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 시인

by 본드형

추석이 지났으니

이제 빼박인 가을이다.


시월이 코앞인데도 아직 여름인 양

마지막까지 폭염을 내뿜던 고약한 날씨도

어제부터 내리는 가을비로 얌전히 물러가는가 보다.


나이 오십에 터져버린 감수성에

새벽부터 일어나 무작정 글을 써대던 3년 전.


나는 시를 썼었다.


https://brunch.co.kr/@jsbondkim/162




그런데 요즘 아내가 그렇다.


실용과 효율의 T성향이던 그녀가

그 반대편 F만의 언어인 시를 쓰기 시작했다.


제법 어울리는 그림까지 그려

하루에도 몇 번씩 내게 톡으로 보내온다.


이런 식이다.


아스팔트 위에서
꿈틀대는 지렁이를 보고
돈 벌러 고향 떠나
팍팍한 서울살이에 고생하시던
돌아가신 부모님 모습이 떠올라 써봤어.




날씨가 시인을 만드는 건지

나이가 시인을 만드는 건지


아니면,

우리가 원래 시인이었던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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