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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본드형 Sep 17. 2022

나랑 다시 결혼하고 싶어?

다시 태어난다면...

다시 태어나면
나랑 다시 결혼하고 싶어?


아내가 묻는다.


신혼이라면 1초의 쉼도 없이 "그럼!"이라고 했겠지만

결혼생활 20년 넘은 나 정도면

일단 질문의 배경과 의도를 살펴야 한다.


왜 물어?

카페글 보다가
누가 그걸 올렸는데 댓글들이 재밌어서

뭐라는데?

대부분 '한 번 살아봤음 됐지, 굳이 또...'인데
<어바웃 타임>처럼 만약 지금 내 자식이 바뀐다면
다시 결혼한단 답도 있어.

오호?

더 재밌는 건
사람이 아닌 걸로 다시 태어나고 싶다는
댓글도 있더라구

뭘로?

예를 들면 '바위'.
주변에서 아무리 건드려고 꿈적 안 하고 싶대
'바람'이 돼서 자유롭게 살고 싶다는 사람도 있구

...(다행이다. 내가 뭘 잘못한 건 없군)

난 결혼 안 하고 혼자 살고 싶어
만약 꼭 해야 한다면 남자로 태어나면 좋겠고

재밌네 (역시 내 답이 중요한 건 아니었군)


순간의 위기를

노련한 침착함으로 잘 넘긴 스스로를 대견해하며

생각했다.


나는 무엇이 되고 싶을까...




동물로 환생한다면

'새'가 좋겠다.


훨훨 날아다니며 넓은 세상을 볼 수 있으니

학처럼 우아한 자태를 가진 새라면 금상첨화겠다.


동물이 아니라면...

어렵다.


비나 눈?


둘 중에서 굳이 하나를 고르라면

내릴 때 잠깐 멋지지만 나중에 처치 곤란한 눈보다는


폭우처럼 무서울 때도 있지만

세상을 맑게 씻겨주고 술맛도 더해주는 비가 낫겠다.


만약 한 세상 잘 살아서

사람으로 다시 태어난다면 결혼은?


한번 살아봤음 됐지,
굳이 또...


나 역시 이렇게 쿨하게 대답은 지만

마음은 이랬다.


내가 '여자'로 태어나면

분명 당신 같은 '남자'에게 끌리긴 할 거야.


만약 결혼까지 한다면

우리 아들 같은 ''을 낳겠지.


상상만으로도

재밌고 끔찍한(?) 인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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