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brunch
브런치북
나는 가족이 좋다
06화
그녀의 망치질이 시작됐다
올 가을엔 내가 은행을 털어야겠다
by
본드형
Oct 10. 2022
아빠, 아줌마 같지?
간만에 머리를 자르고
가족 단체톡으로 사진을 올렸더니
아내가 '얼뚱이' 같다 놀리며 그림을 올린다.
현상수배 걸린 부부 사기단 같은데
기분 나쁜 건 사진과 얼추 비슷하다는 거다.
"ㅋㅋㅋ"하는 아들의 답이 아직 없는 걸 보니
연휴인데도 부대 일이 바쁜가 보다.
아침부터
그녀의 망치질이 시작됐다.
작년 양평에서 주워 온 은행들을 남았다며
전자레인지에 1차 데우더니
껍질이 덜 벌어진 것들을 처리하기 위해
비장의 무기인 나무망치를 꺼내왔다.
몇 년 전 '오매락'이란 술에 딸려 온 건데
며칠 전 더덕구이 할 때도 한바탕 망치질을 했단다.
아내가 까 주는 은행알 하나를 입에 넣으니
내 가을도 시작되는 기분이다.
작년 요맘때 양평 생각이 난다.
비 온 뒤 높고 파래진 하늘 아래서
아내는 짱이와 아침부터 떨어진 은행을 많이도 주웠다.
한가득 모아진 은행을
뿌듯해하는 그녀를 보며 생각했었다.
저게 뭐라고 굳이
그냥 즐기면 될 것을...
하지만 오늘,
그녀가 까 주는 은행을 먹는 내 모습을 보며
즐거워하는 그녀 얼굴을 보니 알겠다.
자신보다 내 식구 챙기는 걸 먼저 배운
넉넉지 못했던 집 장녀의 오랜 습관이란 걸...
올 가을엔 내가
그녀를 위해
은행을 털어야겠다.
keyword
은행
가을
장녀
Brunch Book
나는 가족이 좋다
04
나랑 다시 결혼하고 싶어?
05
아내는 이 마음 모르리
06
그녀의 망치질이 시작됐다
07
아내와 얼레리꼴레리
08
불멍하는 날
나는 가족이 좋다
brunch book
전체 목차 보기 (총 30화)
24
댓글
1
댓글
1
댓글 더보기
브런치에 로그인하고 댓글을 입력해보세요!
본드형
가족 분야 크리에이터
직업
크리에이터
아직은 작가 연습생입니다. * 문화잡지 <쿨투라> 병오년 1월호에 제 글 '나의 로시난테에게'가 실렸습니다.
팔로워
125
제안하기
팔로우
이전 05화
아내는 이 마음 모르리
아내와 얼레리꼴레리
다음 07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