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세상이 변해도 변치 않는 한결같은 말이 있다. 바로 ‘독서를 하라’는 말이다. 세상에는 수많은 생각과 주장들이 난무하지만, 그 누구도 독서에 대해서는 다른 의견을 제시하지 않는다. 그만큼 인류는 독서의 중요성과 강력한 힘을 잘 알고 있다.
그렇다면 실제 독서를 하면 뇌에는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 것일까? 뇌에는 생각하는 신경세포인 1,000억 개의 뉴런과 1,000조개의 시냅스가 있어, 엄청난 조합을 통해 정보를 소통한다. 그런데 독서를 하면 바로 이 엄청난 수의 뉴런이 반응을 하며 새로운 뇌 회로를 만들어낸다.
뉴런의 연결망은 1000분의 1초의 매우 빠른 속도로 뇌 구조 전역에 걸쳐 반응한다. 이때 읽기 회로는 전두엽, 측두엽, 두정엽, 후두엽의 대뇌신피질과, 대뇌변연계, 간뇌, 소뇌, 뇌간 등 전체 뇌를 모두 활용한다.
우리는 보통 초능력자가 주인공인 영화 때문에, 인간의 뇌사용에 대해 오해를 하고 있다. 평범한 인간은 뇌의 많은 부분을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그것이다. 하지만 실제 우리가 글을 읽을 때는 모든 뇌가 관여하게 된다. 영화의 내용을 그대로 따른다면 우리는 글을 읽을 때 초능력자처럼 전체 뇌를 사용하는 것이다.
글을 읽으면 단어와 문장을 연결하게 되고,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고, 상황을 추리하고 분석한다. 단어 하나를 읽을 때마다 수천, 수만 개의 뉴런들이 작동하며, 읽는 행위 자체만으로 엄청난 뇌의 작용을 만들어 낸다. 이를 통해 신경망 연결이 왕성하게 일어난다. 그러니 읽는다는 행위 자체가 뇌 속의 엄청난 변화를 일으키는 것이다.
그런데 한번 생각해 보자. 우리의 모든 생각과 감정과 생리적 반응은 모두 뇌에서 이루어진다. 뇌가 우리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뇌의 회로를 바꾼다는 것은, 이 모든 것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이고, 사실상 나의 모든 것을 바꾸는 것이나 다름없는 것이다.
전 세계를 열광시키는 월드컵을 떠올려 보자. 같은 국가라도 감독의 결정에 따라 선수구성과 팀 색깔이 달라진다. 그래서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팀으로 거듭나기도 한다. 그결과 월드컵에서 단 1승도 거두지 못했던 대한민국은 2002년 월드컵에서 포르투갈, 이탈리아, 스페인 등 강팀을 연달아 격파하며 4강 신화를 만들었다. 카타르 월드컵에서 대한민국이 포르투갈을 꺾고 16강에 올라갈 수 있던 이유 중 하나도, 후반 선수 교체를 통해 공격방식을 재구성했기 때문이다.
우리도 스스로 그렇게 할 수 있다. 어떤 전술을 쓰고, 어떤 선수를 선발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팀이 되는 것처럼, 어떻게 뉴런과 시냅스를 재배치하느냐에 따라 다른 생각을 할 수 있다. 뇌의 네트워크 구조를 바꾸면서 더욱 강하고 새로운 사람으로 자신을 업그레이드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면 우리는 월드컵뿐만 아니라 변화된 자신에게도 열광할 수 있을 것이다.
나를 다른 사람으로 바꿀 수 있을 만큼 뇌의 힘은 무궁무진하다. 그리고 그 힘을 만드는 가장 좋은 방법이 바로 책을 읽는 것이다. 명확히 우리는 책읽기를 통해 뇌의 새로운 회로를 구축할 수 있다. 책 읽기는 뇌를 리빌딩하는 것이며, 뇌 사용 방식을 바꿔버리는 것이다.
카타르 월드컵 우승국인 아르헨티나가 사람이었다면 필시 연간 100권 읽기를 실천하는 독서광이었을 것이다.
특히 뇌의 놀라운 점은 뉴런의 수가 평생 바뀌지 않는다는 것이다. 즉, 유아부터 노인까지 그 수가 거의 일정하다. 많은 연구에서 밝혀진 것은 나이를 먹어도 뇌는 늙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나이를 먹으면 뇌가 약해진다는 생각은 이 책을 읽음으로써 다르게 기억될 수 있는 것이다.
다만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가 뇌를 충분히 사용해야만 한다. 정신과 전문의인 다니엘 G. 에이멘은 그의 저서 ‘뇌는 늙지 않는다’에서 “뇌는 근육과 같아서, 사용하지 않으면 사용 능력을 잃게 된다”고 말했다. 정신 능력이 가장 감퇴하는 시기는 학교 교육을 마친 후와 은퇴한 후인데, 계속 배우고, 성장하고, 뉴런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자신을 밀어붙이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특히 그는 뇌 촬영을 통해 “나이가 많은 사람들의 뇌도 외적으로나 기능적으로 놀라운 수준을 보일 수 있다”고 확인했다. 그러면서 매일 ‘최소 30분 이상 책을 읽을 것’을 권장했다.
그러니 우리의 뇌를 절대 과소평가하지 말고 뇌를 늙지 않게 사용하기 위해서라도 책을 읽어야 한다. 책을 읽는 뇌의 힘은 믿어도 좋은 것이다.
에밀리 디킨슨은 ‘뇌는 하늘을 담을 수 있기 때문에, 하늘 보다 넓다’고 했다. 인류가 만들어낸 수많은 성과물들은 한계가 없이 크고 넓은 우리 뇌의 산물이다.
‘이기적 유전자’의 저자 리처드 도킨스는 미시적 세상인 유전자의 비밀을 알아낸 인간의 위대함을 이렇게 표현했다. “지구의 생물체는 자신들 중의 하나가 진실을 밝혀내기 전까지 30억 년 동안 자기가 왜 존재하는지 모르고 살았다. 어떤 행성에서 지적 생물이 성숙했다고 말할 수 있는 때는 그 생물이 자기의 존재 이유를 처음으로 알아냈을 때다.”
‘코스모스’의 저자 칼세이건은 거시적 세상인 우주의 기원을 인식하게 된 인간의 위대함에 감탄했다. “물질에서 출현한 생물이 의식을 지니게 되면서 자신의 기원을 대폭발의 순간까지 거슬러 올라가 인식할 수 있다니, 이것이 우주의 대 서사시가 아니고 또 무엇이겠는가.”
이 모든 것이 책을 읽은 뉴런이 만들어낸 힘이다. 뉴런은 하늘을 담았고, 자신의 진실을 밝혀냈으며, 우주의 대 서사시를 만들어냈다. 그 뉴런이 당신의 뇌 속에 1,000억 개가 존재하고 있다.
이를 어떻게 조합시킬 것인가는 이제 오로지 자신에게 달려 있다. 그것이 우리가 가지고 있는 진정한 능력이다. 그러니 책을 통해서 뉴런의 환상 조합을 만들고, 자신의 능력을 분출시켜라.
그리고 책을 읽는 자신을 믿어라. 진정한 초능력자는 전 뇌를 사용하여 책을 읽는 나 자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