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여기에 분명히 무언가 배울 게 있다.
요즘 주 1-2회 한의원에 가서 침을 맞고 있다. 침대에 눕는 순간 나는 가만히 누워서 하라는 대로 해야 하는 수동적인 인간이 되지만 대신 감각들이 깨어난다.
눈을 감고 듣는 목소리에 내 마음과 생각이 반응한다는 것을 알았다. 한의원 보조 선생님들이 하는 말은 교육받은 내용이라서 거의 똑같다. "자기장 치료 해드릴게요, 침 빼고 소독해 드릴게요." 등이다. 하지만 그 말을 전달하는 뉘앙스는 각기 다르다. '이 사람은 자신의 일을 사랑하는 사람이구나' 하고 따뜻한 질감이 느껴지기도 하고,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하고 있어서 말에도 귀찮음이 묻어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장기 근속자이자 베테랑인 실장님의 목소리는 눈을 감지 않고 들었을 때도 좋았지만 눈을 감고 들으면 더 좋다. 사람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목소리다. 그래서 입가에 웃음이 지어진다. '이 사람이 진심으로 나를 위하는구나.'라는 것이 묻어나는 목소리다. 문득, 나의 목소리는 다른 사람에게 어떤 에너지와 파장으로 전달될지 궁금해졌다.
주사도 안 아프게 놓는 의사가 있는 것처럼 한의사들도 같은 침도 다르게 놓는다. 나는 주로 원장님에게 침을 맞는데 살짝만 들어가는 느낌이 나게 놔주셔서 민감한 나에게 맞는다. 간혹 내가 아프다고 하면 그 침은 바로 빼고 다른 곳에 다시 놔주시는 배려도 마음에 든다. 한의원에는 3명의 한의사가 더 계신데 후면을 맞을 때면 다른 한의사분이 놔주신다. 아프다고 해도 원래 침이 들어갈 때는 뻐근한 거라며 자기 할 말만 하고 후다닥 가버릴 때가 있다. 그럴 때면 한의학은 사람의 마음도 치료한다고 들었는데 이 분은 아직 내공이 부족하셔서 그런 건가라는 생각이 든다.
어쨌든 침을 맞고 뜸을 뜨는 동안 무뎌진 감각이 다시 살아나는 느낌이 든다. 한 번씩 톡 건드린 부분들은 무엇인가 정체되어 있거나 고여있던 공간이었을 것이다. 그 공간에 가해진 자극으로 다시 기와 혈이 막힘없이 흐른다. 덕분에 나의 몸도 좀 더 나은 컨디션이 된다. 머리도 조금 더 맑아진다.
가끔씩 받는 전신 마사지를 받을 때도 마찬가지다. 누워 있으면 통증이 느껴지는 부위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책을 본다고 타자를 친다고 어깨와 팔을 혹사시켰구나, 자주 스트레칭을 했어야 했는데 또 게을렀구나, 바른 자세로 앉지 않아서 또 골반이 틀어졌구나 등 내 몸을 객관적으로 보게 된다. 감각을 느끼기는 하지만 마치 제삼자인 듯 나를 보게 된다.
김종원 작가의 『말은 마음에서 나옵니다』 책에 보면 '지금 여기에 분명히 무언가 배울 게 있다'라는 문장이 나온다. 지금 여기에 분명히 무언가 배울 게 있다는 생각으로 순간과 공간에 머물면 배우는 것이 있다는 뜻이다.
ON 문장: '지금 여기에 분명히 무언가 배울 게 있다.'라는 생각이 내가 머무는 순간과 공간의 수준을 높인다.
어느 순간, 어느 공간에 있던지 보고 듣고 느끼고 생각하는 일에 깨어있다면 의미를 찾을 수 있다. 배울 게 있다. 그걸 알아차리면 이렇게 글로 쓸 수도 있다.
OWN 문장: 내가 머무는 순간과 공간에서 보고 듣고 느끼고 생각한 것을 부지런히 글로 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