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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길의 애정 Jun 01. 2022

그건 아마 우리의 잘못은 아닐 거야

전남 여수 |  오동도 & 여수 엑스포

 늦은 점심을 먹었더니 올라가는 기차 시간까지 애매하게 됐다. 여수엑스포역에서 도보로 갈 수 있는 오동도를 다시 가보기로 한다. 대신 ‘여수랑’을 타고. 서울의 ‘따릉이’를 대중교통처럼 타고 다니기도 했고, 지역의 공공 자전거를 타보고 싶어 미리 ‘여수랑’ 어플을  설치하고 갔기에 꼭 자전거를 타고 싶었다.


 '여수랑'은 '따릉이'와 대여 방법이 비슷했다. QR 코드를 대면 찰칵 소리와 함께 고정 장치가 해제되면서 운행을 할 수 있다. 자 빌렸으니 가보자. 오동도는 입구에 물품 보관소가 있어 뚜벅이들에게는 너무나도 편리하다. 향일암에 물품 보관소가 있었다면 덜 지치지 않았을까 생각하며 배낭을 맡기고 ‘여수랑’을 끌고 자전거 도로로 간다. 파란 ‘여수랑’은 맑은 하늘과 너무나도 잘 어울렸다. 바닷바람을 가르며 페달을 밟는 기분은 바다 위를 떠가는 기분이었다. 자전거 도로에서 살짝 빠져나와 바다 위에 설치된 통행교 위로 가니 색다른 기분이다.


 뜨거운 햇빛의 열기를 밀어내는 시원한 바람이 불어온다. 소노캄 여수 앞에 정박된 요트는 이국적인 풍경을 만들어내고 있었고, 오전에는 시간에 쫓겨 미처 보지 못했던 사람들의 즐거운 대화 소리, 설렘 가득한 표정이 눈에 들어온다, 시간의 여유가 있는 여행은 주변에 펼쳐지는 상황을 보다 행복하게 기억하게 한다. 이날이 그런 날이었다. 잠시 발걸음을 멈춰 이어폰을 꽂고 백예린의 ‘그건 아마 우리의 잘못은 아닐 거야’를 들어본다. 수면 아래에 있는 듯한 신비로운 음악과 목소리는 잠시 동안 시간과 여행에서 얻은 피로를 잊게 해 준다. 짜릿한 순간이었다.

 자전거 도로의 끝에는 음악 분수가 있었고, 여러 세대가 공감할 수 있도록 다양한 장르의 음악이 흘러나온다. 마침 그 앞을 동백 열차가 지나가 기분이 더 말랑말랑해진다. 조금 더 바닥에 앉아 분수와 햇살을 느껴본다. 앞으로 3시간. 여수에 머무를 수 있는 시간이다. 오동도에서 '여수랑'을 반납하고 방파제 벽에 그려진 벽화길을 따라 걸어 나간다. 삼각대를 가져왔거나 동행이 있었다면 벽화 앞에서 사진을 많이 남기고 왔을 텐데 혼자 여행은 이럴 때 아쉬움이 남는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박람회장까지 천천히 걸었다. 세월을 이기지 못하고 녹이 슬어버린 구조물과 주말  시간임에도 인기척 없이 조용한 이곳을 바라보며 아쿠아플라넷에 갔었던  여행의 기억조각조각 떠오른다. '다시는 오지 말아야지.'라고 다짐했지만 이렇게 이곳에 와있다. 사람으로 북적였지만 지금은 과거의 영광은 모두 사라진 박람회장처럼 앞날은 모르는 거다.

 서울로 돌아갈 시간이다. 같은 지역에 방문했지만 상반된 두 날의 기억을 갖게 된 그날의 나처럼, 나란히 서있지만 방향이 다른 두 기차가 선로에 서있었다. 올라가는 열차 안, 차창 너머의 하늘은 보랏빛으로 푸르게 물이 들어가고 있었다. 보랏빛 석양은 카메라로 기억하기보다 눈으로 기억해본다. 낮에 들었던 '그건 아마 우리의 잘못은 아닐 거야'가 다시 헤드폰을 타고 흘러나온다. 이번 여행에서는 이 음악이 내 정서를 계속 건드린다. 아름다움에 아름다움이 더해지는 황홀경에 도취된다. 아쉽게도 기차가 달리는 속도만큼 빠르게 해가 저물어간다. 이번 여수 기차 여행은 눈부신 일몰과 일출처럼 눈부시게 기억될 것 같다.




- 여행 계획 수립 : 여수 1편 바로가기 클릭

- 여수로 향하는 기차 : 여수 2편 바로가기 클릭

- 수수한 여수 섬 여행 : 여수 3편 바로가기 클릭

- 언덕 위 절경 : 여수 4편 바로가기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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