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건우, 우리 아버지
어릴 적 아버지의 풀지게는
우리 마을에서 제일 컸어요
우리에게 먹일
맛있는 머루와 다래가 풀지게
맨 꼭대기에 밧줄로 매어 있었고요
저 멀리서 아버지가
풀지게를 지고 성큼성큼 걸어오시면
강아지처럼 뛰어나가 깡총거리다가
우리는 입이 까매지도록 머루를 먹고
쩍 벌어진 다래를 먹으며
하루하루 달콤하게 자라났지요
얘들아 일어나라
아빠가 내기 윷놀이에서 다 이겨서
가게에 과자 몽땅 다 사 왔다
산타할아버지처럼 커다란 자루를 지고 와서는
약주도 한 잔 하신 아빠와 함께
한밤중 과자파티 신났었어요
가을 운동회에서 가족 이어달리기 할 때
아빠 우리 정말 멋졌었지요?
우리 가족은 모두 달리기를 잘해서
언니 뛰고 나 뛰고 아빠가 뛰고
엄마가 뛴 다음 별이가 들어올 때쯤
식이는 어려서 외할머니와 외삼촌과 손뼉을 치고
우리는 운동장 반바퀴는 앞서서 골인해서는
금학리 칼루이스 가족이 되었습니다
서울에서 회사 다니시다
잠깐 쉬러 내려간 시골에서
아버지와 어머니가 살그머니 뿌리내릴 때
올망졸망 저희들도 싹이 났어요
우리가 무언가 도전할 때마다
너는 할 수 있다고 용기 주시고
언젠가는 분명히 잘 될 거라고
어깨를 두드려주시던
아버지의 다정한 큰 손
그 다정함을 배워
저희는 모두 용기 있고
다정한 사람이 되려합니다
새벽부터 농사짓고
달빛에 풀지게를 지고 오던
땀에 젖은 아버지의 모습
그 뒷모습처럼
저희도 부지런하고 착하게
세상에 좋은 사람이 되겠습니다
큰 산처럼 저희를 지켜주시고
정성을 다해 키워주신
아버지의 큰 사랑 이제는 저희가
돌려드릴게요
아빠의 인생은 멋지고
눈이 부시게 찬란해요
평생 청년 남건우, 우리 아버지의
여든 번째 생신을 축하드리며
늘 건강하게 엄마와 오래오래
저희 곁에 계셔주세요
아빠의 인생에 건배!
아버지, 존경합니다
아버지, 사랑합니다
저는요, 아빠
딱 아빠처럼 살고 싶어요
2024년 7월 21일 브런치에 100번째 발행하는 이 글은
오늘 팔순 생신을 맞으신 아버지께 드리는 시입니다.
생신 모임은 어제 있었어요. 쑥쓰럽지만 감사패도 만들어 드렸고 아버지 살아오신 이야기도 재미나게 들었습니다.
빛나는 아빠의 인생에 축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