큰 생각거리를 나눴다.

M 내가 요즘 결혼을 주제로 에세이를 쓰고 있는데, 어떤 주제가 좋을까?

P 결혼을 통해 언니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뭐예요? 결혼을 추천하고 싶어요? 비추에요?

M 난 결혼은 해 볼 만하다고 생각해. 결혼 전과 비교하면 힘든 시간이지만 인생길에서 꼭 해야. 한다고 생각해. 난 결혼과 육아는 사람의 뿌리를 관리하는 거라고 생각하거든?! 힘들고 불확실한 미래라고 너도, 나도 안 한다면 나중에 지구에 동식물만 남게 될걸?

땅이 오염됐다고 나무가 썩었다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결국 버려지고 사라지겠지.

결혼과 육아는 뿌리를 관리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해.

아픈 나무를 고치려면 오염된 흙을 돌려놔야 해. 흙을 돌리기 위해선 낙엽이 썩고 벌레가. 모이고, 새가 모여들어야 하거든. 나무는 혼자 살 수 없어. 흙은 나무와 벌레, 동물이 없다면 의미를 잃게 될 거야.

모든 것이 조화를 이루고 아름다움을 뽐내기 위해선 비바람, 무더운 햇빛, 매서운 눈보라를. 견뎌야 새싹이 올라오고 꽃을 피워 열매를 맺고, 다시 잎을 떨어낼 거야.

그 과정을 함께하고 있는 것이 결혼이라고 생각해. 이런 생각이 들면서 지구환경이나 동물들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되더라고.

누군가는 응원과 사랑을 받고 싶어서 결혼이 하고 싶지만, 내가 그것을 줄 수 있을지 몰라. 두렵기도 해. 너는 결혼이 하고 싶어?

P 저는 하고 싶어요

M 왜?

P 혼자 살기엔 세상이 너무 버거우니까 서로 돕고 짐을 덜어주려고?, 혼자 살 생각하면. 무서워요. 저에게 괜찮다고 해 줄 사람이 옆에 있으면 좋겠어요.

M 서로 위로해 주기 위해서?

P 솔직히 제가 위로해 줄 수 있는 마음인지는 모르겠는데, 위로는 받고 싶어요. 아직은 제가. 이기적이라 위로해 주는 것보다 받고 싶은 생각이 앞서는데 제가 좀 더 크고 괜찮은 사람이 되면 혼자보다는 둘이 되고 싶어요. 아이도 꼭 낳아서 성숙한 어른이 되는 걸 경험해 보고 싶어요.

M 받기만 하는 사랑이 오래 유지될 수 있을까? 인생에서 무조건 받기만 한 사랑이 있을까?

24시간을 꼬박 부모에게 돌봄을 받는 아기는 사랑을 받기만 하는 걸까? 난 그렇지 않다고. 생각해. 흔히 부모는 아이의 3살까지의 모습으로 평생을 키운다고 해. 제 몸 가누는 것도 힘든 아기지만 바라보는 것만으로 부모를 웃게 해 주고, 부모가 세상을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다짐하고 실천하게 도와주거든. 내가 낳은 아기에게도 일방적인 사랑을 주는 게 아니고, 나를 낳아준 부모에게도 일방적으로 받기만 하는 사랑은 없는 것 같아. 도돌이표처럼 사랑은 돌고 돌아야 낯선 이와 나눌 수 있게 되는 것 같아.

P 언니는 결혼하고 제일 좋은 점은 뭐예요?

M 내 맘대로 꾸밀 공간이 많아졌어. 더 이상 엄마 눈치 안 보고 싱크대 수납장을 채울 수 있고, 내 취향 아니던 엄마의 일생을 보는 듯한 가지각색의 그릇들에서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통일시켜 줄 수 있게 됐지. 아, 꽃무늬 이불과 커튼에서 해방된 것도 너무 좋아. 그리고 설거지, 청소, 빨래를 안 하고 싶을 땐 안 해도 되는 자유가 생겼어. 엄마 올 시간이 되면 후다닥 청소와 설거지를 하면서 엄마 눈치를 살펴야 했지만 결혼하고 나니 내가 갑이 되고 남편과 아이들이 을이되 어선 내 눈치를 살피게 되더라고. 난 결혼 전까지는 혼자 살아 본 적이 없어서 자유를 얻은 기분이 들더라고. 그리고 아무 때고 눈치 안 보고 당당하게 술을 마실 수 있어. 엄마, 아빠 잠들면 몰래 마시기 위해서 창틀에 숨겨 놓고 마셨던 맥주를 당당하게 냉장고에서 꺼내서 주방, 안방, 거실에서 마음껏 마시다 보면 내가 정말 어른이 된 것 같아서 좋아. 그리고 요즘은 드라마를 보면서 헛된 연애를 꿈꾸지 않아도 되게 된 것도 좋아. 이제 멋진 주인공과 내 남자 친구를 비교해가며 괜한 스트레스 안 받아도 되니까 홀가분해.! 잘생긴 주인공을 보면 이제는 아, 우리 애들이 저렇게 자라 야할 텐데라고 생각하지만.

결혼하고 제일 좋은 점은 뭐니 뭐니 해도 섹스를 죄책감 없이 할 수 있단 거지.

