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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본드형 Oct 10. 2022

그녀의 망치질이 시작됐다

올 가을엔 내가 은행을 털어야겠다

아빠, 아줌마 같지?

간만에 머리를 자르고

가족 단체톡으로 사진을 올렸더니

아내가 '얼뚱이' 같다 놀리며 그림을 올린다.


현상수배 걸린 부부 사기단 같은데

기분 나쁜 건 사진과 얼추 비슷하다는 거다.


"ㅋㅋㅋ"하는 아들의 답이 아직 없는 걸 보니

연휴인데도 부대 일이 바쁜가 보다.




아침부터

그녀의 망치질이 시작됐다.


작년 양평에서 주워 온 은행들을 남았다며

전자레인지에 1차 데우더니

껍질이 덜 벌어진 것들을 처리하기 위해

비장의 무기인 나무망치를 꺼내왔다.


몇 년 전 '오매락'이란 술에 딸려 온 건데

며칠 전 더덕구이 할 때도 한바탕 망치질을 했단다.


아내가 까 주는 은행알 하나를 입에 넣으니

내 가을도 시작되는 기분이다.




작년 요맘때 양평 생각이 난다.


비 온 뒤 높고 파래진 하늘 아래서

아내는 짱이와 아침부터 떨어진 은행을 많이도 주웠다.


한가득 모아진 은행을

뿌듯해하는 그녀를 보며 생각했었다.

 

저게 뭐라고 굳이

그냥 즐기면 될 것을...


하지만 오늘,

그녀가 까 주는 은행을 먹는 내 모습을 보며

즐거워하는 그녀 얼굴을 보니 알겠다.


자신보다 내 식구 챙기는 걸 먼저 배운

넉넉지 못했던 집 장녀의 오랜 습관이란 걸...


올 가을엔 내가

그녀를 위해

은행을 털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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