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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의 에너지, 기대감

6일 차

by 착한별


지난 토요일 오후, 남편과 아이와 함께 늦은 점심을 먹고 걷다가 같은 건물에 있는 수제 디저트 가게에 들렀다. 자주 다니던 건물이고 늘 보던 가게였는데 에그타르트가 유명한 집인지는 몰랐다. 그런데 내 눈에 보인 것은 딱 하나 남은 에그타르트!


혹시 에그타르트 한 개 남은 건가요?


나도 모르게 큰 소리로 물었다. 그런데 옆에 한 남자가 얼굴에 미소를 띠며 서 있었다. 그 마지막 에그타르트를 계산한 사람이 바로 나예요, 하는 뿌듯한 표정이었다. 남자가 행복한 표정으로 마지막 남은 에그타르트를 가지고 나간 후에도 난 텅 빈 트레이를 보고 있었다. 더 이상 에그타르트가 없어서 살 수 없다는 걸 인정할 수 없었다.


에그타르트는 매일 오전 9시에 나오고요. 대부분 12시 전에 다 팔리고 없어요. 사고 싶으시면 일찍 오시거나 카카오채널로 선예약하는 방법이 있어요.


실망한 나에게 주인은 어떻게 하면 살 수 있는지 알려주었지만 월요일 오전까지 기다려야 하는 내 마음은 쉽게 진정되지 않았다. 남편이 새 휴대폰을 사주었지만 내 머릿속에는 에그타르트가 선명하게 새겨져 있었다. 그 남자의 얼굴이 계속 생각났다.





엄마, 내일 아침은 뭔가요?


나의 아들은 점심을 먹으면서 저녁 메뉴를 물어보고 밤에 잘 때 아침에 뭘 먹을 건지 확인하고 잔다. 아침에 일어나서 맛있는 것을 먹을 생각에 기대감을 갖고 자는 아이다. 매년 생일이면 평창 한우를 먹어야 한다고 하고 임산부처럼 뭐가 당긴다는 말을 자주 한다. 열 살이지만 웬만한 성인 남성만큼 먹는다. 이런 아이를 남편과 나는 '우주최강먹돌이'라고 부르는데 먹는 걸 좋아하는 남편과 나 사이에서 나온 아이니 그만큼 강력한 게 당연하다.



드디어 월요일! 등교하는 아이를 따라 아침 산책 겸 나왔다. 그리고 9시 정각에 나는 에그타르트를 샀다. 야호! 내가 1번이었다. 토요일에 마지막 한 개 남은 걸 못 사서 속상했던 마음이 이제야 사라졌다. 에그타르트 향을 맡으며 집으로 걸어오는 길에 나는 세상 행복한 사람이 되어있었다. 이따가 점심으로 하나 먹어야겠다. 한 개는 하교한 아이를 주고 나머지 하나는 남편을 주어야겠다. 에그타르트를 사러 가는 길에 충만했던 기대감, 사가지고 돌아오는 길에 만끽한 행복함. 인생 뭐 별 건가. 이런 즐거움의 에너지가 나의 하루를 기분 좋게 만들어준다. 뭘 그렇게 먹는 것에 집착하느냐고 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에게는 커다란 기쁨이다. 맛있는 것 하나에 세상 근심 걱정이 사라지는 마법이 펼쳐진다. 맛있는 걸 먹고 나면 행복해지는 우리 가족이라서 참 좋다.



하루를 에그타르트를 만나러 가는 기대감으로 시작했더니 오늘은 이렇게 브런치 글도 빨리 쓸 수 있었다. 오늘 아침에 느낀 기대감과 행복감을 글로 쓰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에그타르트를 사러 가는 마음'과 같은 기대감은 언제든지 스스로 만들 수 있다. 만들기를 좋아하는 아이는 엄마 아빠보다 일찍 일어나서 블록 기차를 조립한다. 여행 가는 날 아침에도 가장 먼저 일어난다. 내 경우에는 좋아하는 친구를 만나는 날이나 어제 읽다가 만 책의 내용이 궁금할 때 아침에 눈이 일찍 떠진다. 기대감을 가득 안고 자면 설렘으로 아침이 가볍고 즐겁다.


아침을 어떤 기대감으로 시작하면 그 에너지를 온종일 나눠 쓸 수 있다. 하루가 즐겁고 행복하다. 지난주부터 목요일마다 동시 공부를 시작했으므로 당분간 나는 목요일 아침마다 기대되고 설렐 것이다. 목요일 전에 동시집을 조금씩 읽고 필사하는 것도 매일의 행복이 될 것이다.


먹고 싶은 것도, 알고 싶은 것도, 하고 싶은 것도 많은 나라서 늘 하루가 꽉 찬 느낌이다. 아마 할머니가 되어서도 그럴 것 같다. 이런 내가, 나는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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