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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본드형 Jul 08. 2021

칵테일은 조화다

그 오묘한 맛과 멋

젓지 말고 흔들어서


영화 007 시리즈에서 제임스 본드가 '보드카' 마티니를 주문하는 단골 멘트다.


마티니는 원래 '진' 베이스로, 저어서 만드는 칵테일인데, 흔들면 기포가 생겨 색깔도 뿌옇고 입술에 닿는 감촉도 달라진다고 한다. 술 한잔에도 멋스러운 그의 취향이 잘 드러나는 명장면이다.


그런데 <007 스카이폴>에서 이 유명한 대사가 사라졌다. 영화 스폰서인 '하이네켄'이 약 400억을 내면서 자기 회사 맥주를 마시는 장면으로 대신했기 때문이다. 여왕 외에는 누구에게도 무릎 꿇지 않던 우리 본드형도 돈 앞에서 어쩔 수 없다는 현실이 왠지 씁쓸했다.


대한민국 남성들이 가장 즐기는 칵테일은 '소맥' 아닐까?

찬 맥주 베이스에 저마다 레시피 비율에 맞춘 소주를 말고 힘차게 회오리를 돌려 마시는 국민 폭탄주. 지금은 코로나로 회식이 사라지면서 마신 지 꽤 오래됐지만 가끔씩 그 시원한 맛이 그리워진다.


술 얘기를 하다 보니

수필가 피천득의 <맛과 멋>이란 글이 떠오른다.

 

맛은 감각적이요, 멋은 정서적이다.
맛은 적극적이요, 멋은 은근하다.
맛은 생리를 필요로 하고, 멋은 교양을 필요로 한다.
맛은 정확성에 있고, 멋은 파격에 있다.
맛은 그때뿐이요, 멋은 여운이 있다.
맛은 얕고, 멋은 깊다.

(중략)

맛과 멋은 리얼과 낭만이 같이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는 것이다.

그러나 맛이 있으면 그만인 사람도 있고, 맛이 없더라도 멋만 있으면 사는 사람도 있다. 맛은 몸소 체험을 해야 하지만, 멋은 바라보기만 해도 된다.

맛에 지치기 쉬운 나는 멋을 위하여 살아간다.


나는 어떤 사람일까? 모르겠다...

그저 현실의 맛에 취해 나만의 멋을 잃고 싶지 않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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