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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본드형 May 29. 2023

아내와 얼레리꼴레리

우산을 같이 쓴다는 것

어휴~ 배불러


아내가 저녁 먹은 게 소화가 안된다며

동네 산책을 가잰다.


연일 비가 내려 산책이 고픈 짱이까지 둘러 매고

우산 하나를 아내와 같이 쓰니

자연스레 연애할 때처럼 그녀가 팔짱을 낀다.




평소 가보지 않던 코스를 지나는데

재밌는 조각물이 눈에 띈다.


우산 모양의 삼각형 속에 고양이 한 마리가 있고

그 아래 아이 둘이서 등지고 손 잡고 있는 게

동화처럼 보인다.


"아! 저거 나 알아.

우산을 같이 쓰는 남녀가 사랑하는 사이란 건데

<추억은 방울방울>에서 봤던 거야."


신혼 시절,

일본어를 배우며 백 번도 넘게 봤다는

아내가 들려주는 얘기가 더 재밌다.

<추억은 방울방울> 마지막 장면


일본어로 '아이아이카'란 말이 있는데


하트 아래 삼각형을 그리고

아래 왼쪽엔 자기 이름, 오른쪽엔 상대 이름을 쓰면

우산을 같이 쓰는 남녀처럼 연인이 된다는


그래서

어린 학생들 사이에선

"둘이 사귄대요, 얼레리~꼴레리~"하고 놀리는

그런 유명한 상징이란다.


참 귀엽기도 하지...


하긴, 남녀가 우산을 같이 쓰면

비를 맞지 않으려고 좁은 공간에서 몸이 닿게 되고

그러다 어깨 걸고 손 잡고 팔짱 끼는 게 순서니깐...


그러고 보면

우산은 참 로맨틱한 물건이란 생각이 든다.

 



낮에 잠깐 본

남녀 짝짓기 프로그램이 생각났다.


이쁘고 직업도 좋은 남녀 6명이

한 집에 살면서 서로의 감정이 통하는 짝을 찾는

재미가 쏠쏠했다.


분명, 방송을 위한 게임 같은 연애라

그리 순수하지만은 않겠지만

미묘한 눈빛, 사소한 행동 하나에 의미를 부여하고

심장이 콩닥콩닥하게 움직인다는 게 신기했는데


비 오는 저녁 산책 길에

아내가 살포시 껴 오는 팔짱이 은근히 기분 좋은 건

아직 나의 심장에 연애 세포가 생존해 있다는

확실한 증거이리라.


사랑하며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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