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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멍하는 날

아내의 소원풀이

by 본드형
그럼 그렇지!


아내의 속셈을 알았다.


처제네 김장은 핑계였고,

전원주택에서는 불멍이 가능하단 걸 노린 게 틀림없다.


5시간이나 걸린 '노동'을 끝내자마자

나에게 장작을 패오라 하더니,

며칠 전부터 동네에서 몰래 모았다며

솔방울 한 보따리를 차에서 꺼내와 신나게 불을 피운다.


저리 좋을까...




6시도 안 되었는데

주변이 벌써 어둑어둑해진다.


솔방울 불멍도 좋지만

밤 추위를 버티기엔 화력이 약하다 싶은데...

마침, 일하러 나갔던 동서가

어떻게 알았는지 참나무 장작을 한 박스 사들고 왔다.


전문가의 손길이 닿으니

불꽃이 확 살아나며 주변 공기를 데운다.

순식간에 분위기는 캠프파이어장로 변해 버렸다.


블루투스 스피커를 켜고

딱 어울리는 노래를 스마트폰으로 찾아냈다.


"이 밤을, 이 밤을 다시 한번

당신과 보낼 수 있다면~어어언..."


그래, 이게 바로

'도시 촌놈'이 꿈꾸는 전원주택 사는 맛이리라.




어느새 밤이 깊어지고


낮에 만든 김장 김치에다

숯불 위에 구운 고기와 조개로

처제네와 우리 부부는 한껏 호사를 누렸다.


휘영청 달빛아래

잔불에 비치는 아내의 웃는 얼굴을 보며

물었다.


소원 풀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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