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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본드형 Sep 20. 2021

슬기로운 코로나생활

남산 둘레길에서

아침 일찍 짱이를 둘러매고

아내와 산책을 나섰다.


추석 연휴이고

초가을 맑은 하늘에 바람까지 선선히 불어주니

남산 둘레길을 걷는 사람들이 한껏 여유로워 보였다.

지친다 싶어 중간에 잠깐 쉬는데

앞에 현수막이 눈에 들어온다.


공원 내에서도 2m 거리를 유지하고
마스크를 꼭 착용해주세요


'저게 벌써 1년 반이 넘었네...'

작년 코로나가 터지고

생경한 사회적 거리두기와 마스크 착용,

그리고 답답한 집콕 생활에 슬슬 지쳐갈 즈음

우연히 이곳 남산 둘레길을 알게 되었고,

그때부터 아내와 난 틈나면 산책하는 취미가 생겼다.


국립극장을 출발하는 왕복 7km 북측 순환로인데

경사가 거의 없는 포장도로지만 자동차나 자전거는 다니지 않아 안전하고, 오래된 단풍나무 가로수들이 터널을 만들어 햇볕의 직사광선을 막아주니 굳이 모자를 쓰거나 선크림을 바를 필요도 없으며, 리듬감 넘치는 양쪽 길가엔 졸졸졸 시냇물 흐르는 소리까지 정겹게 들려오니

그야말로 산책하기에 이만한 코스가 세상에 있을까 싶다.


산책의 묘미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못 보던 다양한 사람들 눈과 마주친다는 게 그중 하나다.


조용히 손잡고 가는 부부,

이어폰을 꽂고 열심히 뛰는 외국인,

아빠의 무등을 타고 행복해하는 아이,

편안하게 혼자 '배려의 길'을 걷는 시각 장애인 등등


모두 저마다의 방식으로 산책을 즐기며

모든 게 꽉 막혀버린 코로나 시기를 슬기롭게 이겨내고 있었다.

산책을 하며 깨달은 사실.


코로나로 2m란 사회적 거리가 생겼지만

가족과의 관계는 훨씬 더 가까워졌다는 것.


모두 마스크를 쓰고 있어도

사람들 눈을 보면 그들의 기분을 다 알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여름이 가을로 바뀌 듯

세상은 이 바이러스로 한층 더 성숙해질 것이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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