왜 그런 마음인지는 모르겠지만 결혼 전에는 커다란 죄를 지은 거 마냥 주일에 교회 가면 회개. 기도를 하고 꼭 하지 않을 거란 지키지 못할 다짐을 했거든. 특히나 엄마한테 너무 미안했어. 왜 미안했을까? 엄마랑 무엇이든 털어놓는 비밀 없는 사이도 아니었는데…다른 것보다 이것만은 걸리지 않길 바라고, 그러면서도 늘 미안했어. 결혼하고 나서는 엄마가 애들 봐줄 테니 좋은 시간 보내란 얘기도 하는데 말이야. 돌아보니 어렸을 때 엄마 아빠는 종종 같이 목욕을 했었는데, 아빠가 깨끗하게 안 씻어서 씻겨주는 거라 했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둘러댈 말이 없었나 싶네.! 아무튼 결혼하고 제일 좋은 건 스킨십도 뽀뽀도, 섹스도 죄책감도 부끄러움도 없이 합법적으로 당당하게 즐길 수 있고, 친구들과 터놓고 얘기할 수 있게 된 거야.

어릴 땐 왜 그렇게도 다른 커플들이 섹스를 하는지 궁금했나 몰라. 이제는 서로 안 한 척도, 많이 해 본 척도 없이 있는 그대로 이야기하는 섹스가 야하고 숨겨야 하는 게 아닌 자연스러운 생활이란 게 마음이 편해졌어.

P 언니 그럼 결혼생활에서 제일 힘든 점은 언제였어요?

M 결혼이라는 건 둘이 좋아서 했는데 그와 동시에 늘어난 가족 구성원과 세포 분열처럼 늘어난. 내 역할이 때로는 벅차고 힘들게 느껴질 때가 있었어.

나와 다른 성향의 사람을 가족이 되었으니 무조건 이해하고, 유지해야 할 땐 감정 소모가 너무. 심해서 스트레스받기도 하고, 우리 둘의 문제가 아닌 구성원 문제로 다투게 될 땐 아! 그냥 혼자 살 걸 싶었지. 지금은 모든 구성원이 자기 역할이 있다고 생각 들고, 나는 내 역할만 잘해야 한다고 마음먹고 나니 좀 열린 마음이 된 것 같아.

아이를 임신하고 출산하고 육아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주부라는 타이틀이 주어졌을 때가 두. 번째 위기였던 것 같아. 남편은 사회생활에 제약도 눈치 볼 필요 없이 할 수 있었지만, 나는 가게 일을 하려면 남편 스케줄, 엄마 스케줄 맞춰가면서 일해야 하고, 일하다 애보다 집안일하다 다시 일해야 하는 시스템이 너무 억울했어. 그래서 그런지 남편이 상을 받거나 승진을 하면 기쁨보다 질투 났었어. 그 당시에 나는 주부와 엄마라는 역할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었던 것 같아.

아이는 이쁘지만, 엄마는 하기 싫었던 것 같아. 결혼을 하고 아이는 낳았지만 나는 실감을 못 하고 있었던 것 같아. 그러다 둘째가 생기고 태어나면서 아내와 엄마 역을 받아들이게 됐고 남편과 아이들과 나는 같은 팀이라는 개념이 자리 잡힌 것 같아. 선녀와 나무꾼에서 나무꾼이 아이 3을 낳고 선녀 옷을 준다고 했던 말이 이해됐지. 그때부터는 억울한 마음, 질투 나는 마음은 덜 해지고, 내 가족은 이제 엄마, 아빠, 동생이 아닌 남편과 아이들이라고 체감하게 된 것 같아. 더는 보호받는 신분이 아닌 보호자가 되었다는 게 체감이 되고 나니 가족 내에서 내 역할에 맞춰 움직이고 생각하는 게 자연스러워졌어.

P 언니는 결혼과 육아 스트레스를 어떻게 풀어요

신혼 때는 시어머니와의 마찰이 생길 때 엄청 큰 스트레스였는데 그때마다 남편이 불효자가. 되어 내 편에 서 주어서 위기를 넘길 수 있었고, 아이들과 북적북적 지내다 내 생활이 없다고 느껴지거나 귀가 쉬고 싶은 순간들엔 혼자 있을 시간을 만들어서 풀어내고 있다.

새벽에 등산을 가거나, 요가, 독서 등 혼자 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서 하기도 하고, 육아와. 일을 병행하는 게 힘들지만 그만큼 성취감도 크고 어느 한쪽에 몰입하면서 다른 쪽 스트레스를 풀게 되는 것 같아. 우리 부부가 서로의 취미와 각자의 시간을 인정해 주게 되는 이유인 것 같아.

P결혼을 고민하는 친구들에게 해 주고 싶은 말 있을까요?

M 깊게 싸우고 화해해 보라고 하고 싶어. 서로 민낯을 보고 나서도 다시 만나 살고 싶은지, 화해하는 과정은 어떤 식인지,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는지 살펴보고 고민했으면 해.

우리 커플처럼 장기 연애를 하고 있지만 결혼에 대해 결단하지 못할 땐 조금 모험 삼아 피임. 없이 관계 맺어보라고도 해 주고 싶네. 생각지 못한 임신이 인생의 큰 결정을 내려주기도 하더라고. 결혼은 혼자일 때 보다 잦은 힘듦과 부딪힘이 있지만, 행복의 깊이가 깊어서 꼭 해 볼 만하다고 생각해.

결혼은 주인공이었던 둘이 조연으로 맞춰지는 과정인 것 같아. 그래서 유난히 힘들고. 아프지만, 대신, 둘만이 아닌 다양한 사람들과 어울려 사는 재미를 알게 해주는 것 같아.

죽을 때까지 20대의 이쁘고 완벽한 여주인공만 하며 살 수 있을 것 같은 꿈에서 깨서 30대와. 40대, 50대, 60대, 70대 그리고 죽음과 그 이후까지 꿈꾸고 준비할 수 있게 도와주는 동반자 생겼다고 생각해.

결혼 까짓것 한번 해 봐. 해보고 아니면 말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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