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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 산책

8일 차

by 착한별



매주 수요일 아침에 친구랑 산책을 하기로 했다. 전에는 늘 수변공원 위로만 걸었다. 핫플레이스 카페들이 즐비한 거리에서 하천 아래길은 정리 안된 지저분한 곳으로 여겨졌었다. 그런데 아래로 내려가 하천길을 걸었더니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예상 못한 분위기에 계속 감탄했다. 바라보는 시선을 바꾸었을 뿐인데 전혀 다른 세상이었다. 차가운 건물들 속에서 자연의 일부를 만나다가 눈에 보이는 게 하늘, 나무, 하천이 대부분이고 건물이 일부가 되니 자연 속으로 들어간 기분이었다.


나를 어디에 두고, 무엇을 바라보는지에 따라 다르게 느낄 수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이렇게 자연을 감각할 수 있는 곳으로 나를 데려가는 것처럼, 내가 세상에서 무엇을 보며 어떤 시선으로 살지는 내가 정할 수 있는 것이다. 나를 좋은 곳으로 자주 데려가야겠다. 그곳에서 보고 듣고 느낀 것으로 나를 채워야겠다.



지난 주말에는 가족들과 함께 같은 길을 걸었다. 평일에 일하느라 지친 남편에게도, 좋은 것만 주고 싶은 아이에게도 이 아름다운 풍경을 보여주고 싶었다. 함께라서 좋았다.



그리고 일주일이 흘러, 오늘이 수요일이었다. 이번에는 반대로 걸어갔다 오자는 친구의 제안대로 했더니 같은 풍경이 또 다르게 다가왔다.


사람도, 상황도, 삶도 어느 방향에서 어떤 시선으로 보느냐에 따라서 다르다고 자연은 가르쳐주었다.

멈추고 귀 기울여 보고 듣는 사람에게 자연은 삶의 지혜를 알려준다.


그림 에세이 <낯선 고요>
어디에 있든 감각에 귀 기울이고 숨결에 집중하고 그 자리에 머물며 삶의 기쁨을 온전히 누리라. (155p)


얼마 전에 읽은 책 『낯선 고요 』에서 말한 온전히 누리는 삶의 기쁨을 오늘의 산책에서 제대로누렸다. 행복한 아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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