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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길의 애정 Jun 05. 2022

이번 여행은 뭔가 잘못됐다

전남 목포 |  목포로 가는 KTX  

 새벽에도 끈끈한 공기가 가시지를 않는다. 아무래도 비가 잔뜩 내릴 것 같다. 예정에 없던 우산까지 챙기니 오늘도 배낭이 천근만근이다. 이번 여행은 전남 목포다. 늘 그렇듯 불현듯 생각나는 지역으로 가는 기차를 끊고 일정을 짰다. 급하게 예매한 것치고 예상보다 좌석이 많았다. '다른 사람들은 다른 지역들을 갔나 보다.' 생각했다. 이 생각은 이후 좋게 포장하면 내가 지나치게 순수했던 것이고, 있는 그대로 표현하자면 바보 같았다.


 이번 여행은 어디를 갈지, 어떻게 갈지 세세하다 못해 지독하게 파고들며 준비하던 일전의 여행들과 준비 과정부터 너무나도 달랐다. 거리 계산도 패스했고, 뚜벅이로 가는 거지만 대중교통도 알아보지 않았다. 당일 일정이니 적당히 다녀올 예정이었고, 올라오는 기차 시간도 21시에 가까웠기에 시간도 충분했다. 그래서인지 기차에 앉는 순간까지 실감이 나지 않았다.


 여행 때는 목적지에 가기까지 차창을 보며 음악을 들으며 가지만 이번은 아이패드에 영화를 받아갔다. '디어 에반 핸슨'. 뮤덕인 나를 공연장으로 뛰어가고 싶게 만들어주는 영화다. 좋은 영화고 재밌는 영화이지만 아뿔싸, 눈물 버튼을 눌러버리는 생각이 많아지게 만드는 주옥같은 대사들은 방방 띄워도 모자랄 마음을 더 차분하게 만들어버렸다. 눈물이 한 방울, 두 방울 떨어질 때마다 나는 어떻게 살아왔나 생각이 많아져버렸다. 여행은 생각을 버리러 가는 일인데 시작부터 생각이 +1이 되었다.

 맙소사. 익산을 지나니 비가 온다. '하필 폴라로이드 카메라도, 16mm 렌즈도 챙겨 왔는데 가방이 젖으면 어떡하지.' 걱정이 늘어간다. 심지어 KTX도 요란한 진동과 함께 멈춰버렸다. 다음 역, 그다음 역으로 갈수록 지연 운행을 하고 있었다. 하나 반가웠던 건 빗물에 곱개 갠 황토가 예뻤다는 것.


 비는 그칠 생각이 없는 듯 꾸준히 오고 있었다. 어제 확인했던 날씨는 오전 중 그침이었지만 다시 확인해본 날씨는 오후까지 주룩주룩이다. 유달산을 걸어 올라가려던 일정을 바꿔야겠다. 그렇게 두 시간 반을 넘게 달린 목포행 KTX는 어느덧 나주를 지나 목포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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