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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본드형 Nov 27. 2021

가진 자의 여유

나는 사람 부자였다

곳간에서 인심 난다


자신의 배가 불러야

주변을 돌아볼 여유가 생긴다는 말이 있다.


스스로 가난하다거나

가진 것이 없다 느껴 본 적 없이 살았지만,

그렇다고 넉넉하다고

남을 돕거나 베풀며 살지도 않았던 나였다.


그런데 아니었다.


이미 배는 찼는데

혀가 욕심이 많아 계속 입으로 집어넣기 바빴고


알고 보니 남들이 부러워할

많은 것을 이미 가졌으며,

먼저 주면 그 이상이 되어 내게 되돌아오는

신기한 삶의 '이자'를 몰랐을 뿐이었다.




따고 배짱이야


대학시절 절친들과 가끔 재미로 포커를 쳤다.


마지막 전부 올인해 한 명이 다 따면

그 친구가 그걸로 기분 좋게 술값이 내는 식이었는데,

승자도 패자도 없었지만 게임은 게임인지라

그때만큼은 4명 모두 타짜가 되었다.


포커의 묘미는

내가 가진 패를 상대방이 어떻게 믿도록 하느냐인데


예를 들면

낮은 패를 가졌을 때 높은 것처럼 믿게 하거나

반대로 높은 패를 낮게 보이도록 해야 이기는 게임이다.


그 방법은 결국

내가 가진 자금(당시 바둑알) 내에서

언제 얼마나 베팅을 해서 상대방을 속이냐에 달렸다.


이때 가진 자가 여유를 부린다.


앞서 몇 판을 연속 따서 자금이 많은 사람은

내 패가 낮을 때 베팅을 세게 해서

상대를 포기하게 만드는 속임수는 절대 먹히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는 이미 곳간이 차서

승패에 연연하지 않는 배짱이 생겼기 때문이다.



 

요즘 나도 여유를 부린다.


직장에서는

대부분 후배들이지만 밥도 잘 사주고

하는 일이 힘들어 보이면 나눠 함께하려 하고

사소한 칭찬도 아끼지 않으려 한다.


친구들에겐

먼저 연락해 안부를 묻고

도움을 필요하다면 해줄 수 있는 걸 찾으려 하고

과거의 고마움을 언젠가 갚겠단 맘을 잊지 않으려 한다.


가족은 말할 것도 없다.


생각해 보니

내가 참 많은 것을 가졌는데

그 대부분은 사람이었다.


그리고 그들은

내가 준 것 이상으로

언제나 내 곳간 속에 따박따박 쌓여서

결정적 순간에 든든한 판돈이 되어 주었다.


그런 그들에게

나눠주고 돌려줄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는 것이

지금 너무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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