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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효정 Jul 24. 2024

자몽꽃이 피었습니다

비가 퍼붓는 날에

햇사레 복숭아를 사서

집으로 오는 길

관리사무소 앞 화분에

뽀얗게 뽀얗게

자몽꽃이 피었습니다


삼 년 전 어느 집이 이사 가면서

시들시들 자몽 화분을

슬그머니 내려놓고 갔더랬지요


갑자기 노지로 나온 자몽나무는

햇살 받고 바람 쐬고

천둥에 깜짝 놀라며

어여쁜 꽃송이 몇 개

어영차 피어 올립니다


둥글고 향기로운 열매들이

쪼꼬맣게 달리고

자라고 자라

딴딴하고  달큼한 열매가 될 때까지

거기서 그렇게 위풍당당하거라


달걀을 사 오면서

밤산책을 하면서

나는 너에게

속삭이고 또 속삭인다


2024.7.21. 무더위 속에서 자몽꽃이 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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