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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본드형 Sep 21. 2021

달과 밀당하다

그녀와의 멋진 인연들

내가 태어나던 해.

팔 힘센 암스트롱 형님이 달 표면에 커다란 발자국을 찍어

방아 찧는 토끼는 새빨간 거짓임을 전 세계에 폭로했다.

(2등은 아무도 기억하지 못한다는 교훈도 얻었다)


국민초등학교 국어시간.

달을 따 달라는 공주를 설득하는 대머리 학자 역할을 맡아 머리를 진짜 밀어야 하나 심각한 고민에 빠졌었다.

(광대의 사기에 과학적 진실이 왜곡되는 현장을 목격했다)


아내와 처음 눈이 맞던 때.

당시 <첨밀밀> OST인 등려군의 '月亮代表我的心'을 듣고  프러포즈 송으로 해볼까 중국어 가사를 외우고 싶었다. (결국 조지 마이클의 'Kissing a fool' BGM으로 바꿨다)


그리고 오늘 밤.

추석 보름달을 보러 나갔는데 구름 뒤에 숨어 보일 듯 말 듯 나 잡아봐라 하고 게 밀당을 한다. 허 참~~ 관둬라.

(그냥 집으로 돌아오는데 저 여기요... 하고 수줍게 나온다)


찰깍. 찰깍.

2021년 9월 21일 오후 9시 1분

이 순간 그녀와 나는 또 하나 멋진 인연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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