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차
나는 원래 하나에 꽂히면 그것만 판다. 7년 동안 그림책만 사랑했다. 그림책을 읽으며 다른 책들도 읽었지만, 내 사랑 1순위는 언제나 그림책이었다. 내 마음 알아준 것도, 나를 다시 키운 것도, 자기 돌봄 하게 해 준 것도 그림책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 깨달았다. 그림책을 더 잘 이해하려면 그림책이 아닌 것들도 많이 보아야 한다는 것을.
시는 그림책이 되는데 그림책은 왜 시가 되지 못할까 라는 생각을 오래전부터 해왔다. 그림책 서평을 짧은 시로도 표현해보고 싶은 마음이 늘 있었다. 그런데 그림책만큼 시를 몰라서 시작을 못했다. 그러던 어느 날, 동시전도사를 알게 되었고 얼마 전부터 동시와 썸을 타고 있다. 잘 몰라서 더 끌리는, 내가 좋아하는 게 맞나 고민하는, 그 썸 상태말이다. 그리고 이제 진짜로 동시를 만날 일이 생겼다. 그렇다면 동시와 나는 인연인 거다. 운명까지는 아직 모르겠으나 인연인 건 맞다.
수원, 창룡대로에 있는 <책 읽는 집>에서 5회기로 동시를 만나게 되었다. 동시집에 초대받은 거다. 오늘이 바로 두근두근 첫날이었다. 동시집 만날 생각에 어제부터 기분 좋았다.
우리에게 동시를 만나는 기쁨의 비밀을 알려준 동시 요정 덕분에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왔다. 들고 갔던 '동시는 어렵다, 잘 모르겠다.'의 생각을 내려놓고 '동시 넌 참 매력적인 아이구나, 널 더 알고 싶어, 나랑 친구 할래?'의 마음을 데리고 왔다. 왠지 나랑 잘 맞을 것 같은 새 친구를 알게 된 기분이다. 동시를 만나서 정말 기쁘다.
또 하나의 재미를 찾았다. 또 몇 년은 동시랑 친해지느냐고 시간을 보내게 될 것이다. 그림책과 연애를 시작했던 그때처럼 다시 또 설렌다.
살면서 의미, 재미를 찾는 일은 스스로의 몫이다. 알고 싶은 것도, 하고 싶은 것도, 먹고 싶은 것도 많아서 난 늘 바쁘다. 하루가 정말 금방이다. 그렇게 나에게 집중하다 보면 뿌듯하고 즐겁고 행복한 순간이 많다. 내가 먼저 평온하고 행복하면 그 에너지를 사람들에게 나눠줄 수 있다. 그러니 내일도 내가 먼저 행복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