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해가 나왔다.
흐리고 비만 내리던 날씨에 지쳐서였을까
중년의 어느 날 갑자기 떠오른 그 젊었던 시절처럼
눈이 부셨다.
빨래건조대에 걸린 아들의 젖은 모자도
뜨거운 햇볕에 뽀송해지겠지...
아침에 본 영화 <after sun>이 생각났다.
주인공 소피가 20년 전 여름,
아빠 캘럼과 단둘이 떠난 마지막 여행을 회상한다.
튀르키예의 한 리조트에 묵으며
멋진 해변의 풍광을 즐기는 사람들 속에서
아빠와 보낸 순간들이 고스란히 캠코더에 담겼는데
어른의 세계가 한창 궁금할 11살 소녀가
이제 갓 서른이 된 아빠에게 불쑥 던진 질문이
참 당돌하다.
아빠가 11살이라면
지금 뭐 할 거 같아요?
그때 소피는 몰랐을 것이다.
이혼한 아빠가 당시 심한 우울증이었다는 걸
지금의 자기처럼 힘든 어른으로 살고 있었다는 걸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고 싶지만
너무 늦었다는 걸.
(여행 후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
나라면 뭐라고 대답했을까...
태양은 젊다.
그 뜨겁고 눈부신 날은 누구에게나 있다.
가끔 잊고 살뿐이다.
눈비 내리고 바람 부는 궂은날이나
온통 어둠만 가득한 한밤중이라 하더라도
태양은 언제나 그 뒤에서 희망과 용기를 품고 있다.
아직 우린 젊다고
다시 시작할 수 있다고
뜨겁고 눈부시게 인생을 사랑하자고.
https://youtu.be/4F1bzsExfKg?si=Re_KGdrlQ6fHr7p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