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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본드형 Oct 23. 2021

아내가 한지민으로 보인다

술 탓이다

퇴근시간 5분 전

어김없이 스마트폰이 떨린다.


칼퇴?

점심 머 드심?
콩나물국밥
병어조림이나 고등어조림 땡김?
안땡김
밀가루 땡김?
땡김
전 드시고 싶으면 호박이나 미나리 사오셩
호박하고 막걸리 사가
ㅇㅋ 난 비루 하나

오셩


불금 저녁, 메뉴를 정하는 아내와의 카톡은 오늘도 행복한 <오! 나의 여사님> 이모티콘으로 마무리된다.


일주일에 한두 번이던 집에서 술자리가 코로나 이후 세네  번으로 늘었다. 사실 엄밀히 말하면 술자리라기 보다는 그날그날 메뉴에 따라 하는 반주에 가깝긴 하다.


맥주파였던 아내는

나의 가르침으로 어느새 막걸리, 와인, 소주를 떼고

아들의 알려 준 위스키의 맛까지 알아버렸다.

덕분에 그날 날씨나 기분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주종과 그에 어울리는 안주가 제법 다양해져 여느 술집 부럽지 않다.


술맛 땡기는 트롯을 틀어놓고

아내와 주거니 받거니 하는데 주방 벽에 걸려있는 액자가 눈에 띈다.


찬물 한그릇 떠 놓고
비는 정성으로 살아가면
한세상 눈물도
한송이 꽃이어라


22년 전 결혼식 때, 작가이신 아버지 지인분이 함께 잘 살라고 써 주신 글귀다.


지금 생각하니

그 찬물  한그릇이

술 한잔이  아니었을까...


기분 좋게 취기가 오르니

아내의 얼굴이 얼마 전 <백스피릿>에 나온 한지민처럼 귀여워 보인다.


역시 아내는 내 최고의 술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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