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그녀는 옆지기와 자유롭고 풍요로운 인생에 대해 자주 이야기를 나눕니다.
늦은 저녁을 먹으면서 바쁜 출근 시간 콩나물시루 같은 지하철에서도 말입니다. 물론 대중교통 이용 시엔 톡이나 문자로 대화하지요.
"우리는 이제 결정해야 해. 어떤 인생을 살 것인지 말이야."
"그래, 이제 우리가 정말 좋아하는 것을 하면서 인생 후반기를 살아갈 필요가 있어."
"나는 정말 풍요로운 인생을 살고 싶어."
"풍요로운 인생?"
"다시 말해 충만한 인생이 더 적절할지도 모르겠네."
그녀의 옆지기는 낚시가 가능한 바닷가 마을에 사는 로망을 가지고 있어요. 그는 연어와 와인과 치즈를 좋아하기에 어떤 날에 식탁에서 물고기를 만나면 바닷가에 사는 즐거움으로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그녀는 바다도 좋아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숲이 좋아집니다. 모과가 익어가는 우거진 숲에서 아침산책을 하고 돌아오는 길에 농익은 모과를 몇 알 주워서 모과차를 만들고 화단에서 잔잔한 색감의 꽃들을 골라 화병에 꽂는 아침을 상상합니다. 산미가 살짝 도는 원두로 커피를 내리고 니코스카잔차키즈나 도스토예프스키, 박경리, 조정래, 박노해, 권정생... 이런 작가들의 책을 꺼내 읽는 그녀의 입가에는 미소가 번집니다.
"콩 껍질을 맛있게 삶는 법을 개발하자."
"그리고 그걸 먹으며 지구를 자유롭게 걸어보자"
그와 그녀는 어떨 때 행복한지, 앞으로 무엇을 하고 싶은지에 대해 이야기를 자주 합니다. 예전에는 그녀의 토크 양이 절대적으로 많았다면 이제 그의 토크 양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 고무적입니다.
디오게네스는 ‘행복해지는 유일한 방법은 자유로워지는 것이다.’라고 하였습니다. 인생을 살아가다 보니 고개가 끄덕여지는 대목입니다. 항상 도달하는 결론은 ‘콩껍질을 맛있게 삶아 먹고 자유롭게 살자.’입니다.
마당이 있는 작고 소박한 집에서 오랫동안 이 땅에 살았던 꽃들과 푸성귀를 심고 지금 화분에서 자라나는 레몬트리도 옮겨 심고 감나무와 살구나무, 사과나무도 한 그루 심으면 좋겠습니다.
”내가 원하는 삶은 거창한 삶이 아니었어. 해가 떠오르는 걸 보며 감사하고 작은 꽃씨가 발아하여 피어난 꽃에 감탄하며 사는 삶, 이 정도야.”
“정말 그 정도면 될까? 왕성하게 사람들과 교류하다가 고요하고 심심한 생활이 되지 않을까?”
“삶에서 껍데기를 다 걷어내고 알맹이를 간추려 살아가야 할 것 같아. 그리고 어느 지점에서는 현재의 삶과 내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삶이 겹치는 지점이 있겠지.”
그는 바닷가에서의 일상을 이야기합니다. 바다가 오염되어 가는 것을 가슴 아파하며 그래도 가능한 바닷가 살이에 대해 자신 생각을 이야기합니다. 그녀는 그가 하는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듣습니다. 고개를 끄덕입니다.
여름방학이라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이제 막 들어온 그와 그녀의 스물한 살 아이가 그들의 이야기를 다 듣고 있었다는 듯 말합니다.
“나는 그동안 망설이면서 너무 많은 시감을 보낸 것 같아. 이제 생각한 것을 결정하는데 망설이지 않으려고.”
망설이며 괴로워하던 시간이여 안녕.
이제 우리는 짬짬이 시간을 내어 이곳저곳을 둘러보려 합니다. 꽃과 커피와 책과. 그리고 낚시의 하모니로 충만한 삶을 위해.
숲과 바다가 함께 있는 고즈넉한 마을을 찾아 망설임 없이 한 발짝 내딛는 달 7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