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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본드형 Jul 24. 2021

아들이 치마를 입었다

힙하다는 게 뭘까?

요즘 즐겨보는 TV 프로가 <슈퍼밴드 2>다.

연주나 보컬에 다양한 재능과 끼를 가진 참가자들이 팀을 이뤄 경연하는 내용인데 참 신선하고 재미있다.


'박다울'이라는 거문고 연주가가 등장했을 때,

옆에서 보던 아들이 "힙하네"라며 한마디 뚝 던진다.


난 암만 봐도

부스스 파마머리에 펑퍼짐한 츄리닝 입은 비주얼이

동네 백수 같은 느낌인데...


궁금해서 물었다. "아들, 도대체 힙하다는 게 뭐야?"

늘 그렇듯 짧게 대답한다. "그냥 좋은 거지"

"그냥?"

"응"

"... 그렇구나"




어느 날 외출하는 아들이 치마를 입고 있었다.


한창 연애 중이고,

얼마 있으면 군대를 가니

최근 외모에 부쩍 신경 쓰는 눈치긴 했는데


긴 파마머리를 말꼬리 스타일로 묶고

하얀색 라운드 면 티에 검정색 긴 스커트를 매치한 것이

'미대오빠' 패션이었다.


X세대 가수 김원준 이후로 처음 보는 치마 입은 남자가 멋지기보단 낯설게 느껴졌다.

(누구를 닮은 것같은데...)


바로 다.

나도 한때 자칭 '패션리더'였다.


날라리 대학생   

옆라인 툭 튀어나온 '소방차' 승마바지를 입었고,

아내와 한창 데이트하던  직장에선

속이 훤히 비치는 시스루 정장으로 온갖 멋을 부렸으며,

프랑스 유학 가서는

일 년 간 히피처럼 머리를 길러 헤어밴드를 하고 다녔다.


남의 시선 따윈 크게 의식하지 않았던

그런 시절이 나도 있었다.



낯설지만 그냥 좋은 거


국어사전을 찾아보니, '힙하다'는

원래 허리와 다리가 만나는 지점인 영어 단어 '힙(Hip)'에

한국어인 '~하다'를 붙인 말로

새로운 것을 지향하고 개성이 강한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난 여전히 모르겠다.

동네 백수 스타일이 왜 좋은 건지를.

그리고 치마 입는 아들의 모습도 아직 낯설다.


래서 나이 들면 꼰대가 되는 걸까?


'그냥 좋다'는 아들의 정의처럼

힙함은 어쩌면 낯선 것을 받아들이는 태도일지도 모르겠다.


익숙하지 않은 건

안 좋은 것이란 기성세대의 고정관념 대신,


낯선 것에서 좋은 걸 발견해 내는

열린 그 호기심이, 그 젊음이 부럽다.


이참에 나도 용기 내서

치마 입는 중년이나 돼볼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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