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본드형 Sep 01. 2021

아직도 나는 아빠다

다행이다

아빠, 잘 계셔?


아들로부터 손편지를 받았다.

훈련소 들어간 지 3주 만인데, 지난 주말에 이미

기다리던 첫 통화인 '통신 보약'을 받아서인지 예상보다는 덤덤했다.


아내와 내게 각각 한 장씩, 그리고 동기들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해할까 봐... 라며 그림도 들어 있었다.

윗 그림 가운데, 편지 쓰는 98번 훈련병이 내 아들이다


편지 첫 문장이 참 어색하다.

아내처럼 "엄마, 잘 있어?"도 아니고

존대인 듯 존대 아닌 "아빠, 잘 계셔?"란다.

뭔가 이제는 어른스럽게 보이고 싶긴 한가보다. 녀석~~


사회는 참 허례허식이 많더라
여기는 다 머리 깎고 옷 똑같이 입고 보니
사람 한 명 한 명이 더 잘 보이는 거 같아

사회였다면 그냥 무시하고 말 사람들이었을 텐데
여기서 만났기 때문에
말도 섞고 겪어볼 수 있음에 감사해

좋은 전우, 좋은 경험
많이 쌓아서 나갈게

사랑해


늘 어리고 철없는 줄 알았는데...

이런 멋짐까지 굳이 아빠를 닮을 줄이야.

(옆에서 아내가 째려본다)




30년 전, 나도 군대에서 아버지에게 편지를 썼었다.

내 기억에는 아마도 그때였던 것 같다.

'아빠'에서 '아버지'로 호칭이 바뀐 터닝포인트가.

왠지 그래야 할 것 같았고 그러고 싶었다.

더 이상 아이가 아닌 어른임을 선포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버지도 그랬을까?

뭔가 품에서 멀어지는 섭섭함은 없었을까?

나는 그때 사랑한다는 말을 했었을까?


아빠가 보고 싶다...

아버지 - 나태주 -

왠지  네모지고 딱딱한 이름입니다

조금씩 멀어지면서
둥글어지고 부드러워지는 이름입니다

끝내 세상을 놓은 다음
사무치게 그리워지는 이름이기도 하구요

아버지,
이런 때 당신이었다면 어떻게 하셨을까요?
마음속으로 당신 음성 기다립니다





이전 10화 아들 군대 가는 날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